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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형마트 '치킨런' 가보니…오픈 1시간 전부터 줄 서, 60대 여성이 다수

11·13·15시 각 20마리 한정판매…미끼상품 효과 톡톡, 즉석조리식품 매출도 쑥쑥

2022.08.23(Tue) 11:03:37

[비즈한국] 대형마트 치킨 전쟁이 치열하다. 홈플러스가 6990원에 ‘당당치킨’을 선보인 데 이어 롯데마트가 11일부터 일주일간 ‘한통치킨’을 8800원에 판매했고, 이마트도 24일까지 ‘(9호)후라이드 치킨’을 5980원에 판매한다. 대형마트가 1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치킨을 판매하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대한 고객 거부감은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형마트의 치킨 전쟁이 치열하다. 이마트에서는 구매 희망자들에게 대기표를 배부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오픈 전부터 치킨 구매 대기표 받으려 줄서기 전쟁 

 

22일 오전 10시 오픈 시간을 앞두고 경기도 이마트 동백점 입구 앞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치킨을 구매할 수 있는 대기표를 받으러 모인 사람들이다. 오전 9시부터 마트 입구 주변을 서성이던 사람들은 20분쯤 한 고객이 대기표 안내판 앞에 줄을 서자 우르르 몰려들었다. 

 

오픈을 20여 분 남긴 시각, 이미 줄을 선 사람이 20명을 훌쩍 넘겼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급하게 달려오는 사람도 여럿 보였다. 한 고객은 “지난번에는 지하에서 줄을 섰는데 왜 오늘은 1층에서 줄을 서나. 아래층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뒤늦게 알고 올라왔다”며 투덜거렸다. 

 

혼잡한 틈을 타 몇몇 사람은 “이건 무슨 줄이냐”며 묻는 척하다 은근슬쩍 새치기를 시도했고 줄을 서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큰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대기표 배포는 9시 57분부터 시작됐다. 마트 직원은 “대기표는 차례로 배포된다. 치킨은 11시, 1시, 3시에 각각 20마리씩 판매되는데, 판매 시간에 번호표를 들고 델리(즉석조리식품) 코너로 와야 한다”며 “5분이 지나면 구매할 수 없다. 시간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말했다. 

 

마트 문이 열리기도 전에 치킨 구매를 위해 대기표를 받으려는 고객이 몰려들었다. 사진=박해나 기자

 

총 60번까지 배포되는 번호표는 오전 10시 마트 오픈 전 절반 이상이 배포됐다. 남은 수량은 마트 내 델리 코너에서 순차적으로 배부했는데, 이마저도 금세 동이 났다. 마트 직원은 “마트 오픈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대기표가 모두 마감됐다. 오전 9시쯤부터 대기표를 받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정 수량 판매에 아쉬움을 표하는 고객도 많았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한 고객은 “배포 장소를 잘못 알아, 일찍 왔는데도 대기표를 받지 못했다. 수량을 좀 더 늘려서 판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기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선 고객은 대부분 60대 중년 여성이었다. 한 중년 여성은 “고지혈증으로 몇 년 동안 치킨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도 먹고 싶다고 해서 구매를 하러 왔다”며 “마트 문을 열기 전부터 이렇게 일찍 와서 줄을 서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치킨 재구매율도 높다. 이날 제일 먼저 도착해 줄을 선 한 고객은 “엊그제 한 번 사 먹었는데 오늘 또 왔다”며 “남편과 둘만 있어 평소 치킨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닌데 요즘 하도 치킨 얘기가 많으니 계속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도 “어제도 줄을 서서 한 마리 샀다. 어제 산 치킨은 딸네 집에 가져다줬고 오늘은 남편과 먹을 치킨을 사러 왔다”며 “한 번 먹어보니 괜찮더라. 에어프라이어에 꼭 돌려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앞다퉈 저가 치킨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치킨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는 마트 치킨과의 가격 비교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프랜차이즈 업계 “마트 치킨과 가격 비교 억울해”

 

“저렴한 치킨을 먹으려다 오히려 돈을 더 쓴다”는 고객도 많다. 이날 치킨을 구매한 A 씨는 “정해진 시간보다 5분만 늦어도 살 수 없다 보니 마트에서 장을 보며 기다리게 된다. 치킨값보다 장 보는 비용이 더 나오는 것 같다”며 “마트의 상술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식구가 많은데 1인당 치킨을 한 마리밖에 구매할 수 없다 보니 마트에서 다른 먹거리를 함께 사게 된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이마트 매출도 크게 올랐다. 이마트에 따르면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치킨류 매출은 전년 대비 85.6% 상승했고, 델리 전체 매출도 13.8% 올랐다. 이마트 관계자는 “후라이드 치킨 행사를 진행하며 1주일간의 공급 수량을 종전 한 달 물량(5만 마리)보다 1만 마리 많은 6만 마리로 준비했다”며 “고객의 호응이 큰 덕분에 치킨류 매출이 크게 올랐고, 델리 전체 매출 상승도 견인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저가 치킨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은 높아지는 분위기다. 온라인에서는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가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며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의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소비자들이 치킨 가격에 예민해졌다”며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격을 인하하지는 않더라도 쉽게 인상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는 마트 치킨과의 가격 비교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마트와는 유통구조부터 인건비, 재료비 등에 차이가 있다. 단순히 치킨이라는 카테고리로 마트 제품과 같은 선상에 놓고 가격 비교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마트에서 치킨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다른 즉석조리식품도 외식업체와 가격 차이가 난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가 유독 치킨에만 집중돼 있다”고 한숨지었다. 

 

그러면서도 마트 치킨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계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한다. 대형마트의 치킨 판매 수량이 많지 않은 데다가 구매 고객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마트 치킨 출시 이후에도 판매량에는 큰 영향이 없다. 고객에게 마트 치킨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것뿐”이라며 “프랜차이즈 치킨과 마트 치킨은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특정 메뉴를 선호하는 고객은 여전히 그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위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마트 치킨이 저렴하다고 해서 가격을 따라 내릴 수도 없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도 “판매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가격 인하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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