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구 공룡’ 이케아도 불황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한국법인 이케아 코리아가 마이너스 성장했다. 국내 진출 이후 꾸준히 승승장구하던 이케아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전략 실패, 국내 사업 후 첫 역성장
14일 이케아 코리아는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기준 매출이 618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직전 회계연도보다 10% 감소한 금액이다. 2014년 12월 국내 사업 시작 후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 코리아 대표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 뒤 여행, 외식, 영화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매장 방문이 줄고, 부동산 거래 건수가 줄어든 것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구업계 전반에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반짝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주택 매매 거래량도 크게 줄면서 수요가 뚝 끊겼다. 이케아뿐만 아니라 한샘, 현대리바트 등도 실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이케아 코리아는 실적 부진을 업계 불황의 탓으로 돌렸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코로나19 이전 가구업계가 불황을 겪을 때도 홀로 승승장구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 건설 경기 침체로 인테리어, 가구업계 전반이 실적 부진을 겪을 때, 이케아 코리아는 경쟁사와 달리 매출 신장을 달성하며 선방해왔다.
업계에서는 이케아 코리아의 코로나19 전략이 실패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케아 코리아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도심형 중소매장 확대를 강조했다. 도시 외곽의 대형 매장 대신 수도권 중심에 고객과 접점을 늘리겠다는 포부였다. 2020년 도심형 매장을 도입할 때만 해도 이케아 코리아 측은 “도심에 다양한 포맷의 매장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심 차게 도입한 도심형 중소매장은 2년이 채 되지 않아 조용히 사라졌다. 이케아는 2020년 서울 신도림과 천호 두 곳에 도심형 매장 ‘플래닝 스튜디오’를 열었으나, 지난 4월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이케아 신도림 플래닝 스튜디오가 입점했던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주변 매장 관계자는 “올봄에 이케아 매장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이케아 방문객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이케아 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유통 환경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플래닝 스튜디오 형식이 이케아의 다채로운 쇼핑 경험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신도림’,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 시범 운영을 종료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야심 차게 시작한 도심형 매장, 국내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
도심형 매장은 이케아 그룹이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사업 중 하나다. 이케아 그룹은 세계 10여 도시에서 도심형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 매장은 특정 부류 가구의 전문 매장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인데, 스웨덴 스톡홀름은 주방가구 전용 매장, 스페인 마드리드는 침실류 특화 매장 등으로 운영된다.
반면 국내 도심형 매장은 큰 특색이 없었다.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것 외에는 매장을 굳이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들지 못했다. 천호점은 506㎡(약 153평), 신도림점은 529㎡(약 160평) 규모로 대형 매장과 비교해 크기는 줄어 볼거리는 적었고, 쇼룸 형태로만 운영돼 현장에서 상품 구매가 불가능했다.
도심형 매장에서 배송비를 지불해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됐다. 이케아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배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도심형 매장은 일부 제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국내 사업을 전개하며 꾸준히 지적된 이케아의 배송료 문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두드러졌다. 이케아 코리아는 2018년 9월 공식 온라인몰 론칭 후 가구 배송비를 온라인 구매 시 5만 9000원으로 책정했다. 무료배송이 넘치는 국내 시장에서는 ‘배짱 배송료’로 통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의 경우 상품 가격에 이미 배송료를 포함하고 있어 무료배송 정책을 쓸 수 있는 것”이라며 “글로벌 브랜드인 이케아는 상품 가격과 배송료를 구분하는 구조다.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배송료가 과다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꼿꼿했던 이케아 코리아도 한발 물러섰다. 도심형 매장이 실패하고, 온라인몰 고객 확대에도 배송료가 걸림돌이 되자 배송비 정책을 바꾼 것이다. 5만 원 이상의 배송비를 유지하던 이케아 코리아는 지난해 일시적으로 배송비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4월에는 배송비 정책을 수정해 지역에 따라 2만 9000~3만 9000원으로 배송료를 낮췄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는 “이케아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배송료 부담이 커지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내 고객의 소비 환경에 맞게끔 현지화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서서히 그런 정책을 쓰는 흐름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케아 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옴니채널을 강화하고 고객 접점 개발 및 테스트 등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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