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공격적 투자에 나섰던 롯데와 신세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이 거액을 투자한 한샘은 줄곧 실적 부진이고, 이마트가 새 주인 자리에 앉은 후로 스타벅스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롯데쇼핑, 인테리어 시장 호황 기대했지만 한샘 실적 악화에 한숨
롯데쇼핑이 인테리어 시장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한샘에 베팅한 지 만 1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롯데쇼핑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샘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2995억 원을 투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롯데가 투자한 금액 중 가장 높은 액수다.
당시 롯데쇼핑은 “홈 인테리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한샘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봤다”며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매장 공간을 구성할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이 한샘을 인수할 때만 해도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며 인테리어 관심도가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인테리어 시장의 호황이 향후 2~3년 이상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쇼핑도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롯데쇼핑의 투자 이후 한샘의 성장세는 꺾였다. 지난해 3분기 한샘의 매출액은 5358억 원으로 2분기(5687억 원)보다 329억 원 줄었고, 영업이익도 277억 원에서 226억 원으로 감소했다. 4분기에는 매출이 5737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62억 원으로 집계되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 성적도 좋지 않다. 한샘은 계속해서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1분기 5260억 원이던 매출액이 2분기에는 5002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1분기 100억 원에서 2분기에는 22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주택 거래 시장이 위축된 데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영향 등으로 가구업계 전반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한샘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샘 측은 “주택 매매 거래가 급감하고 온·오프라인 가구 시장 하락 등 거시경제 환경 악화 지속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한샘 투자를 계기로 리빙 사업 확대를 꾀했다. 현재 IMM PE가 경영권을 갖고 있지만, 지분 매각 시 우선 매수권을 롯데쇼핑이 가진 만큼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한샘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크게 봤다. 백화점 빅3 중 리빙 사업체가 없다는 것이 롯데쇼핑의 약점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규모 리빙전문관 ‘메종 의왕(가칭)’의 설립을 추진한 것도 리빙 사업 확대와 관련 있다. 롯데쇼핑은 타임빌라스(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를 준비하며 패션관뿐만 아니라 리빙관도 함께 오픈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빙 시장이 커지자 타임빌라스 내 입점 대신 인근에 단독 대규모 리빙관 설립을 결정했다. 메종 의왕 부지 규모는 1만 1100㎡(약 3358평)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가을 한샘 투자 시점에 맞춰 의왕 리빙전문관 오픈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착공은 계속 미뤄졌다. 지난해까지도 리빙관 부지는 타임빌라스 야외 주차장으로 사용됐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리빙관은 올해 5월 들어서야 착공에 돌입했고 2024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리빙전문관에 한샘을 핵심 브랜드로 입점시켜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롯데쇼핑 관계자는 “리빙전문관과 관련된 정보 등은 공개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한샘 등 특정 브랜드 입점 여부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논란 이어지자 ‘이마트 때문’ 이미지 추락
이마트의 스타벅스 인수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로부터 한국법인 지분 17.5%를 약 4800억 원에 인수했다. 기존에 이마트가 가진 지분 50%를 포함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총 67.5%를 보유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향후 한국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논의 끝에 추가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며 “더욱 향상된 스타벅스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트가 스타벅스를 인수한 뒤로 스타벅스 관련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인수 2개월 후 스타벅스 매장 파트너들이 처우 개선을 촉진하며 트럭 시위를 벌였고, 올해 4월 시작한 ‘좋아하는 걸 좋아해’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종이 빨대의 휘발유 냄새 민원이 빗발쳐 전량 수거됐고, 스타벅스 푸드 관련 불만이 속출하고 원재료 품질 문제로 신메뉴 판매가 중단되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로 증정한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돼 논란이 커졌고, 결국 스타벅스는 지난 11일부터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다.
이마트 인수 후 스타벅스와 관련해 생긴 논란들은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래 찾아보기 힘들던 일이다. 직원들이 단체행동을 한 것도, 2004년부터 시작한 프리퀀시 프로모션의 증정품과 관련해 리콜 사태가 일어난 것도 처음이다.
스타벅스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이마트의 이미지까지 추락하는 상황이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마트 인수 후 스타벅스가 변했다’, ‘쓱(SSG)타버스가 됐다’는 조롱도 나온다. 하지만 스타벅스 측은 논란 초기부터 줄곧 일관되게 “이마트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세계는 스타벅스 논란이 커지자 지난 11일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대한 내부 조사에 들어갔다. 신세계 측은 “스타벅스의 조직과 업무 방식 등 전반에 대한 철저한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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