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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백서 뜯어보기②] 화려한 청사진에 가린 허술한 정보 '주의'

로드맵, 위험요소 등 잘 살펴야… 상장 후 가격 급등락하거나 거래 중지되기도

2022.08.09(Tue) 17:02:16

[비즈한국] 가상자산 투자자 558만 명. 자본 없는 서민도 가상자산 투자로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올해 ‘크립토 윈터’로 불리는 장기 침체가 이어지며 가상자산 투자 열풍은 크게 꺾였다. 투자금을 잃고 빚을 진 이들도 속출했다. 이들이 투자에 실패한 원인은 시장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가상자산의 기본적인 정보를 담은 ‘백서(White paper)’조차 보지 않고 가격의 급등락만을 좇아 투자하는 투자자도 많다. 그렇다면 최근 상장한 가상자산의 백서는 어떨까. 

 

거래소 앱에 가상자산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비전·파트너사 등 화려해도 로드맵 살펴야

 

가상자산 투자를 할 때 백서를 살펴보는 이유는 프로젝트의 전망과 가상자산의 상용화 가능성을 점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의 안정성이 낮으면 가상자산 또한 언제 상장 폐지 대상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반면 상용화 가능한 가상자산은 프로젝트가 존속할 가능성도 높다. 여러 백서가 추상적이고 긍정적인 표현으로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투자 시 눈여겨볼 부분은 프로젝트의 로드맵, 발행량, 채굴 방식, 보상 방식, 사용처, 개발사 등이다(관련 기사 [코인백서 뜯어보기①] 제대로 된 한글백서 없어 '묻지마 투자' 부추기는 꼴)​. ​

 

원화 거래가 가능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에서는 신규 가상자산 상장 시 기본 정보와 함께 공식 백서와 재단 웹사이트 등을 제공한다. 이에 5대 거래소가 최근 상장한 가상자산의 백서를 직접 살펴봤다. 지난 3개월(6~8월) 내 상장한 가상자산 중 재단 웹사이트에서 백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선정했다. 

 

고팍스는 7월 29일 오후 3시 센트레(Centre) 컨소시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 USDC를 상장했다. USDC는 미국 달러와 1대1 가치로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법정화폐를 담보로 한 데다 준비금 전액을 현금과 미 국채로 보유해 타 스테이블 코인에 비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USDC는 별도의 백서 없이 센트레 영문 백서로 제공된다. 24장의 백서는 토크노믹스나 사업 설명보다는 컨소시엄 비전과 조직 구성, 블록체인 기술 설명, 안정성 강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 가상자산 투자자가 참고하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투자 차원에서 USDC의 전망을 보려면 고팍스 보고서나 센트레 사이트에 매월 올라오는 준비금 감사 보고서를 참고하는 편이 수월하다.

 

빗썸은 7월 6일 패션 브랜드 메타버스·NFT·​이커머스 플랫폼 알타바의 유틸리티 토큰(TAVA)을 상장했다. 원화·​BTC 모두 거래 가능하다. 서울과 싱가포르에 회사를 둔 알타바그룹의 수장은 게임 전문가인 구준회 대표다. 백서는 영문으로 발행하며 빗썸이나 알타바그룹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백서는 △개요 △토크노믹스 △기술 △발행처 △로드맵 △파트너사 등으로 구성됐다. 알타바의 특징은 프라다, 버버리, 아르마니, 발망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명품 아이템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한다는 점이다. 자연히 백서에는 ‘고급(luxury)’이라는 키워드가 50회 가까이 등장한다. 명품 시장에서 주목받는 소비층으로 꼽히는 ‘Z세대(Gen Z)’도 7회 나온다.

 

토크노믹스에선 타바 토큰의 활용 방법과 생태계 구조, 이점 등을 설명한다. 토큰 발행량은 10억 개로, 알타바마켓에서 활동한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절반씩 배분된다. 가치 유지를 위해 분기마다 마켓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30%에 해당하는 토큰을 소각한다. 

 

백서만 보면 파트너사 구성이 워낙 화려해 눈길이 가지만, 로드맵상 아직 갈 길이 먼 프로젝트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알타바는 빗썸 상장 이후 기대감을 타고 8800원까지 치솟았다가 9일 오후 3시 기준 1700원대에 그치며 급락한 바 있다.

 

업비트는 7월 14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토큰 레이(RAY)를 비트코인(BTC) 마켓에 상장했다. 레이디움(Raydium)은 솔라나 메인넷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마켓 메이커(AMM·유동성 공급 알고리즘) 탈중앙화거래소(DEX)다. 레이는 레이디움의 생태계 유지와 인센티브 지급 수단 등으로 활용하는 거버넌스 토큰이다. 

