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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백서 뜯어보기③] 테라·루나, 도지코인, 라이트코인…문제적 코인, 백서 다시 들춰보니

안정성 강조하던 테라 폭락 역설적…전문가 "백서는 사업계획서이자 계약서, 반드시 봐야"

2022.08.18(Thu) 17:14:07

[비즈한국] 가상자산 투자자 558만 명. 자본 없는 서민도 가상자산 투자로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올해 ‘크립토 윈터’로 불리는 장기 침체가 이어지며 가상자산 열풍은 크게 꺾였다. 투자금을 잃고 빚을 진 이들도 속출했다. 투자 실패의 원인에는 시장 환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의 정보를 담은 ‘백서(White paper)’조차 보지 않고 가격의 급등락만을 좇아 투자하는 이들도 많다. 투자자를 울리거나 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킨 가상자산도 백서는 있다(관련기사 [코인백서 뜯어보기②] 화려한 청사진에 가린 허술한 정보 '주의)​. ​

 

 

테라-루나 백서에서는 코인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테라와 루나 심볼.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말 가상자산 리스크 협의회를 출범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원화마켓 거래소(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준법감시인과 전문가 등이 모였다. 금융당국이 업계와 손잡고 직접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건 가상자산의 잠재적인 위험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명한 가상자산이라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중에선 투자자의 관심을 끌수록 가격이 요동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 기능을 어느 정도 인정받거나, 많은 참가자를 모아 메이저급으로 불리는 가상자산이라도 언제든지 상장 폐지되거나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라-루나 사태다. 지난 5월 대량 매도로 인해 1달러 가치 연동이 무너지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테라-루나는 ‘루나틱’이라 불리는 열성 지지층이 있을 만큼 인기를 끌었는데, 이들의 믿음이 무색하게 체인의 붕괴는 순식간에 진행됐다.

 

2019년 4월 발행된 테라 백서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으로서의 테라의 가격 안정성과 성장성을 강조했다. 5월 테라(UST)가 고정 가격 1달러를 지키지 못하는 디페깅이 발생한 이후 안정화 코인인 루나의 가격까지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백서 초록에서는 ‘이 프로토콜이 성공하면 암호화폐 최고의 활용 사례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자신감이 담긴 문구도 볼 수 있다. 

 

백서는 반복적으로 테라 프로토콜이 가상자산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력적인 통화 정책을 가지고 달러라는 법정화폐를 이용해 안정성을 유지한다고 강조한다. 백서에선 생태계 유지를 위해 참가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테라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한다. 1달러 페깅을 위해 생태계 참여자가 UST를 전송하면 1달러에 해당하는 루나를 준다는 부분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risk-free’다. 참여자가 위험 없는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백서는 이처럼 알고리즘의 안정성과 수익성만 강조할 뿐, 5월 사태처럼 대량 매도된 UST로 인한 디페깅이 루나 가치 폭락으로 이어져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는 위험성은 전혀 시사하지 않는다. 또 실물 경제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코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준비금인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 패닉셀 등 시장 환경과 외부 요소에 취약했던 셈이다. 

 

한때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화제였던 코인을 꼽으라면 도지코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전폭적인 지지와 주문과도 같은 ‘도지 투 더 문(Doge to the moon, 가격 급상승을 기원하는 말)’으로 전 세계 가상자산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대표적인 밈 코인인 도지코인은 역대 고점 대비 9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도지코인 백서는 거래소 등을 통해 깃허브(github) 링크에서 열람할 수 있다. 백서와 ‘도지피디아(Dogepedia)’에 따르면 시바견 밈(meme)을 심볼로 한 도지코인은 재밌고 친근한 가상자산을 목표로 한다. 발행 시기에 제한이 없어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급된다. 도지코인은 SNS 플랫폼에서 사용자 간 팁을 거래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밈 코인답게 백서는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권하기도 한다. 

 

인터넷 밈 문화에서 파생한 코인인 만큼, 백서에선 프로젝트의 청사진이나 장기적인 목표는 찾을 수 없다. 그저 재밌어 보이지만 도지코인의 고점 대비 하락 폭을 보면 웃을 수 없다. 도지코인은 지난 6월 역대 최고가(약 0.73달러→0.053달러) 대비 93%나 하락했다. 그사이 머스크 CEO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영향을 받았고, 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직후에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18일 기준 도지코인 시세는 바닥을 벗어나 0.08달러대를 오간다.

 

라이트코인은 2011년 개발된 프로젝트로,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거래 속도는 향상하고 비용은 저렴하게 만든 코인이다. 시장에선 메이저 코인으로 꼽히지만 라이트코인은 지난 6월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전부 상장 폐지됐다. 라이트코인이 ‘밈블윔블’ 업데이트로 익명 거래를 허용하면서 다크코인(익명 전송 기술을 내재한 가상자산)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원화마켓 거래소는 다크코인을 취급할 수 없다. 갑작스런 상폐 소식에 가격이 요동치며 국내 투자자를 당혹게 했다.

 

라이트코인의 경우 블록체인의 특징인 익명성을 강화했을 뿐, 해킹이나 알고리즘 붕괴처럼 프로젝트 자체의 문제로 인한 상폐는 아니다. 총 4장짜리 라이트코인 백서에는 프로젝트 개요와 목적, 코인의 특징 등이 담겼다. 백서를 보면 라이트코인이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하는 탈중앙화 가상자산이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백서를 보고 나면 라이트코인의 익명 거래 도입이 뜬금없는 행보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투자 시 백서를 분석한다고 가상자산의 리스크를 전부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반드시 백서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교수는 “백서는 상품설명서이자 때로는 계약서의 역할도 한다”며 “백서는 가상자산의 발행 목적과 기능을 담고 있다. 금융상품을 계약할 때 반드시 설명을 듣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토큰 백서 중에서 증권성을 빼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문구를 넣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되기 때문에 모르면 공부해서라도 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백서를 사업계획서에 비유했다. 그는 “백서가 없는 프로젝트는 사기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필수적이다”라며 “백서를 볼 때는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속적인 수익모델이 있는지, 수익 달성을 전제로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박 센터장은 또한 “가상자산은 저작권, 개인정보, 지식 등 무형의 자산을 기반으로 한다. 자산의 의미를 유형에서 무형으로 확대해야 블록체인이든 토큰이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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