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동통신 사업부문에 한계를 느낀 통신사들의 사물인터넷(IoT)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통신 3사는 각자 누구(SKT), 기가지니(KT), 유플러스 스마트홈(유플러스) 등을 통해 Io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T는 최근 보이는 AI스피커 ‘누구 네모 Ⅱ’를 출시했고, KT는 제네시스BBQ, 야놀자 등과 협약을 맺거나 협업을 진행하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요금제에 따라 AI스피커 이용요금을 면제했다가 이후 요금제가 바뀌면서 요금을 부과하는 등 소비자와의 분쟁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통신 3사는 2017년경부터 AI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IoT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인터넷 서비스와 IoT 서비스를 결합, 할인금액 상승에 따른 차액으로 IoT 상품 이용요금을 상쇄해주며 IoT 서비스 가입을 유도했다. 스마트폰 요금제에 대한 무료 혜택으로 IoT 이용요금을 면제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용자는 IoT 기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통신사는 IoT 회선 가입자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 7월 기준 IoT 회선 수는 1503만 2313으로 집계됐다. 2019년 12월 808만 3767회선과 비교하면 2배가량 증가한 숫자다.
그러나 결합상품이나 요금제 혜택 등으로 통신요금 이용계약이 복잡해진 반면, 이용계약 및 요금 할인액 등의 변경사항에 대한 통신사의 고지 의무가 없어 가입자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의 홈IoT ‘플러그’, KT의 AI스피커 ‘기가지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 통신분쟁조정 사례집에 따르면 분쟁조정 접수 상담이 가장 많이 진행된 유형은 ‘이용계약’으로 한 해 동안 3769건이 진행됐다. 2019년 6월부터 2021년까지 2년 6개월간 ‘이용계약’ 관련 상담은 1만 1348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품질’ 관련 상담은 5813건, ‘중요사항 설명 또는 고지안내’ 관련 상담은 4734건이다.
통신분쟁조정 피신청인은 대부분 통신사였다. 2021년 통신 3사의 분쟁 건은 970건으로 전체의 82.9%를 차지했다. 특히 KT가 490건(41.9%)로 가장 많은 분쟁이 접수됐다. KT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통신 3사 가운데 통신분쟁조정 신청 사례가 가장 많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는 금지행위로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요금, 약정 조건, 요금할인 등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설명 또는 고지하는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은 최초 판매 시에만 계약조건을 설명 또는 고지하면, 이후 요금할인 내용 등 이용계약이 자동변경 및 전환되더라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통신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허점이 있다.
스마트폰 요금제에 달린 무료 혜택으로 약정기간 동안 IoT 이용요금을 면제해준 KT의 경우, 스마트폰 요금제 변경에 따라 IoT 무료혜택이 중단돼 이용요금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한 고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요금제 변경에 따른 필수 안내 사항은 스마트폰 약정 위약금, 단말기 대납금, 미납요금 등이다.
KT 고객센터 측은 “스마트폰 요금제 변경(가입·해지)에 따른 필수적인 안내 사항에 별도의 스마트기기로 분류되는 IoT 서비스 관련 고지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고객이 요금명세서나 이체내역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IoT 서비스 해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2019~2020년 통신분쟁조정 사례집에는 ‘계약체결 시 IoT 서비스 무료제공 관련 보상요청’ 사례가 포함됐다. 신청인은 영업점에서 IoT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안내를 믿고 가입을 진행했으나, 이용요금이 매월 청구 및 자동이체 되고 있었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신청인은 “매월 이용요금이 청구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애초에 IoT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IoT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한 금액 전액을 보상할 것을 요청했다.
반면 피신청인인 통신사는 “영업점에서 신청인에게 결합상품 할인금액 상승에 따른 차액으로 IoT 상품 이용요금을 상쇄할 수 있음을 안내했다”고 반론했다. 또 “서비스 가입 당시 가족 구성원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MMS로 IoT 서비스 월 이용요금에 대해 고지한 이력이 있으므로 신청인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교부한 가입신청서에 IoT 서비스 이용요금, 월 납부액 등이 표기되어 있지 않아 신청인이 IoT 서비스와 관련해 별도 요금이 청구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며 기납부된 금액을 반환하도록 조정했다.
방통위는 매년 사례집을 통해 조정 사례를 알리고 이용요금 관련 고지 의무를 강화하고 있지만, 비슷한 피해는 여전히 발생한다. 이용자 피해 및 민원 사례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는 만큼 대응이 느리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이나 규정 또한 복잡한 요금제 계약조건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다양한 사례를 포괄하지 못한다.
방통위는 민원 사례를 바탕으로 지난 7월 통신사 제휴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해지 시 중요사항에 대한 고지를 강화했고, 지난해 2월에는 일정 연령 도달이나 약정기간 만료 등에 따른 요금제 전환 시 이용자 고지 의무를 확대했다. 그러나 IoT 상품 이용요금에 대해서는 사례집을 통해 관련 사례를 알렸을 뿐, 고지 의무 강화 등 제도 개선은 아직까지 추진하지 않았다.
통신사 또한 IoT 상품 이용계약 및 요금할인액 등 변경사항에 대한 고지 의무를 이용약관이나 정책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KT 소비자보호센터 관계자는 “스마트폰 요금제 변경 시 발생되는 IoT 기기 이용요금 관련 고지 의무가 담긴 규정이 없다”면서도 “(방통위가 지난해 2월 고지 의무를 강화한) 약정기간 만료 등에 따른 요금할인 변경 등에 대해서는 문자 발송을 통한 고지를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
원희룡표 아파트 주차장 공유, 실효성 따져보니
·
코로나 진단키트 '휴마시스', 급성장 뒤로 소액주주 간 분쟁 격화
·
1년 7개월째 조사만…경주 월성원전 오염수 누출 둘러싼 의혹 재점화
·
[단독] 검찰 조사받는 쌍방울그룹, 라임사태 관련자 다수 연루 정황 포착
·
규제 심판대 오른 단통법, '성지'도 '호갱'도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