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워터풀’, ‘키즈풀’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키즈카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작은 수영장 시설이 마련된 키즈카페인 이곳은 개인이 정해진 시간만큼 대여해 이용하는 일종의 파티룸이다.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고객의 수요가 커지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안전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상가 건물마다 생기는 어린이 수영장
경기도 고양시의 한 키즈풀. 오전과 오후 2개 타임을 운영하는데 이미 10월까지의 주말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주말 기준 4시간 이용료는 20만 원이 훌쩍 넘지만, 예약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평일 시간도 9월 예약은 대부분이 마감된 상태다.
인천의 또 다른 키즈풀도 월초 예약 페이지가 열리기 무섭게 한 달간의 예약이 마감된다. 키즈풀을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요즘은 키즈카페보다 키즈풀의 인기가 훨씬 높다.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특히 물놀이 시설에 대한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온라인 창업 커뮤니티 등에서도 키즈풀은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키즈풀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가맹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래도 이용률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키즈풀 창업 붐이 일며 최근에는 안전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키즈풀이 단독 건물이 아닌 일반 상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수영장의 하중이 건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가 건물 4층에 있는 한 키즈풀은 수영장 사이즈가 가로 4m, 세로 3m이며 수심은 80cm 규모다. 들어가는 물의 양만 9톤이 넘는다. 또 다른 키즈풀도 가로 3m, 세로 5m, 물 높이는 70cm로 10톤가량의 물이 사용된다. 여기에 수영장 조적구조물이나 이용자 무게 등까지 더해지면 건물에 미치는 하중이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다.
키즈풀이 하나둘 생기던 2019년 무렵만 해도 업체 대부분이 건물 안전을 우려해 지하가 없는 1층 상가나 단독 건물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대료 부담 등의 이유로 1층이 아닌 상가 건물의 위층에 키즈풀을 오픈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물론 상가 고층에 위치한다고 해서 모든 키즈풀이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 건축설계사는 “건물의 구조계산 하중에서 적재하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그 범위에만 들어오게 수영장을 만든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들도 이를 위해 구조안전성 평가를 받은 뒤 공사를 진행한다. 구조안전검사를 통해 수영장의 하중을 버틸 수 있는 건물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키즈풀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키즈풀의 수영장 하중이 상당하다. 그래서 가맹점주에게 가능한 1층 상가에 창업할 것을 권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건물 위층으로 위치를 정했다면 안전을 위해 구조안전진단 검사를 진행한다”며 “구조안전진단을 통해 건물이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키즈풀 대표도 “혹시 모를 안전사고 및 누수 등의 문제 예방을 위해 구조안전진단 검토를 했다. 검토 소견을 참고해 원래 계획했던 수영장의 크기를 줄이며 하중을 낮췄다”고 말했다.
#구조안전진단은 사업주 ‘선택’
하지만 구조안전진단 검사를 생략한 채 키즈풀을 설계하는 업체도 있다. 구조안전진단 검사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구조안전진단 비용이 적게는 600만 원부터 많으면 1000만 원 이상이다. 안 그래도 키즈풀은 수영장 설비 등으로 창업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인데 구조안전진단까지 받아야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키즈풀이 공간대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 등이 필요 없다는 것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구조안전진단 검사도 사업주의 ‘선택’ 사항 중 하나일 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한 상가 건물 6층에 있는 키즈풀 업체 대표는 “구조안전진단은 별도로 받지 않았다. 건물주가 건물을 튼튼하게 지어서 문제 없다”고 말했다. 구조안전진단을 받지 않았다는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수영장에 물을 상시 받아 두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넣고 빼는 형태이기 때문에 구조안전진단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업체가 나서 구조안전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창업자를 설득하기도 한다.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최근 키즈풀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키즈풀 수영장에 들어가는 물의 무게는 3톤가량”이라며 “이 정도 무게로는 굳이 구조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된다. 공사를 꼼꼼하게 진행하면 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테리어 업체 대표도 “신축 건물이면 굳이 구조안전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건물의 안전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왕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는 “3~5톤가량의 물이 사용되는 소규모 수영장이라도 문제 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상가 건물이 정상 시공된 경우라면 괜찮지만, 건물이 노후화됐거나 혹시라도 엉터리 시공 등이 있었을 경우 자칫 사고가 날 위험성도 있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반드시 구조안전점검 등의 체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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