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객들은 ‘블루’ 잡으면 3000원 더 낸다지만 기사한테는 한 푼도 안 떨어집니다. 수수료 높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예요. 누구 좋으라고….”
택시대란의 원인과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택시 기사들은 입 모아 카카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의 호출비를 모두 챙기고, 기사들에게는 소명의 기회 없이 승객의 평점에 따라 서비스에서 배제하는 등 일방적으로 운영한다며 불만이 많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실상 택시 호출 시장을 독점한 탓에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카카오 콜을 이용한다는 택시 기사도 있었다.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도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택시 대란과 궤를 같이하며 시장의 뜨거운 조명을 받은 사안이다. 카카오는 지난 18일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매각 유보를 요청하며 전달한 상생안을 수용키로 결정, 주주 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중순 매각설이 불거진 지 두 달 만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5%를 보유한 카카오는 당초 MBK파트너스에 지분 일부를 넘기고 카카오모빌리티 최대주주의 지위에서 벗어나려 했다. 지분 매각의 이유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 방식을 들었다. “수익 확대 등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경영 방식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카카오 공동체의 경영 방식과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주요 주주로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TPG컨소시엄(29%)과 칼라일(6.2%), LG(2.47%), 구글(1.53%)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는 그간 문어발식 사업 확대와 골목상권 침해, 불공정 경쟁 논란 등으로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택시 호출, 내비게이션은 물론 꽃 배달, 미용실, 스크린골프 등에 잇따라 진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9월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인터넷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그 여파로 당시 6거래일간(9월 6일~9월 13일) 카카오 시가총액은 14조 원 증발한 바 있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해 9월 14일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파트너 지원 확대 기금 3000억 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의 계획이 담긴 상생안을 발표했다. 이에 당일 카카오 주가가 장중 5%가량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상생안 자체의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카카오가 상생 의지를 드러낸 만큼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치권과 업계는 카카오의 대응에 너그러운 반응을 보내지 않았다. 카카오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김범수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국감장에 세 번이나 출석해야 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스마트 호출 서비스 전면 폐지,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 등을 포함한 상생안을 별도로 내놨지만 업계와의 갈등이 지속됐다. 지난 2월에는 서울시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발표하며 공정위가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10%대 매각해 2대 주주로 남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업공개(IPO)가 연기된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사업영역 확장 때마다 발목을 잡는 ‘사회적 책임’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계열사 임직원과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카카오모빌리티 직원이 참여한 ‘카카오모빌리티와 사회의 지속 성장을 위한 협의체’가 지난 16일 카카오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 전달한 상생안을 받아들였다.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생안은 혁신과 성장, 동반, 공유 4개 의제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상생안의 구체적 계획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노조와 카카오가 추가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성장을 하면서 생태계와 공생하는 지속 성장 방안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사업 및 사업 방향 전환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세부내용은 확인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과 업계는 향후 공개될 카카오모빌리티의 구체적 상생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FI(재무적투자자)와 업계, 정치권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에 여러 악재가 덮친 데다 시장 상황마저 어려워 IPO 재추진이라는 선택지를 검토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입을 검토하던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 2대·3대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 ‘사회적 책임’을 명분으로 수익성을 포기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가 이번에 사모펀드에게로 지분 매각을 시도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및 먹튀 논란이 불거져 이미지 실추 문제가 대두됐다”며 “현재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카카오에게 최선은 매각 철회 이후 현상 유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투자를 추진하려 한다면 해외 모빌리티 회사 등이 다른 대주주로서 증자로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열악함을 고려하면 해외 모빌리티 회사가 투자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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