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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후원 방문판매에 대한 '창의적' 해석이 등장했다

직하위 판매원을 법인·독립 사업자로…후원 방문판매법 유리하게 해석해 사업하는 업체 등장

2022.08.29(Mon) 12:23:28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후원 방문판매는 직하위 판매원의 실적에 의해서만 후원수당을 산정·​지급하는 제도다.

 

후원 방문판매란 특정 판매원의 구매·판매 실적이 그 직근 상위판매원 1인의 후원수당에만 영향을 미치는 후원수당 지급방식을 가진 판매조직 또는 판매 형태를 말한다(방문판매법 제2조 제7호). 방문판매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후원 방문판매자가 후원 방문판매원에게 판매원 자신의 직근 하위 판매원이 아닌 다른 후원 방문판매원의 구매·판매 등의 실적과 관련해 후원수당을 지급하거나, 이런 지급을 약속해 후원 방문판매원을 모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한다. 

 

위 조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1대에서 시작해 다음 대로 내려가는 판매조직에서 1대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경우 직하위 판매원, 즉 2대 하위 판매원까지의 실적에 기초해 산정한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허용된다. 하지만 그보다 하위 직급에 위치한 판매원의 실적에 따라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 논리를 확장하면 어느 판매원에게 ‘회사 전체’ 또는 ‘특정 지점’의 매출 n%를 지급하거나 해외여행, 할인 혜택 등 회사의 비용이 드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모두 금지된다. 회사의 매출이나 비용은 직하위 판매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소속된 모든 판매원의 매출·비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판례에 의하면 후원수당의 산정·​지급 방식에서 금지하는 범위는 상식적인 수준보다 훨씬 넓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법 조항 문구만 보면 후원수당을 규제하는 경우는 그 후원수당을 하위 판매원의 구매·​판매 실적에 기반해 산정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판례는 조직관리, 판매지원 등의 업무에 기초해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방문판매법의 규제를 받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즉 후원 방문판매자가 판매원에게 조직관리 보너스·지점장 급여 등의 명목으로 경제적 지원할 경우, 보너스나 급여를 산정한 기초가 해당 판매원의 직하위 판매원의 실적뿐만 아니라 다른 판매원 또는 회사의 실적도 포함된다면 이는 법 위반이 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 2019누48129 판결은 본사와 지점장이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지점장이 직접 판매하지 않았더라도 지점장이 하위 판매원을 모집할 권한을 갖고 자신에게 속한 하위 판매원을 지원 및 관리하는 업무를 계속 수행했다면, 지점장에게 지급된 고정 급여는 실질적으로 하위 판매원의 실적에 따른 후원수당에 해당하므로 방문판매법의 적용 대상이라고 판시한 경우도 있다.

 

후원 방문판매는 최종소비자 매출비중이 70% 이상을 충족하는 ‘옴니트리션 요건’을 충족하면 공제조합 가입, 후원수당 상한율 초과 지급 제한, 판매상품 가격 규제 등 3대 규제를 면제받는다. 다단계판매업은 과거부터 3대 규제를 완화하거나 면제하는 의견을 개진해왔지만 여론이나 정치권의 반응은 전무했다. 이런 점에서 후원 방문판매자에게 옴니트리션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3개 규제를 면제하는 것은 파격적인 혜택이기는 하다.

 

2020년 9월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방문판매 분야 불법행위 점검 결과 및 코로나19 확산 차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후원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실적 범위는 직하위 판매원으로 한정하고, 다른 명목으로 판매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되므로 그동안 후원 방문판매로 인정받는 실익은 크지 않다고 여겨졌다. 후원수당의 산정범위가 직하위 판매원의 실적에 한정돼 있어 후원수당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하위판매원을 많이 모집하거나 가입시킬 유인도 없어 조직 관리나 하방 확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2012년 후원 방문판매 제도를 도입했지만 업계에서 별다른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업계의 창의적인 해석으로 잠들어 있던 이 제도가 새롭게 활용되는 듯하다.

 

후원 방문판매는 직하위 판매원의 실적에 의해서만 후원수당을 산정·​지급하는 제도다. 그런데 직하위 판매원이 반드시 개인일 필요는 없다. 법인일 수도 있고, 독립적인 방문판매 사업자일 수도 있다. 따라서 회사가 직하위 판매원 실적에 기반해 후원수당을 지급한 경우, 직하위 판매원의 실적이 법인이나 판매조직의 실적을 의미해도 이를 방문판매법에 위반된다고 단정 짓기는 애매하다. 

 

이를 두고 ‘관리인 등이 상위 판매원과 같이 판매조직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판매업자로서의 실체를 갖춘 경우(판매조직을 개설·​관리·​운영하는 경우)에는 독립적으로 후원 방문판매업으로 등록하고, 판매와 청약 철회·​후원수당의 지급 주체가 되는 경우라면 독립된 후원 방문판매자업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본사가 관리인에게 후원수당을 지급할 때 후원수당에 관리인 본인뿐만 아니라 관리인이 운영하는 판매조직 전체의 실적이 포함됐더라도, 그 관리인은 독립된 사업자이므로 방문판매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앞선 내용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문해력이 부족하거나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규제를 회피하거나 회색지대를 찾는 작업은 언제나 복잡한 논리 조작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아직 법원 등에 의한 공권적인 판단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적법하거나 정당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다만 사업하는 사람은 법적인 판단을 받는 것보다 지금과 같은 불명확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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