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요즘 증권 계좌를 열어보지 않는다.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사라진 잔고가 가슴아프기 때문이다. A씨는 “주식이 재미없는 것도 넘어서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바닥이라는 얘기도 나와서 버텨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비중을 줄이며 현금을 확보해둬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돌아왔다. 공항에도, 휴가지를 향하는 도로에도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휴가 가기 전 우리는 짐을 싼다. 가방에 짐 싸는 솜씨를 보면 여행 경험의 많고 적음을 알 수 있다. 지난 달 이후 주식시장 분위기가 다소 바뀌면서 휴가 떠나기 전 주식에 투자해야 할 지 여부를 묻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코스피가 2400선에 안착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머랠리란 매년 6~7월에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효과를 말한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펀드매니저들이 미리 주식을 사놓고 떠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를 두고 ‘서머랠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달 4일 장중 220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코스피는 최근 꾸준히 올라 2450선까지 상승했다. 7월 한 달간만 해도 5.10% 상승했다.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지난 달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외국인은 2조 3500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5종목에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SDI가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불안한 거시경제 환경에도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상승하는 것은 실적 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과 애플이 대표적인데, 이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시장의 이목을 이끌며 거래량을 늘리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미국 시장을 보면 지수는 오르고 상승 종목 수도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신고가 달성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짚었다.
지수가 추세적 상승을 기록할 정도의 강한 장세는 아니지만, 개별 기업 실적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한 기업 가운데 컨센서스를 5% 이상 웃돈 기업을 골라보라고 조언했다. 여기다 3분기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조건도 합쳐본다면 투자와 관련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아직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할 때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전반기에는 주식보다 채권이 우세하다”며 “주가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통화정책 유턴 가능성이 있는 4분기에서 연말이 더 나은 시점”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1970~1980년대 미국 주가가 바닥이었던 국면에서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과 단기 인플레 정점, 경제지표들의 침체 예고, 통화정책 반전 순으로 나타났다. 주가 바닥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완성되지 않았다는 게 허 연구원의 분석이다.
여기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 가능성도 주식시장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은 독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인 노드스트림1을 통해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량을 전체의 20% 수준까지 줄인 바 있다. 여기다 라트비아가 루블화가 아닌 유로화로 가스대금을 지불하면서 가즈프롬은 라트비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천연가스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국내 증시에 악재인 이유는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압력을 받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기술적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보다 더 큰 침체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증시가 추세적 반등 전반부라기보다는 약세장 랠리 후반부라고 지적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약세장 랠리 종료 이후 패턴을 고려하면 전저점에 근접하는 변동성 확대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순환매 속도가 빠른 국면에서 장기 소외주에도 관심을 둘 때”라고 말했다.
휴가를 떠나려다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여행을 포기하려던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 각지의 해수욕장, 물놀이장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걱정보다 여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다가올 상황에 대한 우려보다는 현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올해 여름은 9월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태풍이 지나가도 무더위는 끝나지 않는다. 여름 해는 길다. 아직 투자할 시간도 길다. 이번 휴가에는 한 박자 쉬고 마음을 가다듬자.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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