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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RA 시행 후폭풍,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등 관련 업계 날벼락

테슬라 전기차 국내에서 연 1천억 보조금 지급 받아, 정부·업계 대책 마련 진땀

2022.09.01(Thu) 11:01:19

[비즈한국]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등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게 미국의 속내지만 전기차와 관련한 직격탄이 국내 업계에 떨어졌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제조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은 판매 확대에 필수 요건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제조 원가에서 거의 절반 수준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IRA 시행으로 북미에서 조립되지 않은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이 중단돼 현대차는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배터리 원산지 규제로 핵심소재에 대한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에서 수입 판매되는 미국과 중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주지만 정작 국산 전기차는 현지 시장에서 보조금 차별을 받는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5월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는데 이 기간 중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났다. 정의선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 등 2025년까지 105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 투자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50억 달러,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건립에 55억 달러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현대차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IRA 서명하면서 그 후폭풍이 현대차그룹에게 떨어졌다. IRA 시행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는 신차 기준 최대 7500 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 코나EV, 제네시스 GV60, EV6, 니로EV 등 5개 전기차 모델을 판매 중이다. 그런데 이 차종들은 모두 국내 생산 후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그간 현대차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워 올 상반기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 점유율에서 테슬라(70%)에 이어 2위(9%)를 기록했다. 올 들어 7월까지 현대차 기아차의 전기차 미국 수출량은 3만 948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 급증했다. 그런데 IRA 시행에 따라 보조금 수급 제외로 가격 경쟁력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IRA로 인해 미국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는 기존 72개 모델에서 21개로 축소됐다. 보조금을 받는 차종은 독일 5개, 일본 2개, 스웨덴 1개를 제외하면 13개는 테슬라 등 미국 제조사 차종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다. 내년부터 미국에서는 배터리 원산지 규제가 추가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3사도 비상이 걸렸다. 북미산 전기차 중에서도 장착한 배터리에 들어간 핵심 광물과 부품의 원산지 비율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원되기 때문이다. 

 

광물과 배터리 미국 생산 비중은 내년부터 적용하며 매년 10%씩 상향조정된다. 광물은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가공한 비율을 내년 40% 이상에서 2027년에는 8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배터리 부품은 내년 북미에서 제조 조립한 물량을 50% 이상에서 2028년부터는 100% 사용해야 보조금 혜택을 준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문제는 핵심소재에 대한 중국산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는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코발트와 흑연 수입액 중 모두 중국산에 8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미국 재무부 장관이 제시할 배터리 핵심 광물 25종과 부품 요건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관련 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제 2차관은 8월 26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나 IRA에 대한 우려를 잇달아 전달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월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IRA가 한미FTA나 WTO(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 소지가 크고 필요할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훈 외교부 차관은 8월 30일 열린 국회 외교토일위원회에서 “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2025년까지 유예하는 잠정 조치를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IRA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시행령을 고쳐 IRA 요건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중간 선거 전까지 국내 업계에 불리한 조항에 대한 수정 등 물밑 작업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단장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고위 관료로 구성된 정부합동대표단은 8월 29일 미국을 방문했다. 9월에는 산업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아 미국 측과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8월 30일 여야 합의로 IRA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정부가 한국 기업이 미국으로 전기차와 배터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차별 대우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적극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에서 미국과 중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과 달리 국산 전기차들은 현지 시장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올 상반기 수입 전기 승용차 업체에 지급한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한 보조금은 모두 822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448억 원이 미국산 수입 전기차에 지급됐는데 특히 테슬라는 약 442억 원을 지급받았다. 일반적으로 하반기에 신차가 더 팔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테슬라 수입 전기차에게 지급되는 보조금만 1000억 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전기버스 중 중국산 점유율은 전년 30.9%에서 38.7%로 증가했고 보조금은 전체 전기버스 보조금 중 35.1%, 약 60억 원을 수령했다. 

 

복수의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국은 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도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정책을 이에 걸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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