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명 ‘리딩방’으로 불리는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난립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100개 이상의 업자를 직권 말소했지만, 8월 30일 현재 금융소비자정보포털(파인)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2030개에 달한다. 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이유는 진입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데다, 법망을 피해 변칙적인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월 40개 이상 새로 등록…불법 영업행위 급증
유사투자자문업자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금융 투자 상품에 관해 투자 조언하는 업자다. 이들은 1대1 투자 상담(투자자문업), 카피 트레이딩·주식자동매매(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다. 1997년부터 신고제로 도입했는데, 이들의 불법 영업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2019년 7월부터 금융당국이 관리 감독을 강화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영업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오픈 채팅, 문자메시지 등으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리딩방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종목을 추천하고, 채널에 오픈채팅방 주소 등을 남겨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이 흔하다. 나머지는 케이블 증권방송에서 얼굴을 알린 뒤 회원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테크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행위도 활발해졌다. 개인 투자자에게 실현 불가능한 수익률을 제시하고 고가의 이용료를 받는 것이 그 예다. 불법적으로 1대1 투자 상담을 진행해 투자자에게 이용료를 받거나, 이용료를 받은 후 채팅방을 없애고 잠적하는 것도 빈번하게 사용하는 수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민원 수는 2018년 905건에서 2020년 1744건으로 급증했다. 불법 영업행위가 수사 의뢰로 이어진 사례 또한 2018년 21건에서 2021년에는 27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리딩방 문제가 알려졌는데도 유사투자자문업자가 활개 칠 수 있는 건 등록 방식이 신고제인 데다, 조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신고제 특성상 진입요건이 사실상 없고, 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영업규제를 적용 중”이라며 인지했던 부분이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 대표자, 명칭, 임원 등의 허위 신고 시 처벌을 강화하고 영업방식을 세분화해 신고하도록 했다. 또 일제 점검을 늘리고 주기적으로 직권 말소를 실시해 문제 업자를 정리하고 있다.
당국은 올 상반기에도 유사투자자문업자 1912개(2021년 12월 기준) 가운데 126개를 폐업·불법 업자로 직권 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차례 정리에도 8월 26일까지 파인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벌써 2030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1월 1일부터 8월 30일 사이 신고한 업자는 356개에 달한다. 매월 40개 이상의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생기는 셈이다.
유사투자자문업 신고 절차는 이렇다. 먼저 금융관련법령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지 않고, 최근 1년 사이 금투협회의 건전영업 집합교육을 이수한 자여야 한다. 이후 파인이나 금감원 사이트에서 신고서를 다운로드 받아 작성한다. 신고서에는 △상호와 소재지 △대표자 및 임원, 소유자 및 대주주에 관한 정보 △자본금·출자금 규모 △업무 종류와 수행 방법 △법령 숙지 현황 △인적·물적 시설 구비 현황 등을 적으면 된다. 여기에 사무실 계약서류,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부등본, 교육이수증 등을 추가로 제출한다. 항목은 많지만 작성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신고할 때만 개설한 홈페이지 수두룩
비즈한국은 유사투자자문업 신고 및 운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6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지난 3개월간 파인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자 175개의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했다. 업자 대다수가 온라인상에서 영업과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자들은 일반 웹사이트보다 네이버 카페, 블로그, 유튜브 채널을 주로 사용했다. 일부 업자는 홈페이지 주소를 기재하지 않았다.
확인 결과 175곳 홈페이지 중 약 16개가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폐쇄한 카페·블로그였다. 신고 당시에 개설했다가 없앴거나, 틀린 URL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구독자 4300여 명의 유튜브 채널을 가진 업자의 경우 파인에 등록한 홈페이지 주소가 실제 유튜브 채널 URL과 달랐다. 유사투자자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마케팅, 뉴스 클리핑, 해외직구 블로그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에 오픈 카톡방 또는 텔레그램 링크를 올려두고 입장을 유도하는 업자도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개별 투자자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와 양방향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에 신고 시 답장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유튜브 방송 댓글 창을 비활성화하는 등 답신 방지 수단을 제출하는 이유다. 별도의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면 이곳에서 개별 투자 자문이나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홈페이지 주소는 있지만 전혀 관리하지 않거나 게시물이 없는 유령 홈페이지도 약 71곳에 달했다. 이 홈페이지들은 주식 정보 제공이나 영업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업자로 신고할 때 제출하기 위해 임시로 개설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파인에 공개된 목록엔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영업 방식이 나오지 않아 이들이 사이트 외에 어디서 사업을 영위하는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자가 폐쇄적인 경로를 통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어도 알 길이 없는 셈이다.
이처럼 적당히 서류를 갖추면 손쉽게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 금융당국의 사후 관리까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유사투자자문업이 음지에서 크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어 신고제로 양성화한 것으로 안다. 업자들은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들 대부분 악랄한 방법으로 유료 회원을 모집하거나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는다. 리딩방은 투자자의 불신을 키우고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유사투자자문업 관련법과 제도에 허술한 부분이 많다. 신고부터 관리까지 구멍이 많아 변칙적인 영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기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설립(신고)은 자유로운데 관리 감독은 소홀하다. 일반적인 사기 범죄와 달리 사기꾼을 특정하거나 밝혀내기 쉽지 않고, 리딩방 피해자가 계좌 지급정지를 하는 것도 어렵다. 금융사나 금융당국이 피해를 줄이는 데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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