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국내 피해 상황을 살펴보면, 2022년 9월 1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전 인구의 절반 가까운 2332만 7897명이고, 누적 사망자 수는 2만 6876명으로 집계되었다. 같은 날 기준 국외 발생 현황은 확진자 수 5억 7721만 6820명이고 사망자 수는 644만 2649명으로 집계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인명피해 수치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애를 쓰고 있지만, 계속되는 변이균의 출현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코로나를 이겨나가긴 했지만 후유증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현대 의과학이 첨단으로 발전한 21세기에 작은 세균 하나로 인류가 이처럼 무력하게 당한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즈음에서 감염 유발 세균을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자연계의 수많은 세균과 싸움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어떻게든 더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서양의학은 외감병(外感病)에 대해 주로 항바이러스, 항곰팡이, 항박테리아 등 직접 균을 죽이는 방식의 약물로 대처해왔다. 이러한 방식은 급한 불은 끄지만 잠시일 뿐 금세 내성균 발현과 돌연변이 세균 등장으로 더 어려워진다. 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 세포에 기생해서 숙주의 성질에 맞게 자신을 바꾸는 능력이 발달했다. 이렇게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며 진화의 원동력이다. 자연계의 세균은 생존본능이 강해서 죽이는 방식으로는 세균의 세계를 결코 이길 수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를 이용해 숙주세포 내로 침투한다. 육상화 바닥의 스파이크가 지면에 강하게 밀착되듯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는 숙주세포의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한다. 비로소 바이러스-세포 간 융합이 일어나 바이러스 감염이 이뤄지는 것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빨판을 장착한 징 모양의 스파이크를 우리 몸 1차 방어벽인 피부, 눈의 각막, 비강과 구강, 기관지와 폐포, 위와 장의 상피세포에 끼워 넣고 자신의 RNA를 세포 안으로 집어넣어 증식을 시도한다.
이때부터 인체의 면역 방어시스템이 가동된다. 먼저 선천성 면역세포인 호중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자연살해세포(NK세포)가 바이러스와 싸운다. 싸우는 과정에서 여러 염증 물질과 발열 물질이 분비되면서 열과 기침이 나고 폐렴과 같은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 발생한다. 또 면역세포들은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해 다른 면역세포들이 활성화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되면 바이러스뿐 아니라 정상조직까지 공격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한다.
후천성 면역계(획득면역 또는 적응면역)는 특정 목표물을 표적으로 삼는 ‘저격수’로 구성돼 있다. 저격수 역할을 하는 T세포는 폐를 비롯한 전신에 초병처럼 퍼져 있고 림프절에는 집단으로 모여 있다. 항체라는 특수무기를 다루는 저격수인 B세포 역시 림프절에 모여 있다. 이러한 면역과정을 살펴보면서 서양의학의 코로나 19 치료법인 항바이러스 약물과 스테로이드 같은 항염증약 외에 또 다른 치료법은 없는지 모색했으면 한다.
한의학은 외감병을 다루는 데에서 보다 자연적이다. 외부에서 세균이 침입하면 항바이러스제 같이 죽이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숙주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해서 균을 몰아내는 방식을 취한다. 이것이 한의학의 감기 균을 이기는 부정거사(扶正祛邪) 법이다. 세균이 들어오면 킥아웃시키는 것인데, 바이러스-세포 간 융합을 막는 것이 아닌가 추론된다.
중요한 것은, 세균은 자기가 좋아하는 환경에서 증식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숙주의 환경을 세균이 싫어하는 환경으로 만들어 세균 스스로 나가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한약에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과도한 사이토카인의 반응을 조절하는 약이 있다. 약력은 약하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세균을 몰아내고, 환경 조절로 세균 증식 억제와 부작용 적은 천연 항바이러스 약물을 겸비한 한방 치료가 끝이 없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세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천연 코로나 치료제 활용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
중국에서 한방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한 사례를 소개한다. 후베이성 중서의결합의원에서 석고와 마황이 주재료인 선폐패독방(宣肺敗毒方)을 썼다. 선폐패독군(70례)과 양방치료군(50례)을 비교한 결과, 선폐패독군이 양방군보다 림프세포 회복이 17%, 임상치유율은 22% 높았다. 500례 환자에게 약을 투여한 결과 발열, 기침, 무기력 등 증상이 뚜렷하게 경감되었고, 1례도 중증으로 전환되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 19 감염 후 회복 치료에도 유의한 결과를 얻었는데, 사삼과 맥문동을 주재료로 한 사삼맥문동탕이 무기력, 짧은 호흡, 입 건조, 두근거림, 다한, 식욕 저하, 마른기침 등에 큰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특발성 섬유화 환자 23례에 양한방 병합치료를 적용했을 때의 결과다. 부데소나이드(Budesonide) 흡입치료와 더불어 황기 주사액을 겸용하여 3개월간 치료한 결과, 유효율이 양방 단독 치료군보다 65.22% 높은 86.96%을 보였다고 한다(P<0.05).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때, 내가 있는 위담한방병원에서 면역기능을 올려 균을 몰아내고, 환경 조절로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의 한방 치료제인 ‘감솔탕(감기솔루션탕)’과 천연 항바이러스 약침을 개발했고 감솔탕으로 많은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한 임상 경험이 있다. 그런데 코로나 환자에겐 적용할 기회가 없었다. 국내에서 코로나 환자의 한방 치료가 완전히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20년, 의대 교수인 친구가 뉴욕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딸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40도 이상의 고열과 후각 마비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기도를 부탁한 일이 있었다. 나는 급히 미국에 가는 인편으로 감솔탕과 약침액을 보내줬다. 타이레놀과 냉찜질로 견디던 딸은 감솔탕 복용 후 이틀 만에 열이 내리고 후각 마비가 풀려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이 일로 나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 병원 직원들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양방 치료와 함께 반드시 감솔탕을 복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대부분 발열 등 증상이 빠르게 완화되었고 후유증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함께 걸린 친구는 사망했는데 우리 직원은 감솔탕을 먹고 거뜬히 견뎌내고는 내게 고마워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본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감솔탕을 소개했다.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감염 초기에 복용하면 신기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고 격리 병동에서도 자기만 경과가 좋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내 자랑을 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빠른 증상 개선과 중증 및 사망자 수 감소, 후유증 최소화 등 한방 치료가 이바지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말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한방 치료를 할 수 없는 국내 의료 환경으로 인해 개인이 선택해서 치료할 수밖에 없고, 과학적 임상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얻게 된 결과이지만 분명 주목할 만한 것이다.
만약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식이 아니라 몰아내는 방식의 치료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널리 적용된다면, 변이균 출현이나 중증 이행 등의 난제를 해결할 길이 열릴 것이다. 특히 양한방 협력을 통해 치료의 안전성과 시너지 효과를 이룬다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가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서양의학, 한의학을 융합한 시너지 의학으로 이뤄지는 행복한 암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 최서형 박사는 양의학과 한의학을 융합하여 최고의 미래 의학을 구현하기 위해 1992년 양·한방 협진병원을 설립하고 두 의학 융합 방법론을 창안했다. 이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의 신지식인 의료계 1호로 선정됐다. 현재 담적 전문병원인 위담한방병원과 암, 치매,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충주위담통합병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서형 위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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