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베를린에서는 아시아와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아시아베를린 서밋(AsiaBerlin Summit)’ 행사다. 1997년 아시아 각국과 베를린시가 문화교류 행사로 함께 시작한 것을, 베를린이 스타트업 메카로 떠오르면서 아예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춘 행사로 탈바꿈했다.
아시아에 진출하고자 하는 베를린의 스타트업과 아시아 각국에서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모인 스타트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지멘스, 미쓰비시 같은 대기업부터 각국 대사관 등 공공기관까지 다양한 협력 파트너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로 치러진다.
올해는 무엇보다 아시아와 베를린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베를린의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들이 눈에 띄었다. 유럽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생태계이지만, 앞으로 혁신의 미래는 아시아에 있다고 보는 이들의 특별한 생각을 들여다본다.
#유럽 최대 모빌리티 혁신허브 ‘드라이버리’, 중국 일본 이어 한국 진출
아시아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는 드라이버리(The Drivery)다. 드라이버리는 유럽 최대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베를린에 있다. 드라이버리는 스스로를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라고 명명하는데, 마켓 플레이스에 오면 항상 물건을 살 수 있듯이 드라이버리를 방문하면 언제든 모빌리티 관련 기술과 기업을 만나고 그들의 기술을 도입·협업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리는 1만 ㎡의 거대한 공간에 모빌리티 관련 140개의 스타트업, 대기업, 연구기관 등이 모여 있는 살아 있는 모빌리티 혁신의 공간이자 800여 명의 멤버가 일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다.
2019년 베를린에 문을 연 드라이버리는 시작과 동시에 해외로 확장을 고민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곳은 중국. 드라이버리는 2020년에 드라이버리 차이나(The Drivery China)를 상하이 자동차 산업단지 안에 문을 열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독일 스타트업에 인프라를 제공하고 모빌리티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후 2021년에는 일본 요코하마시와 협력해 드라이버리 재팬(The Drivery Japan) 프로그램을 론칭해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독일 스타트업이 요코하마시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2022년 9월에는 베를린의 한국 파트너 123Factory와 협력, 드라이버리 코리아(The Drivery Korea) 프로그램을 오픈했다. 독일을 기반으로 한 유럽의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6개월간 1 대 1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드라이버리 CEO 티몬 럽은 독일 기업 오스람의 자동차 부문 아시아 태평양 R&D 부문 부사장을 역임했고 한국, 중국, 일본에서 다년간 사업을 이끈 경험이 있다. 그는 “시장, 기술, 트렌드 모든 요소를 갖춘 아시아와의 협력은 어느 산업에서나 필수적인 것”이라며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세계 창업자들에게 베를린 혁신 네트워크 연결하는 ‘실리콘 알레’
실리콘 알레(Silicon Allee)는 베를린의 스타트업 신을 전 세계 창업자들과 연결하는 혁신 생태계다. 세계 스타트업 관련 소식에 베를린의 테크 신 소식을 전하는 콘텐츠 파트너십 사업을 통해 베를린의 확성기 역할을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베를린 창업 생태계에 관한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한다.
또 베를린에 진출하는 전 세계 창업자들에게 창업자금을 직접 지원할 뿐만 아니라, VC(벤처캐피털)와 엔젤 투자자 네트워크를 통해 후기 단계의 창업자들이 투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창업자들이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아파트와 사무실을 임대하는 실질적인 사업도 부가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도움이 될 만한 투자 관련 이벤트뿐만 아니라 독일로 사업을 확장하는 스타트업에게 컨설팅도 상시로 제공한다.
이번 아시아베를린 서밋에서 실리콘 알레는 한국창업진흥원(KISED)의 지원을 받아, 7개의 한국 스타트업에 3개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한국과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크리에이터들이 움직이는 영상을 쉽게 촬영하게 도와주는 AI 스마트 거치대 피보(Pivo) 제작 스타트업 쓰리아이(3i), 스마트 체중계 등 디지털 헬스케어, K-뷰티 제품 플랫폼을 꿈꾸는 K-DOD(케이닷), 식물 스마트 공기 정화 솔루션을 내놓은 티엔지랩(TNGLAB)을 비롯한 킹메이커(Kingmaker), 드림팜 솔루션(Dreamfarm Solution), 더레알(TheLeal), 닥터 페록스(Dr. Perox), 엔저니(Angerny) 등 현재 스텔스 모드(stealth mode)로 다음 호흡을 준비하는 창업자들도 참여했다.
쓰리아이(3i)의 크리에이터&파트너십 팀장 지트 싱(Jeet Singh D.)은 “지난주 베를린 IFA를 마치고 바로 아시아베를린 서밋으로 달려왔다. 쓰리아이의 피보는 이미 150개국 이상에 진출한 제품으로, 세계 어디나 세일즈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라며 제품에 대한 열정적인 설명을 이어 나갔다.
실리콘 알레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장 그레이스 윌리엄스는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고, 2019년 블룸버그 혁신 지수 1위를 기록한 나라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정부 주도(KISED)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실리콘 알레와 같은 생태계가 젊은 창업가들의 국제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독일 스타트업의 아시아 진출 돕는 ‘저먼 액셀러레이터’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저먼 액셀러레이터(German Accelerator)다. 말 그대로 독일 스타트업의 세계 진출을 돕는 기관으로 독일 경제기후부 산하에 있다. 운영 주체는 저먼 엔터프리너십(German Entrepreneurship GmbH)으로 뒤셀도르프, 뮌헨, 실리콘밸리, 뉴욕, 보스턴, 싱가포르, 도쿄에 지사를 두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할 때 필요한 모든 것, 즉 현지 비즈니스 멘토,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적합성 검토뿐만 아니라 잠재 파트너, 고객, 투자자와의 연결을 돕는다. AI, 생명공학, 기후 관련 기술 회사에 대한 별도의 산업 분야별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저먼 액셀러레이터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 시나 정은 “현재 싱가포르와 일본에 저먼 액셀러레이터 지사가 있다. 독일 스타트업이 한국에 직접 관심을 두는 것은 드문 일이다. 기술력과 시장 주도성에 비해 아직은 한국이 저평가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저먼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많은 교류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제는 혁신의 아이디어가 한 곳에만 있을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탄생했더라도 유럽과 전 세계에서, 독일에서 시작했더라도 한국과 아시아에서, 또는 동시 다발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다. 기막힌 아이디어는 어디서나 통하고, 독일에는 이 아이디어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생태계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행사였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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