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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진단키트 '휴마시스', 급성장 뒤로 소액주주 간 분쟁 격화

"주주 친화책 내달라" vs "회사 경영 지켜봐야"…경영권 관련 소송까지 번져

2022.09.23(Fri) 10:02:26

[비즈한국]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휴마시스의 일부 소액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주주 친화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가운데, 또 다른 소액주주 측은 회사의 경영방침을 지지하며 정반대 입장을 보이는 등 분란이 일고 있다. 주주 친화책을 요구한 소액주주 측은 10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까지 걸고 나섰다. 

 

휴마시스 군포 공장 전경. 사진=휴마시스

 

체외 진단 의료기기 개발·제조 업체 휴마시스는 2017년 9월 ‘하이제2호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와 합병하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20년에는 셀트리온과 함께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를 공동 개발해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자가진단 키트 덕에 휴마시스의 실적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 연결기준 매출 92억 원에 영업손실 9억 원으로 적자였지만 이듬해 매출 457억 원, 영업이익 254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2021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218억 원, 1936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 상반기 매출은 4412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매출을 넘은 상태다.  

 

실적뿐만 아니라 주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얼어붙을 때 휴마시스 주가는 무섭게 올랐다. 2020년 3월만 해도 1000원대였던 주가는 그해 7월 1만 원대를 기록했다. 주가는 시장의 관심과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며 올 초 3만 645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만 2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소액주주들의 회사를 향한 불만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높은 영업이익을 냈지만 주가 상승은 부진한 상황에서 주주를 위한 환원이나 주주 가치 향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휴마시스 주식은 소액주주 비중이 80.31%로 높다. 차정학 휴마시스 대표의 주식 비중은 6월 30일 기준 6.90%로, 특수관계인(배우자 등)의 비중을 합쳐도 7.58%에 그친다. 휴마시스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소액주주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주가 부양을 위해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5월 ‘휴마시스 주주협의체’를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주가 상승과 주주 환원 정책 요구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의 경영권을 보장하자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대립하며 소액주주들은 주주협의체(경영권 보장)와 ‘휴마시스 소액주주모임(반대 측)’으로 분열됐다. 

 

공시에 따르면 현재 주주협의체 대표 이 아무개 씨와 소액주주모임 대표 정 아무개 씨가 10월 14일 휴마시스 군포 공장에서 열리는 임시주총을 앞두고 각자 의결권대리 행사 권유에 나선 상황이다. 안건 찬반을 위해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모으려는 것. 이에 따라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더불어 소액주주 단체의 입장 차이로 휴마시스의 액면가 500원 주식 병합, 분기 배당 실시 등 굵직한 사안의 통과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총 결과에 따라 주가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휴마시스 코로나19 항원 신속진단키트. 사진=휴마시스

 

소액주주모임은 임시주총에 앞서 회사 측에 주주 제안과 주주 친화책 시행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두 차례 발송했다. 지난 1일 발송한 내용증명에는 △주주 의결권 활성화를 위한 전자투표 도입과 정관 변경 △경영 전문 이사 1명, 인수합병(M&A) 전문 이사 1명 선임 △소액주주 추천 감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50억 원으로 증액 등의 제안이 담겼다. 

 

그러자 휴마시스는 6일 주총 소집 공고를 통해 △이사 보수 한도 30억 원(이사회 결의) △이사 보수 한도 50억 원(소액주주 제안) △이사회 추천 이사·감사 선임의 건 △감사 선임 시 전자투표 도입(정관 변경) △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이사 해임 결의 조건(정관 신설) 등의 안건을 공개했다. 

 

이에 소액주주모임 측은 “소액주주 제안을 경영진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데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반발하며 “이사 보수 한도 상향, 사외이사 선임 등의 제안을 철회하고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부결할 것”이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휴마시스는 소액주주모임의 제안 및 철회를 반영해 19일 임시주총 소집 공고를 다시 게시했다. 정정된 안건에선 소액주주모임 제안이 빠지면서 이사회 측 결의안인 △이사 보수 한도 30억 원 승인 △이사회 추천 신임 이사·감사 선임이 유지됐고, △1주당 금액 100원에서 500원으로 변경(액면병합) △전자투표 도입에 관한 정관 신설 등이 반영됐다. 

 

소액주주모임의 제안 등에 대해 휴마시스 관계자는 “이사회 추천 인사 선임을 안건에 올린 건 주주 제안에 추천 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주주 가치 제고와 환원을 위한 회사의 노력으로 “두 차례에 걸쳐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300억 원을 체결하고 9월 중 자사주도 소각했다. 결산 배당과 신규 투자, 미국법인 설립도 진행했다. 액면병합 또한 단기 수익을 노리는 이들의 잦은 거래를 방지하기 방안이다. 최근 증시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회사 경영 활동을 지지하는 휴마시스 주주협의체 관계자는 “휴마시스가 자본금 확충을 위해 보수적으로 경영한 것이지 주주 가치를 침해한 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소액주주모임의 요구에 대해 “주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주가 급등을 목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면 자칫하다간 주가 조작이 될 수 있다. 무상증자를 요구하는 주주도 있는데 오히려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눈앞의 수익만 보는 게 아니라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이번에 안건이 부결되면 회사는 6개월 이상 배당을 하고 싶어도 못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차 대표와 사측이 경영권 방어와 회사 이익 추구에 힘쓴다고 판단한 소액주주모임 측은 회사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 소송에 나섰다. 소액주주모임 측 개인 주주 10명은 14일 차명학 대표 등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소송을 낸 상태다.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는 “내년 3월에 대표이사와 사외이사의 연임을 결정하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연임 여부를 봐야겠지만 장기적으로 대응한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에 관해 휴마시스 측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소액주주모임은 23일 오전 11시부터 휴마시스 군포 공장 앞에서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한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위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능하다면 (요구사항에 관해)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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