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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세종대왕부터 주시경까지, 한글날 '한글가온길' 산책

광화문광장에서 새문안로 한글회관 이르는 길, 한글 만들고 지킨 이들을 만나보자

2022.10.04(Tue) 12:50:16

[비즈한국] 한글가온길은 2013년 서울시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테마 산책길이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서 출발해 한글학회와 주시경 선생 집터 등을 아우르는 코스에 다양한 한글 이야기를 담았다. 576돌 한글날을 맞아 아이 손을 잡고 한글가온길을 걸어보자. 

 

한글가온길은 2013년 서울시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테마 산책길이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서 출발해 한글학회와 주시경 선생 집터 등을 아우르는 코스에 다양한 한글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구완회 제공

 

#광화문광장에서 숨은 한글 조형물 찾기

 

한글가온길의 출발은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이다. 거대한 옥좌에 앉은 세종대왕이 왼손에 들고 있는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의 문자 체계와 구성원리를 밝힌 이 책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종 대에 만들어진 ‘훈민정음 해례본’은 500여 년간 사라졌다가 일제강점기에 극적으로 발견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안동에서 우연히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기와집 열 채 값을 주고 구입한 분이 ‘우리 문화재 지킴이’였던 간송 전형필 선생이다. 그 덕분에 이 귀중한 문화유산은 일본에 반출되지 않고 지켜질 수 있었다. 

 

동상 뒤편 통로로 들어가면 ‘세종이야기’라는 전시 공간이 나온다. 여기서는 훈민정음 창제뿐 아니라 세종 시대의 과학과 예술도 둘러볼 수 있다. 조선시대 왕이 앉던 옥좌에 앉아서 기념촬영을 할 수도 있고, ‘용비어천가’ 등 옛날 한글 책을 터치스크린으로 탁본해서 출력할 수도 있다. 

 

한글가온길의 출발은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이다. 거대한 옥좌에 앉은 세종대왕이 왼손에 들고 있는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한글의 문자 체계와 구성원리를 밝혔다. 사진=구완회 제공

 

세종대왕 동상 왼편에는 ‘한글글자마당’이 자리했다. 검은 주사위 모양의 조형물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글자를 새겨놓았다. 총 1만 1172자에 이르는 글자는 한글의 뛰어난 표현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글자 모양이 저마다 다른 것도 눈에 띄는데, 이는 1만 1172명의 사람들이 한 글자씩 썼기 때문이다. 

 

한글글자마당 뒤편에는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과 주요한 시비가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노력한 조선어학회는 일제의 탄압을 받아서 많은 분들이 옥고를 치렀고, 그 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 기념탑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의 전말과 이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일제강점기의 대표 시인이자 언론인 주요한은 순우리말로 된 시를 많이 발표했다. 시비에 새긴 ‘빗소리’는 아름다운 우리말 음감을 살린 그의 대표작이다. 

 

한글글자마당 뒤편에 자리한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 사진=구완회 제공

 

#한글을 지킨 사람들, 주시경과 헐버트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한 한글가온길은 세종문화회관 뒤편 ‘세종 예술의 공원’으로 이어진다. 조선시대 노비문서를 관리하던 장예원이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공원에는 한글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들이 세워졌다. 이웃한 한성전보총국 터에는 ‘평화’라는 글자를 새겨놓은 임옥상 화백의 ‘평화와 화해의 나무’라는 작품이 보인다. 8년 전 서울에서 열린 ‘세계문자심포지아 2014’를 기념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한 블록쯤 떨어진 세종빌딩 공원에는 ‘주시경 마당’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데 앞장선 주시경 선생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는 아담한 전시 공간이다. 조선어학회의 뿌리가 된 ‘국어연구학회’를 만든 주시경은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다. 그의 제자들이 조선어 사전 편찬부를 조직해 한글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 ‘말모이’는 300만 명 가까운 관객이 보았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세종 예술의 공원’에 세워진 ‘평화와 화해의 나무’. 사진=구완회 제공

 

주시경 마당에는 한글을 사랑한 미국인 헐버트의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육영공원 영어교사였던 헐버트는 최초의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만들고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다. 그는 고종을 도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썼는데, 특히 헤이그 특사 파견 과정에 큰 도움을 주어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 헤이그 특사와 더불어 ‘제4의 특사’라고도 불렸다. 결국 일제에 의해 추방되었으나 해방 이후 다시 입국해 자신의 소원대로 한국 땅에 묻혔다. 

 

주시경 마당에서 새문안로3길을 따라 내려오면 한글회관이다. 조선어학회의 뒤를 이은 한글학회가 자리 잡은 건물 앞에는 주시경 선생의 동상이 있다. 한글회관 길 건너 ‘한글가온길 스토리보드’는 세종 때부터 지금까지 한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한글가온길을 걸으며 보았던 한글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며 산책을 마무리하기 좋다. 

 

세종빌딩 공원에 있는 ‘주시경 마당’.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데 앞장선 주시경 선생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세종이야기

△위치: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68

△문의: 02-399-1177

△관람시간: 10:00~18:30(월요일 휴관)

 

주시경마당

△위치: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1-1

△문의: 02-2148-1114(종로구청)

△관람시간: 상시,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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