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부지방에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잇따랐다. 도로 침수는 물론이고 지하철역, 아파트 단지, 일반 회사 할 것 없이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여의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옥까지 물이 들이찼다.
이에 주식시장에서는 수해 관련 테마주가 난립하고 있다. 지난 9일 뉴보텍이나 인선이엔티 등 이른바 수해 복구 관련주라고 하는 종목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손해보험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D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이 1~2%대 내렸다. 기록적인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재난이나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은 정치인들과 관련해 주식시장에서는 테마주가 움직인다. 이런 테마주들의 움직임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명하다. 테마주들이 직접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단기 심리적인 요인을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화제가 생기면 주가가 움직인다. 왜일까?
직장인 A 씨는 정치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일이 있었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투자한 이유는 단기간에 매도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매도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매도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연일 치솟는 주가에 욕심이 생겼다. 결국 본전 찾겠다고 버티다보니 손실을 내고 말았다.
테마주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이슈만 됐다고 하면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고 테마주로 돌변한다. 선거마다 찾아오는 테마주도 있고, 새 정부의 정책 따라 움직이는 테마주, 계절마다 혹은 재난 상황 발생 때마다 나타나는 테마주도 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테마주들의 실체는 없다. “그냥 연관 있을 것 같아서”가 가장 좋은 이유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은 두 후보의 정치 테마주로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83개 종목을 보면 대통령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에 공통 지인 44%, 경영진과의 사적 인연 18%, 학연 16% 등 기업의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매우 막연한 관계가 이유인 게 대다수였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전 대선처럼 20대 대선 정치 테마주 역시 관련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나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보였다”며 “2021년 연초 대비 962%나 가격이 급등한 종목도 있었고, 정치 테마주로 거론되자마자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가 바로 거래가 정지된 종목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테마주들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벤트에 따라 이유도 없이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테마주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A 씨처럼 위험성을 알면서도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아침마다 ‘특징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낸다. ‘특징주’는 그날 나온 이슈로 인해 급등락하는 종목을 말한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몰리면 주가가 급등하게 되는데, 뉴스로 인해 더욱 주가를 급등하기도 한다.
펀더멘털이나 실적보다는 기대감에 편승해 만들어지는 것이 많다. 결국 주가가 다시 제자리도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금융당국도 주가 급등락이 계속되는 현상이 발생하면 테마주를 단속한다. 그러나 테마주라는 이름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조세희의 소설 ‘뫼비우스의 띠’에 나오는 앉은뱅이와 꼽추는 재건축으로 인해 집이 철거된다. 아파트 입주권을 받았어도 입주금이 없는 이들은 부동산업자에게 속아 입주권을 헐값에 판다. 돈과 집이 다 사라져버린 앉은뱅이와 꼽추는 부동산업자를 찾아가고, 양심 없는 그에게 화가 난 앉은뱅이는 부동산업자를 죽인다. 꼽추는 살인을 저지른 앉은뱅이가 무서워 떠난다.
소설은 누구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임을 알려준다. B 씨는 “주식시장이 피도 눈물도 없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아픔의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C 씨는 “사회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주식의 장점”이라고도 말한다. 세상사에는 양면이 있다고 하지만, 눈 앞의 이익에 흔들리는 선택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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