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라는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유럽의 긴장은 여전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와 더불어 경제 위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고 있자면 불안한 나날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과 경제인이 대면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한다. 리모트, 온라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2년의 팬데믹 기간에 확인했지만, ‘모름지기 사람은 만나서 얘기해야 일을 벌이고, 치르고, 만들어낸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이에 발맞춰 베를린에서는 연일 각종 박람회, 서밋,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스타트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점점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들고 투자 생태계도 위축되었지만, 혁신적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나오는 법. 기민한 판단력과 민첩한 움직임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혁신을 소개하고, 투자를 끌어모으며, 아이디어를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베를린에서 지난주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는 흡사 긴 겨울을 나기 전, 많은 기업과 관련 기관이 식량을 비축하려는 준비 태세와 같은 행사였다. 전 세계 기업, 특히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서로의 비즈니스를 소개하고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눈에 띈 것은 세계 여러 도시의 스타트업 지원 기관들이었는데,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거점을 둔 비엔나 비즈니스 에이전시(Vienna Business Agency)도 그 중 하나다. 비엔나 비즈니스 에이전시는 비엔나시와 비엔나상공회의소, 오스트리아 유니크레딧은행(UniCredit Bank Austria AG), 오스트리아저축은행(Erste Bank der Österreichischen Sparkassen AG)의 공동 경제개발 기금으로 1982년에 설립된 공공 기관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베를린 IFA에서 만난 비엔나 비즈니스 에이전시의 국제 사업 담당자 제니퍼 샤오쥔 장(Jennifer Xiaojun Zhang)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비엔나는 유럽과 전 세계 잇는 국제 허브
Q. 비엔나 비즈니스 에이전시는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들이 유럽에서 비엔나에 거점을 두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이들이 비엔나에 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A. 비엔나는 세계적으로 잘 조직된(organized) 도시 중 하나이다. 37%의 비엔나 시민이 오스트리아 출신이 아닐 만큼 국제적이며, 2027년에 인구가 200만 명이 될 것으로 기대할 정도로 유럽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다. 1인당 GDP는 유럽 평균의 약 2배고, 14만 개의 회사가 있는 등 여러모로 매력이 많다.
동유럽, 서유럽, 북유럽 등 어느 유럽의 도시와도 3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유럽 심장부에 있고, 비엔나 공항에는 210개의 직항 노선이 있다. 공항도 비엔나 시내에서 16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철도도 하루에 1000개의 노선이 있으며 14만 5000명의 승객이 오간다.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라는 이야기다.
국제 허브로서의 기능도 크다. EU 내 UN 본부가 있는 유일한 나라이고, IAEA, OPEC 등 50개의 국제기구가 자리하고 있으며, 1만 5000명의 외교관이 파견되어 있다. 22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 본사가 있고, 매년 4000개 이상의 전시회 및 컨퍼런스가 열린다. 90개국에서 2만 5000명의 주재원이 파견되어 있으며, 이들의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도 14개가 있다. 글로벌 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Q. 산업 분야를 봤을 때 비엔나에 특화되고 적합한 분야는 어디인가.
A. 정책적으로는 생명과학, 디지털 기술, 스마트 시티 관련 기술, 스마트 제조, 창의 산업에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관련 기업도 많이 모여 있다. 지금까지 비엔나는 관광지로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ICT 관련 산업의 매출이 관광 산업의 4배에 이를 정도로 관련 분야가 많이 발달했다. 중소기업 위주로 ICT 관련 테크 기업만 비엔나에 6500개가량이 있다. 여기에 5만 9000여 명이 고용되어 있다.
#스타트업 1000개 이상, 스타트업 축제 ‘비엔나업’엔 67개국 1만 명 참여
Q. 비엔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떠한가.
A. 위에 언급한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핀테크, AI, 블록체인 관련 생태계가 상당히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엔나에만 1018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2021년에만 97개의 빅 펀딩 라운드가 진행되었고, 그중 1억 유로(1391억 원) 이상의 대규모 펀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6월 초에는 67개국에서 약 1만 명의 참가자가 참여한 스타트업의 축제 비엔나업(ViennaUP ‘22)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제는 비엔나가 세계적 수준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 준 의미 있는 행사였다.
Q. 비엔나 비즈니스 에이전시는 국제적인 스타트업들이 비엔나에서 성장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A. 비엔나 비즈니스 에이전시는 비엔나시의 투자를 진흥하기 위한 공식 에이전시로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은 성격이다. 우리는 흔히 혁신가들을 돕기 위해 ‘360도 서비스한다’고 표현한다. 비엔나에 스타트업을 설립하면 펀딩, 공간(부동산·사무공간), 사업 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한다. 1년에 평균 3500만 유로(487억 원)의 펀딩을 지원하고, 스타트업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무공간도 지원한다. 스타트업이 사업적으로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코칭, 액셀러레이팅 등을 지원한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지원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Q. 세계 스타트업들에게 특히 소개할 만한 펀딩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A. 사이버 보안, 5G, 블록체인 또는 AI 관련 R&D 프로젝트 지원사업인 ‘Future ICT 2020’ 사업은 이미 시작해 2023년까지 진행한다. 모든 형태의 기업을 지원하지만, 스타트업에는 프로젝트 비용의 45%를 지원하는 등 가장 높은 비율로 사업비를 지원한다. 이와 별개로 국제 R&D 협력을 위한 자금 지원 프로젝트도 있다. 프로젝트 비용의 75%를 지원하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 디지털화 솔루션을 가진 기업을 지원하는 ‘비엔나 디지털(Vienna Digital)’ 프로젝트도 소개하고 싶다. 스타트업들이 비엔나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자신의 솔루션을 발전시킬 많은 기회가 있다. 우리 홈페이지를 방문해달라.
Q. 국제적인 스타트업들이 비엔나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도 있나.
A. 특별히 리로케이션 및 국제 사업에 경험이 많은 전담 컨설턴트를 두고 있다. 비자 발급, 스타트업 인재 발굴, 법률 및 회사 설립에 관한 문제 등을 돕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다. 가족을 위한 유치원 및 학교 등록 절차에 관한 도움, 거주 공간 찾는 것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한다. 스타트업을 잘하기 위한 기본 세팅을 돕는 셈이다. 외국에서 온 사업가와 주재원들을 위한 비엔나 엑스파트 클럽(Expat Club Vienna)을 운영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네트워킹할 기회도 제공한다.
Q. 비엔나 진출에 관심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에 한마디 한다면.
A. 우리는 만나야 한다! 비엔나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한 질문은 언제든 환영한다. 중국,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까지 중요한 아시아 국가와 비엔나를 연결하는 역할이 내가 하는 일이다.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을 돕기 위해 비엔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다.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를 아시아 지역과 연결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제니퍼 샤오쥔 장은 그의 역할에 걸맞게 에너지도 넘쳤다. 기품이 넘치는 도시 비엔나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도시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컸다. 같은 독일어권 국가이지만 독일과는 다른 매력과 생태계를 가진 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 신, 그곳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글로벌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는 아시아 여성은 또 다른 차원에서 나에게 가슴 뛰는 기쁨을 선사했다.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들에게도 비엔나와 유럽이 가슴 뛰는 기회의 땅이기를 기원한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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