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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 강조 SK, 미심쩍은 주식 거래 연달아 '시끌'

최태원 회장은 실트론 TRS 연장…디스커버리, 케미칼 지분 공개매수 '가격 적정성' 논란

2022.09.14(Wed) 17:55:56

[비즈한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SK그룹이 정작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주주 가치 제고를 이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판의 중심에​는 지주사 SK(주)와 중간지주사 SK디스커버리가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월 SK를 지배구조 부문에 문제가 있는 ‘ESG 문제기업’으로 지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주사 SK(주)는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지난해 12월 최 회장과 SK에 각각 과징금 8억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SK가 합리적 사유 없이 ​인수기회를 ​포기하고 SK실트론 지분 29.4%를 최 회장에게 넘김으로써 최 회장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 것이다. 

 

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과의 TRS(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통해 SK실트론 지분을 실질 보유하고 있다. TRS 계약에 따라 명목상 SK실트론 지분을 소유한 SPC(특수목적법인)는 ‘키스아이비제십육차’​이지만, 최 회장이 매수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최 회장과 SK는 지난 4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SK는 당시 지분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잔여지분 미인수는 합리적 경영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최 회장에게 지난 8월 말 TRS 계약 만료 전 매수선택권을 활용해 SK실트론 지분을 SK로 넘기라고 제안했다. 최 회장이 개인적 이득을 취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논란을 종식하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6월 논평을 통해 “최태원이 SK실트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들은 대표소송을 제기해 최태원과 SK(주)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어 회사의 손해를 회복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TRS 계약을 5년 더 연장했다. SK는 지난 8월 16일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정위의 제재현황을 알리며 재발방지대책으로 ‘행정소송과 별개로, 컴플라이언스 활동 강화’를 명시했다(관련 기사 'ESG경영' 강조한 최태원, SK실트론 지분 유지할까)​. ​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시정명령 이후 유사한 계약을 맺는다 하더라도 위반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안마다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공정위의 의결절차는 종료된 상황이고,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SK그룹의 화학·바이오 계열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지분 공개 매수를 추진 중에 논란이 불거졌다. 공개 매수 목적은 ‘경영성과 개선 및 주주 가치 제고’지만 지분 매수 가격이 자산가치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것. SK디스커버리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지분 34.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SK케미칼 주식 91만 9118주를 주당 10만 8800원에 공개 매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하는 SK케미칼 지분은 41.77%까지 늘게 된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주식 가격에 대해 ‘지난 2일 종가 9만 4600원 대비 15.01% 할증된 가격’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SK케미칼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펼쳐온 안다자산운용은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SK케미컬 지분 매수 가격에 SK케미칼이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가치(지분율 68.18%)가 반영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의 적정 주가를 주당 25만 원 수준으로 보고, 매수 가격을 15만 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했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공개 매수를 선택한 것은 환영하지만, 공개 매수 가격이 적정 주가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 투자본부 대표는 “SK디스커버리와 SK케미칼 주주의 입장이 다르다”며 “SK케미칼 주가가 많이 내려앉은 상황에서 애매한 가격에 공개 매수한다는 점에서 주주 가치 제고라는 목적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본격적인 주주활동을 벌일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에는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 또한 SK케미칼 주식 가치가 평가절하됐다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 SK케미칼로부터 물적분할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3월 상장하면서 SK케미칼 주가가 급락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4일 종가 기준 39만 6000원이던 SK케미칼 주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당일이던 지난해 3월 18일 30만 1000원으로 내려앉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SK케미칼은 배당 성향을 높이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3월에는 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하는 ‘극약처방’까지 했지만 주가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 가치 제고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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