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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중국 보따리상 빈자리, 내국인으로 메우려 안간힘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폐점…라이브방송, 환율보상금 등 자구책 마련

2022.09.16(Fri) 18:07:23

[비즈한국]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고전하는 면세업계가 내국인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해 체질 변화에 나섰다. 항공 규제 해제와 무격리 여행지 증가로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실적 개선이 더딘 데다 고환율, 중국 보따리상 유입 제한 등 악재가 겹쳐 업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 7월에 매출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엔데믹(풍토병) 전환이 시작된 4월 이후 이어온 상승세가 처음으로 꺾인 것. 면세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환율 보상 정책을 도입하고 라이브 판매를 시작하는 등 내국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리오프닝 대표 종목으로 떠올랐던 면세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폐점을 결정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사진=롯데면세점 제공

  

#쌓여 있는 재고, 발 등에 불 떨어졌다

 

9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문을 닫는다. 특허기간은 올해 말까지였지만 6월 이사회는 코엑스점의 특허 갱신 심사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코엑스점 폐점은 면세업계의 실적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로 떠올랐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7월 국내 면세점의 매출액은 1조 2474억 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14.6% 감소한 수치다. 면세업계는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규제가 해제된 6월 8일 이후 여름휴가철을 기점으로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해외 관광객이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고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져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보따리상의 발이 묶여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면세 시장은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代工)’이 95% 이상 이끌었다. 기형적인 매출 구조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막상 따이공 유입이 제한되자 업계는 “기댈 곳이 사라졌다”는 분위기다.

 

증권사에서도 중국의 봉쇄 정책이 면세점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규진 SK증권 연구원은 “따이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 단체 관광 및 외국인 개별 관광으로 다변화를 꾀했지만 아직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중국 봉쇄 조치가 지속되면서 1인당 구매금액이 높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이 제한돼 외국인 이용객 평균지출액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힌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위). 중국 여행객들로 붐볐던 과거 시내면세점의 모습과 대비된다. 사진=비즈한국DB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면세업계에는 피해가 누적됐다. 국내 면세 매출액은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에 약 25조 원이었다가 2020년 15조 원대로 급락한 뒤 지난해 약 18조 원을 기록, 예전 실적을 거의 회복하지 못 했다. 주요 5개사의 영업이익도 83% 줄었다. 올해 상반기 3대 면세점 중 신세계와 신라는 각각 480억 원, 275억 원의 영업흑자를 냈지만 롯데는 89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조 4511억 원으로 매출액 1위인 롯데면세점이 적자 전환한 배경에는 미리 사둔 면세품 재고가 있다.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제품을 직매입하는 구조로, 제품을 대거 사들인 후 저렴하게 판매해 이익을 본다. 하지만 면세점의 주력 품목인 화장품, 옷, 가방은 유행에 민감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제때 판매하지 못한 재고가 쌓였다. 이 재고는 면세점을 찾는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으면 폐기된다.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손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은 약 7043억 원이었다. 지난해 8517억 원, 2020년 9773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재고 털어내기’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은 각 브랜드에서 상품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재고가 쌓이는 만큼 매입으로 인한 세금 부담도 커진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입고 후 2~3년 된 제품들은 반송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있다. 반송 시 해당 브랜드가 원가의 50% 정도를 면세점에 다시 주는 식”이라며 “면세점이 추가 할인을 하면 브랜드는 백화점 판매에 영향을 받으니 적정 수준을 유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정도고 사실상 할인율에 대한 손해는 면세점이 감수한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국내 수요를 붙잡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신라면세점 제공


#고환율 장기화·따이공 부재 속 ‘고육지책’

 

지역 봉쇄 조치로 인한 중국 관광객과 따이공 유입이 불안정한 조건에서 고환율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더 이상 면세 수요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위기다.

 

이에 면세점은 내국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높은 환율로 인해 면세가격이 백화점 가격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싼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국내 수요를 붙잡아 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고환율로 인해 면세점이 가격 경쟁력을 잃어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 고객을 뺏기는 흐름을 막겠다는 것. 실제로 입국 절차 간소화에 따라 면세점 이용고객은 조금씩 늘고 있는데 이것이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7월 면세점 이용객 97만 명 중 83만 명이 내국인이었다.

 

3대 면세점은 네이버, CJ 등 온라인 유통업계가 뛰어든 ‘라이브방송(라방)’을 순차적으로 시작했다. 인플루언서를 기용해 인기 상품들을 추가 할인해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점차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이 밖에 신라면세점은 최근 소비자 편의를 위해 인터넷 쇼핑 환경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면세품 소비의 핵심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율 대응 보상 정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15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3.70원을 기록해 14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은 구매 당시 환율이 1350원을 넘으면 환율 보상금(최대 50만 원)을 포함해 구매 금액별로 최대 297만 원의 적립금을 돌려주는 환율 대응 보상 정책을 내놨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4월에 시작한 제도로, 최근 환율 부담이 크게 늘자 증정액과 적용 환율 구간도 높게 조정했다”며 “재방문 유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6일부터 1인당 면세한도를 기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한 뒤로는, 주류세 덕에 가격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는 주류 상품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만큼 면세업계의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이 안 되니 내국인이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따이공의 빈 자리가 ​알려진 것보다도 ​더욱 크다”며 “최근 들어 내국인 지표가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런 마케팅 방안들은 불가피하게 도입한 측면이 강하다. 환율이 안정화되고 외국인 관광이 활성화돼야 면세점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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