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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서 사라진 배추김치, 중고마켓선 물물교환 간청…'김치대란' 요지경

가정에서 만든 김치 '교환'은 '식품위생법 위반' 당근마켓 "거래 불가"

2022.09.30(Fri) 11:07:22

[비즈한국] 배추 가격이 급등하며 ‘김치 대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의 급식에서는 배추김치가 사라졌고,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김치를 구매하려는 ‘김치 오픈런’까지 생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맥주나 식재료 등을 집 김치와 교환하자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올여름 이어진 폭우, 태풍으로 배추 가격이 폭등하면서 김치 대란이 일고 있다. 포장 김치 가격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학생들의 급식 메뉴에서도 배추 김치가 사라지고 있다.

 

#배추김치 빠지고 깍두기로…온라인몰은 판매 꼼수

 

‘폭염과 장마 병충해로 배추 상태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 산지 출하와 생산에 어려움이 있어 배추김치 대신 열무김치, 총각김치, 깍두기로 변경 제공됨을 안내합니다.’

 

​자녀가 ​경기도 평택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씨는 최근 학교에서 발송된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추 공급 문제로 배추김치류의 급식 제공이 일시 중단된다는 안내 문자였다. 그는 “아이 둘을 키우는 동안 배춧값이 비싸 급식에서 김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도 ‘김치류 납품업체로부터 김치를 납품 받고 있으나 긴 장마와 폭염, 태풍으로 인해 배추류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관계로 배추김치 제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안내했다. 이 학교는 배추김치를 급식 메뉴에서 제외하고 깍두기, 섞박지, 총각김치, 나박김치 등을 제공했다. 김치 공급이 중단되면서 급식 메뉴도 변경됐다. 냉김치말이국수는 잔치국수로, 묵은지감자탕은 등뼈감자탕으로 교체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26일 배추 평균 소매 가격은 한 포기에 9307원. 작년보다 66%가량 올랐다. 올여름 이어진 폭우, 태풍으로 강원도 고랭지 배추 작황이 타격을 입으면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김치 업체들도 배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량이 줄었고, 급기야 급식에서 배추김치가 사라지는 상황이 왔다. 교사 B 씨는 “배추김치 수급이 어려워 10월부터는 급식에서 배추김치가 깍두기로 변경된다고 하더라”며 “배춧값 파동이 피부로 와 닿는다”고 전했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C 씨는 “예전에는 물가 상승이라고 해도 체감이 잘 안 되었는데, 아이가 먹는 급식까지 영향을 받을 정도라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포장 김치는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도 포기김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김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자 일부 온라인몰은 최근 시세보다 낮게 판매했던 김치 주문 건을 취소하는 일도 빈번하다. 

 

주부 정 아무개 씨는 “9월 초 온라인몰에서 포장 김치를 주문했다. 물량 수급 이유로 배송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김칫값이 계속 오르자 쇼핑몰 측에서 ‘제품 출고가 불가능하니 환불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환불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이틀 뒤 김치가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선상으로는 배송에 기약이 없다며 취소를 하라더니, 배송된 김치의 제조일은 상담원과 통화한 날짜였다”며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월초 구입한 김치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더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했던 고객들의 주문 건을 취소하고 비싼 가격에 판매하려는 꼼수가 보여 화가 났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김치 코너. 배추김치가 품절돼 백김치를 대신 진열해 놓았다. 사진=박해나 기자

 

#마트에선 1인당 구매 수량 제한, 온라인에서는 “간식과 교환하자” 

 

포장 김치 가격이 치솟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김치를 사려는 주부들은 ‘김치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상 ‘종가집’ 김치는 이마트에서 3.3kg 포장 제품을 3만 3700원에 판매한다. 온라인에서도 3만~5만 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트코에서는 3kg 제품을 1만 8990원에 살 수 있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김치를 사려는 주부들이 코스트코에 몰리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김치 때문에 코스트코 회원권을 만들어야 할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일부 고객이 김치 물량을 사재기하는 경우도 생겨 코스트코는 최근 회원카드당 1개로 김치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그나마도 오픈 직후 판매가 종료돼 김치 구매를 위해 줄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다. 

 

박 아무개 씨는 “김치를 구매하러 코스트코를 두 번이나 갔는데 모두 실패했다. 오전에 갔는데도 김치가 없어 입고가 안 된 줄 알았는데, 오픈 직후 물량이 모두 빠진 것이라고 하더라. 김치를 사러 오픈런까지 해야 하나”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는 ‘김치 구해요’ 게시글이 쇄도한다. 한 주부는 “식구들이 밖에서 파는 김치는 안 먹는데, 집에서 김치를 담그기는 배춧값이 너무 비싸다. 집에서 안 먹는 김치가 있으면 나눠달라”며 김치 요청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주부도 “홈쇼핑에서 주문하려는데 방송 편성이 안 잡힌다. 적당히 익은 정도의 김치를 나눠달라”며 나눔을 부탁했다. 

 

김치 물물교환도 김치 대란이 만들어낸 풍경 중 하나다. 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방금 택배로 받은 밀키트와 냉동식품, 간식거리 등을 거래하고 싶다. 집에 잘 익은 김치가 있으면 맞바꾸자”고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순식간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집에 남는 김치가 있으면 맥주와 교환하자’, ‘김치 한 포기와 간식거리 등을 바꾸자’는 등의 물물교환 요청 글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제조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담근 김치를 거래하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정집에서 만든 김치를 개인끼리 거래하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 사유다. 개인 간의 거래나 나눔도 ‘판매’로 보는데, 식품 판매를 위해서는 제조 관련 인허가가 필요하다”며 “김치를 무료로 나누는 것이든, 한두 포기의 소량 판매든, 본인이 직접 섭취하는 용도가 아니라면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해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플랫폼도 김치류의 나눔, 판매 글을 제재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직접 담근 김치는 거래가 불가하다”며 “판매금지품목에 대해서는 머신러닝과 키워드 필터링, 모니터링, 이용자 신고 등을 통해 미노출 및 이용 제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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