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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심판대 오른 단통법, '성지'도 '호갱'도 사라질까

'온라인 성지' 부작용 여전…경쟁 심화 가능성에 통신사·양판점·알뜰폰 각기 다른 셈법

2022.08.25(Thu) 18:03:40

[비즈한국] “매일 정책이 바뀝니다. 시세표 다시 확인 부탁드려요.” “가격, 시세표 캡처, 민감한 조건 문의 시 자동으로 상담이 종료됩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의 여파로 생겨난 이른바 ‘온라인 성지’에서는 여전히 불법적인 추가지원금을 활용한 휴대폰 판매가 성행 중이다. 단통법은 당초 판매점이나 구입 시기, 구입 방법 등에 따라 들쑥날쑥한 추가지원금 탓에 누구는 휴대폰을 저렴하게, 누구는 비싸게 사는 문제를 막기 위해 생겨났다. 추가지원금에 상한을 둬 이용 요금제 등에 따른 소비자 차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단통법을 피해 추가지원금을 지급하는 판매점들이 음지로 숨어들면서 정보 불균형에 따른 차별적 거래는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결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는 대리점, 일명 ‘온라인 성지’를 찾아나서느라 혈안이 됐다.

단통법의 여파로 ‘온라인 성지’가 생겨나면서 이를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만들어졌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들 온라인 성지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 고객과 접촉하고, 까다로운 신원 확인 등을 통해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상담 시에는 은어를 사용하거나 가격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객은 성가신 구매 과정과 함께 사기 판매 위험과 구매 이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온라인 성지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비대면으로 판매하는 만큼, 개통이 된 이후에 휴대폰이 배송되지 않거나 휴대폰은 배송됐지만 개통이 늦어지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 실제 판매 가격과 다른 허위 과장 광고로 고객을 유인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반면 정보 취약계층은 성지 판매금액보다 훨씬 더 높은 정가를 주고 휴대폰을 구매하게 됐다. 성지 판매가와 정가는 평균적으로 두세 배 차이가 난다.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하고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알뜰폰’이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이 경우도 고객이 직접 휴대폰 가격을 비교하고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정보 취약계층이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부작용이 지속되면서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자 국무조정실은 단통법을 세 번째 규제심판 과제로 선정했다. 규제심판제도는 민간의 규제개선 건의를 소관부처가 불수용할 경우, 민간전문가와 현장활동가 100여 명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건의를 한 번 더 숙의해 규제개선 필요성을 판단하고 소관부처에 규제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국무조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는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에서 건의한 안건이다. 컨슈머워치는 규제개혁신문고를 통해 “단통법은 사실상 정부가 단일 가격제로 고정하는 결과와 유사한 시장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단통법 제3조~제6조의 폐지를 제안했다. 단말기 보조금 액수가 줄어드는 만큼 통신비 가격이 인하되지 않아 보조금 지급액 축소가 결국 통신비 담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안건에 대해 소관부처인 방통위는 “현재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라 중장기 검토를 해야 한다”며 사실상 불수용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추가 지원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추가 지원금 상한을 현행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는) 추가지원금 상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규제 심판을 통해 국무조정실에서 온라인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소관부처로서 의견을 내고 국조실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유통법 제3조~제6조의 폐지는 소비자 혜택(선택약정 할인)이 사라지고, 과거처럼 이통사의 과도한 경쟁으로 이용자 차별이 심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안건은 당초 지난 19일부터 오는 1일까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온라인토론이 예정돼 있었지만 연기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안건 추가 검토 및 소관부처와의 논의를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며 “현재 향후 일정을 확정지어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규제심판부의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추가 지원금 상한 폐지는 사실상 단통법 폐지와 다름없다. 추가 지원금 상한 폐지​가 확정될 경우 통신3사는 다시 과거처럼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들여 추가 지원금을 확대,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들은 단통법으로 추가 지원금 액수가 고정되면서 마케팅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단통법 시행 전 2014년 말 기준 3조 5730억 원이던 마케팅비용이 2021년 말 3조 2160억 원으로 줄었다. 2014년 마케팅비용으로 3조 1528억 원을 지출한 KT는 2021년 마케팅비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판매관리비가 같은 기간 2조 7915억 원에서 2조 4257억 원으로 줄었다. 이동통신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만 2014년 2조 962억 원이던 마케팅비용이 2021년 말 2조 2860억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대형 양판점과 온라인 플랫폼까지 경쟁에 가세하게 된다. 하이마트와 쿠팡,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등이다. 쿠팡과 일렉트로마트의 경우 지금도 자체 쿠폰과 행사 등을 통해 정상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급제 단말기를 판매 중이다.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는 셈법이 조금 더 복잡하다. 대형 양판점과 온라인 플랫폼이 자급제 휴대폰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게 되면 이 단말기를 구입한 뒤 알뜰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용자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통신사가 추가 지원금을 줘 단말기 가격을 낮추면서 저렴한 요금제를 함께 선보일 경우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추가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해 통신 3사는 반대, 이동통신유통협회는 찬성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에는 대다수가 상한제 폐지를 반대하고, 소수는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을 차치하더라도, 추가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유통 과정에서 이용자 차별이 심화되고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관 부처가 안건을 불수용한 만큼 규제 개선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방통위에서 추가 지원금 조정을 위한 개정안을 발의할 당시 통신사들이 토론회를 통해 지원금 상한액 확대가 모든 이용자의 이익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며 “법안 발의 당시 의견이 수렴된 데다 방통위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라 규제가 폐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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