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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압수수색 둘러싸고 기업들 볼멘소리 터져나오는 까닭

공정위 제재 이후 중기부 고발요청으로 검찰 수사…"고발요청 과정 공개 필요" 목소리도

2022.08.16(Tue) 09:35:42

[비즈한국]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네이버 본사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에 “매물 정보를 경쟁사에 넘기지 말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 한 것이다. 점심 즈음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수사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곳인데, 문제는 이번 사건 고발 주체는 공정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중소기업벤처부다.

 

이번 사안에 대해 공정위는 검찰 고발 없이 제재로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중소기업벤처부는 의무고발 권한을 활용해 검찰 고발을 요청했다. 네이버로서는 공정위와 중기부 양쪽 모두에서 제재를 받은 셈인데, 법조계에서는 ‘기업 관련 수사고발 권한’도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 12일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네이버 본사(사진)를 압수수색 했다. 이번 사건의 고발 주체는 중소기업벤처부다. 사진=임준선 기자

 

#공정위 과징금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은 네이버와 부동산 정보업체 계약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2015년 5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네이버는 카카오 등 경쟁업체에 정보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동산 정보업체들과의 계약서에 ‘매물 정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포함했다.

 

네이버는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부동산 매물 관련 확인매물정보 시스템을 카카오가 돈 한 푼 내지 않고 사용했다”며 특허를 보유한 시스템 및 매물정보를 공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불법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020년 9월 이 계약 조항에 대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라 판단해 네이버에 과징금 10억 32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하면서도 검찰 고발까지 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네이버의 설명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네이버는 공정위 처분도 부당하다며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렇게 네이버에 대한 제재는 끝나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중기부가 나섰다. 중기부는 공정위가 제재 결론을 내린 지 1년여가 지난 2021년 11월,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라고 요청했다. ‘매물 정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으로 중소 부동산 정보업체가 카카오와 거래하지 못해 피해를 봤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중기부의 의무고발 요청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 결국 공정위는 제재를 끝낸 사안을 다시 검찰에 고발 조치했고, 지난 12일 검찰이 네이버를 상대로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박영선 장관 취임 후 중기부 고발요청 급증

 

지난 2014년부터 공정위를 견제한다며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는 경우 중기부, 조달청, 검찰 등도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공정위는 검찰에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2019년 박영선 중기부 장관(사진) 취임 이후 의무고발요청이 급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사실 그동안 의무고발요청 사용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중기부가 법조계에서 존재감을 키운 것은 지난 2019년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다. 기업들 관련 사안에 대해 의무고발요청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 2014년 5건, 2015년 4건, 2016년 2건, 2017년 3건이던 고발이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취임 후 2019년 8건, 2020년 13건, 2021년 8건으로 급증했다. 연평균 3.4건 수준에서 9.6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네이버뿐 아니라 한샘과 맥도널드, 미래에셋 등이 고발 요청 대상이 됐다. 

 

#기업들 “억울한데 호소할 곳도 없고” 

 

기업들이 당혹감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관련 고발 조치된 바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 조치만으로도 억울하고 다툴 지점이 있는데 공정위가 ‘고발할 정도는 아니’라며 조치하지 않은 것을 중기부가 요청해서 당하게 되니 억울함이 더 크다”며 “법적 대응이야 하면 되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나 이미지 훼손은 복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2019~2021년 중기부가 한 의무고발요청은 공정위 처분이 종결된 후 짧게는 6~7개월, 긴 것은 1년이 넘은 뒤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한샘의 경우 2019년 대리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11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 그다음 해 5월 중기부의 요구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지만 사실상 공정위와 중기부, 두 곳의 정부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중기부의 의무고발요청에 대해 신중한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관련 대응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공정위 제재 처분 과정만 해도 이제 조금씩 기업의 입장, 변호사 참여 및 대응이 보장되기 시작한 수준인데 중기부의 의무고발요청 결정 과정은 그에 비하면 훨씬 깜깜이”라며 “중기부에서 정치적 판단을 할 경우 기업이 입는 피해를 고려해 고발요청 과정을 신중하고 공개적으로 하도록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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