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벤처캐피털(VC)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사업을 지속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력자 중 하나이다. 지난 칼럼에서 독일 베를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VC 세 곳을 소개했다. 독일 전체에서 투자 건수 2위를 차지하고 베를린 VC 중에서 가장 투자가 활발한 글로벌 파운더스 캐피털, 투자 건수 4위에 국제 네트워크에 강한 얼리버드 벤처 캐피털, 투자 건수 6위의 공공 VC IBB벤처스가 그들이다. 이번 칼럼에서도 베를린의 주목할 만한 다른 VC를 이어서 소개한다.
#쟁쟁한 스타트업 초기 투자한 ‘포인트 나인 캐피털’
누적 투자 건수 256건으로 9위에 오른 포인트 나인 캐피털(Point Nine Capital)은 B2B 분야, 그 중에서도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분야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1년 베를린에서 공식 설립되기 전인 2008년부터 포인트 나인 캐피털의 경영진은 이미 주요 스타트업의 첫 투자자로 활동했다.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히어로, 콘텐츠 관리를 돕는 디지털 플랫폼 콘텐트풀(contentful), 영국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Revolut), 덴마크에서 시작한 고객 지원 소프트웨어 젠데스크(Zendesk) 등이 포인트 나인 캐피털이 초기 투자한 기업들이다.
포인트 나인 캐피털은 시드 투자에 집중하고, 때에 따라서 프리 시드(pre-seed)에서 초기 시리즈 A(early Series A)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첫 투자 규모(티켓 사이즈)는 50만~500만 유로(7억~70억 원) 수준이며, 시드 투자에 참여한 스타트업의 시리즈 A 투자에는 반드시 참여한다는 원칙이 있다. 포인트 나인에서 지원한 시드 단계의 스타트업 65%가 시리즈 A 라운드에서 세계 톱 티어 VC의 지원을 받았다.
지금까지 유럽을 홈그라운드로 주로 유럽 기반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비유럽권 국가의 스타트업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20~30%를 차지할 만큼 열려 있는 편이다. 포인트 나인 캐피털은 지난 9월 26일 B2B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1억 8000만 유로(2억 5000억 원)의 시드를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 자랑하는 ‘타깃 글로벌’
타깃 글로벌(Target Global)은 유럽 출신의 굵직한 스타트업 투자자로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에서 누적 투자 순위 10위에 오른 VC이다. 2012년에 베를린에서 설립됐고, 핀테크, 헬스테크, 소비자 지원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모빌리티, 교육테크 관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시드부터 후기 투자 단계까지 스타트업 전 수명 주기에 걸쳐서 지원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전략적 조언 파트너로 모든 단계에서 창업자들을 지원한다. 총관리 자산(AUM)은 약 30억 유로 이상(4조 2000억 원) 규모이며,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인슈어테크계의 거물이 된 스타트업 위폭스(Wefox), 10분 배달 서비스의 신흥 강자 플링크(Flink), 비즈니스 은행 계좌를 개설해주는 디지털 뱅킹 피놈(Finom) 등 유명 스타트업이 타깃 글로벌의 포트폴리오이다.
타깃 글로벌은 스타트업의 재무, 법률, 운영, 세무, IT 및 HR 업무를 지원해주는 ‘타깃 서비스(Target Service)’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적의 재무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스타트업을 전방위로 지원한다는 특징이 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 집중 지원 ‘프로젝트 A’
프로젝트 A는 누적 투자 건수 11위에 오른 VC로 2012년 베를린에서 설립됐다. 이름처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시드에서 시리즈 A 단계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총 관리 자신은 약 10억 달러(1조 4000억 원) 이상이고, 첫 투자 규모는 100만~1000만 달러(14억~140억 원)이다. ‘디지털’ 기업에 투자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다양한 산업군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약 15개의 산업군, 12개국 출신의 스타트업 170여 곳에 투자했다.
독일의 온라인 주식 중개 플랫폼 트레이드 리퍼블릭(Trade Republic), 스톡홀름 기반의 디지털 의료 플랫폼 크라이(Kry), 공유 킥보드 회사 보이(Voi) 등이 프로젝트 A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이다.
#유럽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체리벤처스’
체리벤처스(Cherry Ventures)는 2012년에 설립된 베를린의 VC로 런던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유럽 기반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고, 주로 프리 시드와 시드 단계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첫 투자 규모는 30만 유로~300만 유로(4억 2000만~42억 원) 정도다. 연간 약 10개의 시드 투자를 하며 전 산업 분야를 아우른다.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BNPL(선구매 후지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몬두(mondu), 대마 기반 의약품 및 건강 보조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새너티 그룹(sanity group), 스마트팜 기업 인팜(Infarm) 등이 모두 체리 벤처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예비 창업자 키워주는 ‘아틀란틱 랩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VC는 아틀란틱 랩스(Atlantic Labs)이다. 2008년에 베를린에서 설립되었고 주로 머신러닝,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 핀테크, 모빌리티 등에 투자했다. 현재는 탄소 중립, 일의 미래(future of work) 등 주제 중심의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다른 VC와는 달리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를 위한 상주 창업가 프로그램(Founders & Enterpreuneurs in Residence)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에 대해 발표하고 몇 단계의 인터뷰를 거친 후 최종 합격이 되면, 아틀란틱 랩스의 사무실에 상주하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비즈니스 플랜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VC와 함께한다. 최종적으로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타트업은 아틀란틱 랩스의 주도하에 다양한 투자자의 참여가 보장되는 투자 라운드로 연결된다.
베를린에 기반을 둔 온라인 여행사 겟유어가이드(Get your guide), 10분 식료품 배송 서비스의 유니콘 기업 고릴라즈(Gorillas) 등이 아틀란틱 랩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베를린의 주목 받는 VC는 대체로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설립되었다.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가 막 활발해지던 무렵이다. 이들이 투자하는 자금의 규모, 주로 투자하는 산업 및 기술 분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을 둘러보니 현재 유럽 스타트업계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이제 어느덧 중년기에 접어든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는 포스트 코로나, 인플레이션,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그 방향을 가늠하고 있는 듯하다. 또 다른 혁신이 이 생태계를 뒤흔들지, 당분간 고요하게 이 위기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전열을 정비할지 몹시 궁금하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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