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KTX와 SRT, 무궁화호 등이 차량 문제, 인명 사고 등으로 기차의 지연이 잦은 데다 장시간 연착돼도 충분한 공지를 하지 않는다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8시경 용산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기 위해 수원역을 찾은 A 씨는 열차 도착시각이 적힌 전광판을 보고 놀랐다. 자신이 타는 열차가 20분 지연된 데다, 다음 열차는 무려 80분이나 지연됐다고 나와서다. A 씨는 열차 사고라도 난 건지 걱정이 됐지만 공식 홈페이지, 뉴스 등 어디서도 열차 지연에 관한 설명을 볼 수 없었다.
A 씨는 다음날 ‘여수시 소라면 덕양역 근처에서 행인이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숨졌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야 열차가 지연된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80분 지연된 열차는 여수EXPO 역에서 출발해 용산역에 도착하는 일반열차(무궁화호)였는데, 이 열차는 3일 오후 3시 11분 덕양역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로 인해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역에서는 지연 시간만 알려줄 뿐 자세한 설명이 없어 답답했다”라며 “장시간 열차 지연이 종종 발생하는데 앱이나 공식 홈페이지 등에 지연 사유나 조치 상황 등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SNS에서도 A 씨처럼 “용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80~90분가량 지연됐지만 안내가 없어 혼란스럽다”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적·환경적인 요인으로 열차 지연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A 씨처럼 답답함을 느끼는 승객이 적지 않은 이유다. 지난 7월 1일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수서고속철도(SRT)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7월 26일에는 경부고속철도 고모역-신경주역 사이 신호 장애로 상·하행 열차가 10~70분 이상 지연됐고, 지난 8월 29일에는 부산에서 행신으로 가는 KTX 열차의 바퀴에 이상 신호가 생겨 점검을 하면서 열차 운행이 대전역에서부터 15~38분가량 미뤄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장시간 열차 지연이 발생했을 때 역 내 전광판이나 직원을 통해 안내한다. 보상이나 대체 열차 이용이 필요한 경우 연착된 티켓을 구매한 이들에게 문자 등으로 개별 안내를 하고 있다. 코레일 측에 따르면 앞서 3일 지연된 무궁화호에 탑승한 승객에게는 두 차례 개별 연락을 하고 지연 보상금 50%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직원은 “지연 이유를 매번 방송하거나 공지사항에 올리진 않는다. 이는 항공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다만 지연 차량에 탑승한 승객에게는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SR 관계자는 “지연 안내 기준은 없고, 열차 여러 대가 지연되는 등 지연 규모가 큰 경우에 공지하고 있다”라며 “앱, 예매 사이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라디오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안내하며 지연 사유는 간략하게 설명한다”라고 답했다.
열차 지연 안내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지연 자체가 잦아 이용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B 씨는 지난 두 달 사이 열차를 타면서 절반 이상 지연을 겪었다. B 씨는 7~9월에 13번 열차를 탔는데, 7월 1일 탈선 사고를 포함해 여덟 차례나 출발 또는 도착시각이 지연됐다. B 씨는 대부분 고속열차인 KTX를 이용했고, 일반열차인 무궁화호는 1회 이용했다. 지연 시간은 전부 10분 안팎이었다.
B 씨는 “열차에서 내린 후 버스나 지하철로 환승해 이동할 때가 있는데 열차 도착 시각이 예고 없이 늦어지니 불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한 달에 한 번 이상 기차를 타는 편인데, 자주 탑승해보니 예정 시각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게다가 지연 시간이 20분 미만이라 보상은 못 받는데 일정엔 차질이 생기니 답답하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열차 지연 보상 규정에 따르면 20분 이상 40분 미만은 운임의 12.5%, 40분 이상 60분 미만은 25%, 60분 이상은 50% 환급된다.
최근 지연이 잦다는 의견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10분 이하의 열차 지연은 흔한 경우로, 요즘 갑자기 늘어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승객은 열차가 10~20분 지연된 경우 문제라고 느끼지만, 코레일·SR은 보상 기준에 따라 20분 미만 늦은 경우는 지연으로 보지 않는 데서도 차이가 있다. 앞선 관계자는 “5~6분 단위의 열차 지연은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이는 지연 사례로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열차가 1~3분가량 빨리 도착할 때도 있다. 하지만 승객들이 일찍 도착하는 건 상대적으로 덜 인식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한편 코레일과 에스알은 지난 4월 발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미흡(달성도 점수 0.75 미만)’을 받은 바 있다. 이 조사는 매년 서비스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로, 2021년 11월~2022년 2월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2021년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된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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