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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원대 가상화폐 연루 '이상 외환거래', 금융당국-은행권 책임론 나오는 까닭

금융당국 1년 전 유사 사례로 은행권에 점검 강화 주문, 주무부처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사태 확산

2022.08.05(Fri) 14:47:49

[비즈한국] 시중은행에서 가상화폐(가상자산·코인)거래소와 연루된 천문학적 이상 외환거래가 드러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1년 전 은행권을 상대로 관련 경고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최근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파악한 은행권의 점검대상 외환송금 거래 규모만 7조 원에 달해 당국의 부실감독과 업계의 허술한 통제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금감원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외환 담당 부서장과 회의를 열고 점검 강화를 주문했다. 회의 계기는 특정법인이 하나은행 지점을 통해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3200억 원 규모의 해외 가상화폐거래소로 외환송금한 사실을 금감원이 지난해 3월 확인하면서 시중은행들에게 대응 강화와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결국 하나은행은 금감원 검사와 제재를 거쳐 상위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과징금 5000만 원과 해당 지점 외환 업무 4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최근 확정받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7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그러나 이러한 경고를 전혀 무색하게 하는 양상이 은행권 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6월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특정 지점에서 신설 소규모법인 등이 해외로 단기간 반복적인 거액 외환송금 사실을 보고하자 금감원은 현장 검사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이미 금융위 내 금융정보분석원에게서 정보를 제공받은 검찰의 수사를 받던 상황이었고 우리은행의 금감원 보고 사실을 알게 된 신한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발견한 이상 외환거래 내용을 보고했다. 

 

지난 7월 27일 금감원은 중간 점검 결과를 통해 각각 우리은행 1조 6000억 원, 신한은행 2조 5000억 원 등 4조 1000억 원 규모의 이상 외환송금 규모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각각 우리은행 9000억 원, 신한은행 1조 6000억 원 등 두 은행이 당초 보고한 2조 5000억 원보다 무려 1조 6000억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모두 이상 외환거래로 단정할 수 없지만 중간 점검 시점까지 두 은행 외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전 은행권에서 파악된 규모만 7조 551억 원(53억 7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사례에서 보듯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상 외환거래들은 대부분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해 출발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이체 후 홍콩,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일반법인으로 송금되는 양상이 발견됐다. 연루 법인들은 사전 송금방식을 통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말까지 모든 은행들로부터 지난해 이후 설립된 신설업체 중 외환 송금액이 5000만 달러(약 650억원) 이상이거나 자본금의 100배 이상인 곳, 가상자산과 관련한 송금 거래를 한 곳 등을 자체점검 결과를 전달받은 상태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이달 둘째 주부터 검사에 나서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할 계획이다. 

 

사태가 이토록 확산된 데에는 가상화폐 시장 관리 감독에 대한 주무부처가 금융위로 확정될 때까지 은행이 사실상 감독 역할까지 맡으면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위가 주무부처가 될 때까지 가상화폐 관련 법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은행들이 대신 가상화폐 시장을 감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은행권에서는 일반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를 위한 분산, 차명 송금 관련 규제를 동원해 관리하는 실정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위가 주무부처가 될 때까지 과정도 순탄치 않아 이후에도 이상 외환거래를 감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화폐 시장 과열에 따라 불법행위들에 대해 지난해 2분기 범정부 차원의 공조 강화가 이뤄졌다. 공조 방식은 금융정보분석원이 가상화폐 불법 의심거래에 대해 신속히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관세청, 국세청 등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관련 기관들이 불법행위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범정부 차원 공조는 구심점이 없다는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한계에 봉착했다. 결국 부처 간 책임 공방 끝에 금융위가 지난해 5월 주무부처를 맡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에 지난해 8월 금융정보분석원은 가상자산검사과를 신설했고 9월까지 가상화폐거래소들로부터 신고를 받아 심사 수리과정을 거쳐 제도권 아래 두게 됐다. 

 

하지만 금융위와 달리 정작 감독 실무를 담당하는 산하기관인 금감원 내에는 가상화폐 부문과 관련한 전담 조직이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가상화폐 주무부처를 맡게 되면서 금감원 내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기도 했지만 정식 전담 조직은 출범하지 못했다. 이번 은행업계에 대한 이상 외환거래도 외환감독국, 일반은행검사국, 자금세탁방지실 등이 합동 점검한 결과다”라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금감원은 7월부터 10월까지 금융회사들에 대한 현장 검사를 전면 중단했던 점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그간 종함검사와 부문검사 체계에서 올해부터는 주기적으로 리스크를 진단하는 정기검사와 부문별 적기 대응을 위한 수시검사를 통해 실효성 있는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과 지주에 대한 종합검사를 4회 실시했지만 올해는 정기검사 8회를 실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은행들의 허술한 내부통제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수입증빙서류에 근거해 송금 업무를 처리했다. 해외 송금 거래 내역의 구체적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은행이 최소한 확인도 거치지 않고 무분별한 외환송금을 방치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해당 법인들의 대표나 임원들이 특수관계인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고 은행 지점이 거액의 외환 송금을 승인한 업체 중 대다수가 제대로 된 무역 회사가 아닌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중간 점검에서 드러나듯 정상적이지 않은 법인들이 거액의 외환송금을 실행하는데도 은행이 의심 없이 최소한의 증빙 요구나 기초 확인도 하지 않았다면 정말 무책임한 행위다”라고 꼬집었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은행은 자금세탁 행위가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고 신규 고객 등에 대해선 고객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고위험 고객에 대해 은행은 외환 거래 업체가 실제 존재하는지, 실소유주는 누구인지 등까지 확인해야 한다. 창구 직원은 해당 업체에 거래 목적과 자금 출처, 통장개설 등을 점검해야 한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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