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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채권 투자를 무조건 안전하게만 볼 수 없는 이유

개인 채권 투자 수요 급증…비교적 안전하지만 묻지마 투자는 지양해야

2022.08.26(Fri) 17:26:02

[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최근 채권 투자에 관심이 갖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났다는 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하는 투자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개인들의 매수세가 늘어났다고 했다.

 

최근 크레딧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채권으로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채권을 10조 183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개인 투자자 채권 순매수액인 4조 5675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봤을 때도 채권 순매수액 3조 5199억 원보다 3배 가량 늘어났다. 표면금리(쿠폰금리), 즉 채권에서 지급하기로 약정된 금리가 연 4%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개인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

 

채권은 안전자산이 맞지만 제대로 알고 투자하지 않으면 수익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전채를 매수하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연초까지 여전채 장외채권 잔고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0.4%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해 지난 달 중순 이후 상승 폭이 가팔라졌다. 그 사이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약 2.0%까지 늘어났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에게 투자자산으로써 여전채가 급부상한 이유는 단연 절대금리의 메리트라는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달 AA등급 여전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4.4%, A등급은 5.11%를 기록했다”​며 “​현재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의 금리가 기본 2.0% 중반 수준에서 최고 3.0% 후반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유통채널에서 수수료를 차감하더라도 현재 여전채의 금리 레벨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또 여전채의 발행만기가 줄어든 것도 개인 투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김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 특성상 대체로 만기보유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2년 안쪽까지 축소된 여전채의 발행만기는 큰 부담없이 투자할만한 기간”​이라고 했다.

 

채권은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에서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대신 원금과 이자를 언제 갚을지를 정한 차용증서다. 발행기관에 따라, 국채, 지방채, 특수채, 은행채, 회사채 등으로 나뉜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고, 채권 가격은 발행기관의 안정성과 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처음 투자한다면 안정적인 국채나 만기가 짧은 중단기채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정설이다. 회사채의 경우, 투자금액이 적고 만기가 다양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채권 투자가 안전자산 투자로 분류됨에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가령, 친구한테 돈을 빌려줄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차용증서를 쓰기 전 얼마를 얼마만큼의 기간으로 빌려주는지, 이자는 얼마나 받을지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친구가 원래 신용이 있는 친구였는지, 돈을 갚을 능력과 이자를 지급할 능력이 되는지 등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모두 따져서 나에게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비로소 차용증서를 쓴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채권 투자에 좋은 시기라고 무작정 투자할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에 대해 꼼꼼히 비교하고,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신용등급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즉, 경제 상황과 신용등급, 표면금리, 만기 등을 따져봐야 한다. 만약 만기일까지 채권을 갖고 있으면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만기 전 신용등급이 오른 경우, 매각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만기까지 갖고 있는 경우, 이미 책정된 이자 수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시세 차익으로 얻는 이자 수익은 비과세 혜택이 있다. 

 

그렇다면 채권 투자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직접 투자하거나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나 채권 펀드로 소액으로 간접 투자할 수 있다. ETF나 펀드의 경우, 수수료와 세금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거나 원금 손실의 위험도 있어 이 역시도 따져보고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채권이라고 하면 흔히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자산’​은 맞지만, 어떤 채권이냐가 투자에 중요한 판단 요소다. 안전자산이라는 단어에 빠져 예금이나 적금처럼 원금 손실이 없을 것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안전하다고 해서 투자했다고 입을 모은다.

 

채권을 투자하고 싶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우선 채권 전문가들의 리포트를 읽어보자. 채권에 대한 투자는 현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채권 전문가들이 미국 금리인상이나 글로벌 경제지표, 한국은행 금리인상 등에 민감하게 바라보며 보고서를 내놓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은행이란 맑은 날 우산을 빌려주었다가 비가 오는 날 우산을 내놓으라고 하는 곳”​이라는 말을 남겼다. 안정성 있는 투자를 하면서도 좋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영업점 직원도 결국 회사의 수익을 내기 위해 일한다. 누군가가 투자하니까, 누군가가 권유했으니까 투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 투자의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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