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카카오T택시 '콜 몰아주기 없었다' 전수조사 결과에 택시업계 반발하는 이유

카카오 "가맹택시의 단거리 콜 수락이 더 많아"…개인택시들 "작년 알고리즘 밝혀라"

2022.09.09(Fri) 14:32:29

[비즈한국] 카카오모빌리티가 발족한 전문가 위원회가 ‘콜 몰아주기’ 의혹과 정면 배치되는 검증 결과를 내놨다. 가맹택시에 유리하게 배차하지 않았고, 호출 거리에 따른 차별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자체 결론이다.

핵심은 ‘차별 로직’ 존재 여부다. 위원회는 가맹 택시와 일반택시 사이에 발생하는 배차 차이는 알고리즘 때문이 아니라 가맹택시에만 적용되는 ‘목적지 표시’나 ‘자동배차’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가 아닌 택시기사 ‘콜 골라잡기’의 문제라는 것. 이번 조사 결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이를 통해 가맹·장거리 위주 배차에 대한 의심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카카오T가 콜 몰아주기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진행한 자체 검증 결과를 공개했다. 택시 배차 진행 과정.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차별 알고리즘 없다”

지난 6일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어 “카카오T 택시 배차 과정에서 가맹택시와 일반택시를 구분하는 변수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알고리즘 검증 조사는 지난 4월 발생한 17억 건의 중형택시 호출 데이터 이력을 전수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요 기준은 △배차 로직 △소스 코드(알고리즘 설계도) △소스 코드와 서버 운영의 일치성 △배차 실적 데이터에 기반한 배차 로직 운영 현황 등 총 네 가지다.

위원회 조사 결과 배차 과정에는 차별이 없지만 가맹 택시와 일반 택시 사이에는 ‘선택의 자유도’ 차이가 발생해 배차 성공률도 달라졌다.


위원회는 택시 영업 방식에 따른 의도적인 차별성이 존재하는지를 검토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부터 직영·일반택시 등 세 종류의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9월 기준 카카오T에 가입한 기사 수는 25만 명이고 이 중 카카오T블루 가맹은 3만 8000대 수준이다. 직영택시는 현재 900대 내외로, 가맹 사업이 자리 잡은 후 축소되고 있다. 

위원회는 가맹 기사가 일반 기사보다 배차 수락률이 높다면서도 이는 일반 기사의 콜 수락 행태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기사는 배차 전 목적지를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가맹 기사에게는 자동 배차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나타난 차이라는 설명이다.

김현 위원장(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은 “배차 과정에는 차별이 없지만 배차 실적에서는 차이가 발생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하나는 AI 추천배차 시스템 과정에서 택시기사 배차 거부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부 횟수가 낮은 택시에게 배차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가맹 같은 경우 (거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일반 기사 같은 경우 목적지가 표시돼 있어 단거리 콜보다는 중장거리 콜을 선호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해석해봤다”고 말했다.

택시기사가 콜 고르기를 개선하면 ‘모두가 평등하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카카오 측은 모든 가맹, 일반 택시 기사에게 충분한 배차 기회를 제공했고, 거리에 따른 차별 로직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도 강조했다. ​


위원회가 공개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일반 기사가 가맹 기사보다 수익성이 좋은 콜 카드(콜 요청)를 더 많이 받았다. 주행 거리가 길면 수익성도 높아지는데 가맹 기사에게 발송된 콜 카드의 경우 장거리 18%, 단거리 57%인 반면, 일반 기사는 장거리 20%, 단거리 54%였다. 위원회는 이를 두고 “배차 방식에서 영업방식에 따른 직접적인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관성이 있는 결과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서울시·공정위의 전방위 압박…탈출구 될까

검증에 나선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배차 시스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위해 꾸려 지난 3월 활동을 시작한 자체 기구다. 대한교통학회가 추천한 학계 교통분야 빅테이터 및 AI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됐다. 카카오 측은 “외부 전문가 집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업의 알고리즘 소스코드 전반을 직접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다”며 자체 조사의 독립성을 내세웠다. 

카카오가 택시 배차 시스템에 대한 국내 첫 연구에 나선 배경에는 서울시와 공정위의 전방위적 압박이 있다. 시작은 택시업계의 의혹 제기다. 택시업계는 2020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를 우선 배차하는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지난해 시민단체들까지 동일한 의혹을 제기하자 서울시는 올해 2월 미스터리 쇼퍼를 활용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고 있는 정황을 일부 포착했다. 택시업계에서 제기하는 것과 같이 일반호출 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의 개선 요청을 반박했지만 이튿날 공정위는 제재 진행 계획을 밝히며 맞받아쳤다.

이후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80~9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남용해 가맹택시에 배차를 몰아주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4월에는 콜 몰아주기 의혹 관련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까지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이번 조사가 해명 혹은 반박의 성격을 가지는 이유다.

이번 검증이 카카오 주도의 자체 조사인 만큼 신빙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사진=최준필 기자


외부 전문가가 플랫폼의 주요 알고리즘 소스 코드를 전수 조사하고 실제 배차가 로직대로 운영되는지까지 재차 확인한 이례적인 검증을 통해 카카오는 나름의 근거를 확보했다. 하지만 공정위 제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택시 업계와 시민단체가 “이번 조사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정위가 이미 심사보고서를 보냈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사건을 심사한 후 법 위반 사실이 있다고 판단, 조치가 필요할 때 심사 내용 및 조치 의견 등을 기술해 보고하는 문서다.    

일각에서는 조사가 이뤄진 올해 4월의 알고리즘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카카오모빌리티가 활용한 알고리즘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섭 서울개인택시평의회 회장은 “카카오가 전문가들을 초빙해 스스로 꾸린 위원회의 판단이고 검증이 이뤄진 알고리즘의 시기는 4월로 한정돼 있다”며 조사 내용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박원섭 회장은 지난해 10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함께 국토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조사의 경우 올해 4월에 적용된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짜여졌는지만 입증하고 있다며 “콜 몰아주기 의혹이 짙어지던 시기, 현장에 있는 많은 택시들 중 왜 카카오 가맹 택시에만 콜이 돌아갔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계를 짚었다.
 

공정위 신고를 진행한 단체들은 공정위의 전원회의 심사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례가 시장지배적 지위사업자의 남용행위인지에 관해 조사를 마치고, 위법성 판단에 대한 전원회의 심사결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위원회는 지금까지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최종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의도한 콜 몰아주기는 없다’는 결과를 앞세웠지만, 이전 배차의 수락률이 콜카드 수신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카카오 측은 “시간대 및 지역별로 보다 면밀히 분석해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며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증권형 토큰 규율체계 초안 공개, '제도권 편입'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 '시맨틱 에러' 흥행에도…자금줄 찾아나선 왓챠, 매각 성공할까
· 떼인 보증금 '역대 최대'…깡통전세, 전세사기 속에서 내 보증금 지키는 법
· 공정위·서울시에 맞선 카카오택시, '목적지 표시' 사라질 수 있을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