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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2·방배신동아' 정비사업 수주전, 대형 건설사들 왜 발 빼나

불법 사전 홍보 논란에 대우건설·현대건설 시공사 선정 입찰 의사 철회 '눈길'

2022.09.14(Wed) 17:43:00

[비즈한국]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들이 불법 사전홍보 논란이 일자 수주판을 떠나고 있다.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인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에서는 네 차례 사전홍보 활동을 벌이다 적발된 대우건설이 입찰을 포기했다. 강남권 알짜 재건축 사업지인 서울 서초구 방배신동아아파트에서는 현대건설이 경쟁 구도인 포스코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홍보관을 조합이 제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주 의사를 접었다. 

 

정비사업 수주전을 목전에 둔 대형 건설사들이 불법 사전홍보 논란으로 수주판을 떠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비업계와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5일 마감된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 2차 시공자 선정 입찰은 삼성물산이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주민대표회의는 10월 29일 주민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지만, 유찰이 거듭되면 조합은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진식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흑석2구역 건축시설 시공을 담당할 시공자를 선정해 서울주택공사에 추천하고자 두 차례 입찰을 진행한 결과 삼성물산 1개 사가 입찰해 유찰됐다.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삼성물산을 수의계약 대상자로 입찰을 진행하고 추후 총회 상정업체로 상정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흑석동 99-3번지 일대 4만 5229㎥ 부지에 있는 노후 주택을 허물고 지하 7층~지상 49층 아파트 총 1216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정부가 2020년 5·6부동산대책에서 서울시와 함께 선보인 공공재개발 사업의 첫 번째 대상지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10년 이상 사업이 정체된 정비사업장에 단독 또는 공동 시행자로 참여해 규제완화 등 공적지원을 제공하는 정비사업이다.

 

당초 이 사업은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4월 마감된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은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해 유찰됐지만 주민대표회의가 5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공고를 내고 6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결과 디엘이앤씨,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5개 건설사가 참여해 수주전 분위기는 고조됐다.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을 거듭한 배경에는 건설사 사전 홍보가 있다. SH와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대우건설(4회), 롯데건설(1회), 삼성물산(1회), 지에스건설(1회) 등 4개 건설사가 흑석2구역 주민들을 상대로 개별 홍보 활동을 벌이다 사업 주체 측에 적발됐다. 입찰 지침에 따르면 주민들을 상대로 한 개별 홍보활동이 3회 이상 적발된 건설사는 입찰이 무효가 되고 향후 입찰 자격이 박탈된다.​

 

입찰 참여가 유력시되던 대우건설은 공동사업시행자인 SH로부터 입찰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SH는 지난 5월 “(대우건설) 개별 홍보 행위가 4회 적발돼 입찰 참가 자격 박탈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흑석2구역에 보냈다.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는 표결을 통해 대우건설 입찰 참가 자격을 박탈하지 않기로 했지만, 대우건설은 SH와 주민대표회의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주판을 떠났다.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최근​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방배신동아아파트 재건축조합원에 시공자 선정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현대건설 측은 안내문에서 “조합에 준법홍보지침 유지를 요청하면서 조합원 알권리와 공정한 홍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단지 내 개방된 홍보부스 설치를 허용할 것을 건의했지만, 조합은 서초구 내 1개소에서의 홍보를 허용하면서 특정 건설사가 홍보 금지사항인 전시관 관람을 시행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고, 홍보감시단은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과 무관한 당사 타 영업장 업무를 방해하는 일까지 있었다”며 “금번 입찰에는 저희가 지금까지 준비한 설계 및 사업조건을 보여드리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이 유력한 경쟁 업체인 포스코건설과 조합을 지적한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7월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 ‘오티에르’를 론칭한 이후 서초구 지하철 7호선 내방역 인근에 오티에르 홍보관을 열었다. 방배신동아와 약 1km 거리에 있는 이 홍보관 외에도 ​포스코건설은 ​강남구 신사동에 기존 아파트 브랜드 홍보관인 ‘더샵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은 “우리 회사는 조합이 제시한 홍보 기준을 준수하며 포스코건설을 믿고 기대하는 조합원들에게 강남 최고의 명품 아파트와 그에 맞는 가치를 선사하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실상 모든 건설사가 정비사업에서 암암리에 불법 홍보활동을 벌였지만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이를 근절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건설사는 여전히 조합원을 개별 접촉해 홍보활동을 벌이거나 금품·향응을 제공한다. 사업시행자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판세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지한 건설사들이 일찍이 수주판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전홍보활동과는 무관하게 사업 수주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건설사가 일찍 입찰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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