 

레이디움 프로토콜 백서는 참조를 제외하면 4장에 그치는 간단한 자료(Lite paper)다. △프로젝트 배경 △기존 블록체인의 문제점 △레이디움 개념 △기능과 특징 △레이 토큰 순으로 작성됐다. 로드맵이나 개발사 정보는 없다. 백서는 분량 대부분을 레이디움 설명에 할애한다. 디파이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는 긍정적인 전망과 레이디움의 빠른 거래 처리 속도, 유동성 공급, 저렴한 수수료 등의 장점을 강조한다. 주요 키워드로는 유동성(liquidity·20회), 보상(reward·11회), 전광석화처럼 빠른 거래(lightning-fast trades·2회) 등이 있다.

 

레이 토큰에 관한 설명은 매우 간단하다. 레이 보유자는 스테이킹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커뮤니티 제안과 규칙 개정 등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부가 정보에는 최대 공급량 5억 5500만 개, 매장량 34%, 유동성 8%, 팀 보유량 20%, 커뮤니티 풀 분배율 6% 등이 있다. 그러나 백서를 통해서는 레이디움에서 거래·스왑으로 지불하는 수수료 0.25% 중 0.03%를 레이 토큰을 스테이킹하는 사람에게 지불한다는 토큰 보상 등 주요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당연히 리스크에 관한 주의도 없다. 업비트는 지난 3일부터 현재(9일 기준)까지 솔라나 네트워크 문제를 이유로 레이의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레이디움의 블록체인 기반인 솔라나에서 8000여 개 지갑이 해킹당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중단한 것. 상장 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거래가 멈춘 셈이다.

 

패션 메타버스 프로젝트 알타바의 백서 표지와 로드맵.

 

#국산 프로젝트도 영문 백서 발행

 

코빗은 6월 29일 스테픈(GMT)의 원화 거래 지원을 시작했다. 스테픈은 대표적인 Move to Earn(M2E) 앱으로 솔라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NFT 운동화를 구매한 사용자는 걷거나 뛰며 토큰을 채굴한다. 토큰은 GST(게임 토큰)·GMT(거버넌스 토큰) 두 가지로 나뉜다. 

 

스테픈은 재테크하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서비스다. 백서는 영문만 제공하지만 분석 자료를 찾기 어렵지 않고, 백서 자체도 자세하다. 백서는 사이트 형태로 △개요 △게임 시스템 △토크노믹스 △거버넌스 △보안 등 세세하게 항목이 나뉘어 있다. 항목별로 게임 방식부터 아이템 설명, 거래 방법, 토큰 생성 방법과 소각 방법 등을 설명한다. 이용자가 많아서인지 백서 갱신도 활발하다. 1월 9일부터 7월 26일까지 24차례나 업데이트됐다. 

 

스테픈 백서는 청사진보단 사용 설명서에 가까워 특정 키워드가 눈에 띄진 않는다. 다만 개인정보 항목에서 “스테픈은 유저 데이터로 이윤을 내는 데 관심이 없다. 구글과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을 엄격히 준수한다”라며 데이터 수집을 거부한 점이 독특하다.

 

코인원은 7월 14일 타리월드(TARI)를 원화마켓에 상장했다. 타리 토큰은 메타버스·NFT 플랫폼인 타리월드에서 활용된다. 타리월드 백서는 사이트로 공식 홈페이지와 코인원에서 접속할 수 있다. 타리월드는 CEO 포함 주요 팀원이 모두 한국인인 국산 프로젝트지만 백서는 영어로 작성됐다. 타리월드 백서는 크게 △타리월드 정보 △기술 △토큰 정보 △참조로 구성됐다. 사업 목표, 알고리즘, 로드맵, 토큰 사용처, 생태계, 보상 체계, 타리월드 구조 등 프로젝트의 전망과 세세하게 담겼다.

 

백서에 따르면 타리월드 프로젝트의 핵심 서비스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부동산 NFT, NFT 마켓 플레이스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 경제활동을 실물 경제와 연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타리월드 백서의 주요 키워드로는 실제 세계(real world·6회 이상), 빅데이터(big data·14회 이상), 독특하게(uniquely·2회) 등이 눈에 띈다. 

 

타리월드는 구글맵을 기반으로 실제 지역과 상점을 만들어 기업과 협업해 제품 판매, 배송 등의 CS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타리월드에 비용을 지불하고 플랫폼에 광고를 실을 수 있는데, 광고는 유저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노출된다. 유저는 생태계에 참여해 보상받고 부동산·아바타 NFT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타리 토큰을 이용한다. 코인원 상장일 기준 토큰 총발행량은 15억 개, 유통량은 1500만 개다. 

 

백서엔 청사진이 가득하지만 문제는 유저와 기업, 인플루언서 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생태계 유지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수익 창출 수단으로 유저의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하는 것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프로젝트는 플랫폼을 일부 공개하고 NFT 마켓의 베타 테스트를 준비 중인 초기 단계다. 흥행 여부가 판가름 나지 않은 채 상장한 만큼 진행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코인원에서 타리 가격은 상장 전(7월 12일) 3만 1620원에서 시작해 9일 오후 1시 기준 5만 7000원대를 오간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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