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본 각지에 푸딩 전문점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푸딩은 일본인의 대중적인 디저트 중 하나. 인기 넘버원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디저트계의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오사카시 난바에 문을 연 ‘나의 푸딩식당’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원래 이곳이 오뎅을 전문으로 하는 이자카야(선술집)였다는 점이다. 현지 매체 ‘다임’에 의하면 선술집에서 푸딩 전문점으로 바꾼 후 손님 수가 15배, 매출은 10배가 늘었다. 업태 전환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2021년 4월, 오사카에서 여러 개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체 ‘마지마(MAJIMA)’는 큰 결단을 내렸다. 새로운 사업으로 푸딩 전문점을 오픈한 것.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80% 감소한 것이 배경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운영해온 저녁 영업 선술집을 튀김 테이크아웃 같은 음식점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푸딩 전문점 ‘나의 푸딩식당’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업태 전환의 시작은 출산을 앞둔 여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퇴사를 고민하던 여직원은 “푸딩가게를 내고 싶다”며 “낮에 문을 여는 카페라면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할 수 있지 않겠냐”고 털어놨다. 이 한마디가 계기가 돼 해당 사원을 중심으로 푸딩 개발이 이뤄졌고, 이색 전문점이 탄생하게 됐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오사카의 명물 주스를 푸딩으로 재해석한 ‘오사카믹스주스’다. 아래부터 복숭아, 딸기, 그리고 가장 위에는 밤하늘을 형상화한 사과맛 젤리가 올려진다. 섞어 먹으면 더 맛있는 ‘꿀 조합’으로, 푸딩과 젤리의 식감 차이가 입안을 즐겁게 한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기존 푸딩과는 결이 달라, 오픈 첫날부터 300개가 완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플레인푸딩을 비롯해 교토말차푸딩, 호지차푸딩, 제철 과일을 듬뿍 넣은 푸딩까지 아기자기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다임’은 “나의 푸딩식당은 SNS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순식간에 행렬이 생기는 가게로 등극했다”고 전했다. 추가로 2호점이 문을 열었고, 유명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도 진행했다. 여전히 하루 1000개 이상의 푸딩이 팔리고 있으며, 1년 만에 누적 판매 개수는 27만 개를 넘어섰다.
상품 개발을 담당한 나카야마 씨는 “안심·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무첨가 푸딩을 고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1년여 동안 영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푸딩을 균일하게 만드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온도에 살짝 변화가 있어도, 넣는 재료가 1g만 차이가 나도 푸딩의 맛과 색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째서 결과물이 달라졌을까.’ 그 답을 확인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한 해였다.
첨가물이나 안정제를 넣으면 쉽게 맛을 균질화할 수 있지만, ‘나의 푸딩식당’은 불필요한 재료를 넣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일본의 경우 슈퍼나 편의점에도 푸딩 코너가 따로 있을 만큼 꾸준히 사랑받는 디저트이기 때문이다. 나카야마 씨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간식이므로, 아이가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건강한 푸딩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푸딩 전문점의 인기는 다른 관광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7월 시가현 오쓰시에 위치한 사찰, 이시야마데라(石山寺) 앞에도 푸딩 전문점 ‘이시야마데라 푸딩’이 등장했다. 본래는 레스토랑인데, 가게 옆 매장을 개조해 푸딩 전문점으로 함께 꾸렸다. 사찰을 찾는 관광객이 타깃이며 새로운 지역 명물로서 푸딩을 판매한다.
이곳의 푸딩은 생크림을 듬뿍 사용해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일반 가게와 달리 이 지역산 농산물을 고집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다카기목장의 우유, 아사미야의 찻잎, 모리야마의 멜론 등 지역 특산물을 주재료로 쓴다. 역시 보존료나 착색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매달 제철 과일이 들어간 푸딩을 기간 한정 메뉴로 선보여 골라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브랜드 로고는 ‘일본 3대 명월’ 중 하나로 꼽히는 이시야마데라의 보름달 모습에서 착안했다. 심플한 병에 토끼와 달 캐릭터가 그려진 사랑스러운 디자인이다.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좋다.
가게 측은 “푸딩 전문점의 경우 기술자가 상주할 필요가 없고, 판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레스토랑이 개점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는데, 푸딩 전문점이 매상을 지탱해줬다는 것. “전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는 디저트, 푸딩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했다”고 가게 측은 덧붙였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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