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담은 낮게, 형평성은 높게”. 9월부터 시행되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에 대한 광고 문구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9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이 개편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의 65%인 561만 세대가량의 보험료가 월평균 3만 6000원 감소하고, 직장가입자 등 86만 세대인 112만 명의 건강보험료는 상승할 전망이다.
건강보험료율도 인상됐다. 복지부는 8월 29일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1.49% 인상했다. 이 결정으로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2022년 6.99%에서 2023년에는 0.1%p 인상된 7.09%가 된다. 복지부는 2018년 이후 인상률이 최저치라며 “물가 등으로 인한 국민의 보험료 부담 여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추진해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구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필수 사회보장제도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보건의료노조)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규탄하며 “6%가 넘는 24년 만의 최대 물가상승률, 사상 최대 가계부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 국민고통지수, 금리 상승으로 노동자, 서민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정부는 법으로 명시된 건강보험재정 국고부담 20%를 매년 어겨왔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건강보험료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드러냈다. 이 같은 내용이 공약집에 담기진 않았지만, 이번 건강보험료율 개편에 이어 건강보험료 재정개혁안에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양보험 간병지원 내용은 모두 사라져
윤석열 정부의 의료비 관련 공약은 △재난적의료비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의료비 부담 줄임 △지역의 부족한 응급의료·필수의료·의료인력 확보 △맞춤형으로 통합한 커뮤니티 헬스케어 제공 △정신건강 복지서비스 확대 강화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 앞당김 △국민의 간병비 부담 줄임 △고가의 항암제,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대해 신속등재제도 도입 등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핵심은 현재 6대 중증질환으로 제한하는 의료 진료비를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의료비 부담액 상한선을 수입의 1000분의 1에서 100분의 1로 상향하고, 연간 지원한도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국정과제에서도 이를 언급하며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모든 질환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은 내년부터 대부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8월 30일 복지부는 2023년 예산을 발표하며 “재난적 의료비 지원기준을 완화하고 지원한도 역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6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만 적용되던 지원이 모든 질환으로 확대된다. 의료비 역시 현행 연소득 대비 15% 초과 시 지원에서 10% 초과 시 지원으로 개선된다.
윤 대통령은 필수·공공의료 강화도 약속했는데, 국정과제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다소 달라졌다. 기존 공약은 ‘지역’에 초점을 맞춰 필수의료가 부족한 지역의 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평상시에 확보하고 공공병원 위탁 운영을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응급의료에 취약한 27개 지역에 대해 지역 특성별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안도 있었다. 그러나 국정과제에선 공약과 달리 ‘지역’이 강조되기보단 의료인력 확충 등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국립대병원 등을 중심으로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은 ‘공공병원 및 민간병원 육성’으로 교체됐다. 응급의료에 취약하다는 27개 지역에 대한 대책도 사라졌다. 예산도 줄었다. 2023년 예산안에서 ‘지역거점병원공공성강화’ 예산안은 2022년 1703억 원에서 2023년 1506억 원으로 11.6% 감소했으며, ‘의료 및 분만취약지 지원’ 예산안 역시 2022년 169억 원에서 2023년 168억 원으로 0.3% 감소했다.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약속은 ‘ICT 기반 활용’을 중점으로 변화했다. 기존 공약은 지역사회 케어가 필요한 경우 주치의가 돌봄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커뮤니티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지만, 국정과제에선 ICT를 기반으로 동네의원이 만성질환자에게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24시간 작동하는 정신응급대응팀을 운영하고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안은 ‘정신건강검진체계의 단계적 도입’으로 수정됐다. 응급팀 운영이나 정보시스템 등 구축에 대한 내용은 사라진 채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 전주기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2023년 복지부 예산안에는 정신의료기관 환경개선,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충 등 투자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
대선 기간 논쟁적이었던 ‘장기요양 간병 서비스 질 향상’과 ‘간병 지원’에 대한 내용은 모두 사라졌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간병 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간병인을 쓰지 않더라도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는 방침인데, 이 같은 방안이 요양병원 이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그런데 관련 정책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2023년 복지부 예산안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앞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예산에 대해서도 ‘미용이나 성형, 간병비 등 치료목적이 아닌 의료비’는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대선공약이 아니지만 국정과제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아동 진료체계 △비대면진료 제도화 △예방접종확대 등이다. ‘아동 건강 길라잡이 시범사업’을 도입하고,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일차의료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국가 필수예방접종을 기존보다 확대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외국인 건강보험 비판했지만 실제 개편될진 미지수
건강보험제도 개편에 대해선 공약집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이를 여러 번 언급하며 기존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외국인 등을 겨냥해 “국민이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습니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제도 개편이 국정과제에 포함되고 올해 본격적으로 재정개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8월 29일 “건강보험 재정개혁 방안을 마련하여 재정누수를 막고 건강보험 재정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10월까지 논의할 계획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개혁안은 △현재 국민이 받고 있는 건강보험 혜택은 그대로 유지 △재정지출이 예상보다 급증하는 항목 재점검 △과다한 의료 이용 및 건강보험 자격도용 등 부적정 의료 이용 관리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개선 등 재정 과잉·누수를 막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개혁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판과 달리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재정 수지는 지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어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변동될지는 미지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2018년 2255억 원, 2019년 3658억 원, 2020년 5729억 원, 2021년 5125억 원 등으로 4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개혁을 통해 절감한 재정에 대해 “필수의료 복원, 취약계측 의료보장 확대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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