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경기 화성시 한 신축 아파트 천장 내부에서 인분이 담긴 비닐봉지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꼭대기층 시공 당시 건설노동자가 용변을 보고 숨긴 것으로 추정되면서 건설업계에 대한 불신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사건을 건설노동자 개인의 일탈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서 화장실은 턱없이 모자라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8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 현장 23곳을 조사한 결과, 건설 현장당 평균 172명이 화장실 2.5개, 세면장 1.7개, 휴게실 2.5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자는 현장에 따라 30명에서 400명까지 늘지만, 화장실은 최소 1개에서 최대 5개에 그쳤다. 화장실 하나에 딸린 양변기는 1~6개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실제 건물이 올라가는 공사 현장에 화장실은 둔 곳은 거의 없었다. 조사 대상 현장 대부분은 지상 1층 현장 진출입구에 화장실을 뒀다. 고층 건물을 짓는 수도권 건설 현장 특성상 높은 층에서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일을 하다 지상 1층으로 내려오기는 쉽지 않다. 수도권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하는 한 50대 건설노동자는 “지상 20층에서 작업을 하다 1층 화장실을 가려면 왕복 20분이 걸린다. 현장에 설치된 간이소변기로 소변은 해결하지만 대변은 되도록 식사시간이나 퇴근까지 참는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상 1층에만 화장실과 휴게실을 마련하면 실제 건물이 올라가는 현장에서 시간을 아끼려는 건설노동자들이 하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아파트 양변기에 용변을 보거나 스티로폼과 같은 건자재를 훼손해 휴식을 청하는 경우가 있다. 여력이 있는 건설사는 2~3개 층마다 간이화장실과 낮잠을 청할 수 있는 임시휴게시설을 만들곤 하는데 대부분의 건설사는 그마저도 설치나 운영이 어렵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건설현장 노동 편의여건은 시공 품질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편의시설을 보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건설 현장 노동 여건이 조성된 배경에는 열악한 제도가 있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공사비가 1억 원 이상인 건설 현장은 화장실과 식당, 탈의실 등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시행규칙으로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화장실의 경우 △건설 현장으로부터 300m 이내에 △여성 근로자가 있을 경우 남녀를 구분하는 정도다. 현장 인원에 따른 화장실(변기) 수나 건축물 높이에 따른 별도 설치 규정은 없다.
전재희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고층 건물을 짓는 공사 현장 대부분은 화장실이나 휴게시설이 지상(1층)에 있다. 공사기한에 대한 압박을 갖는 건설노동자들이 왕복으로만 20분 이상 소요하며 용변을 해결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는 어렵다”며 “건설현장 아파트 1개 동마다 휴게실·탈의실·샤워실 1개 씩과, 1개 층마다 화장실 설치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현장 화장실 설치기준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지역산업고용정책과 관계자는 “건설현장 화장실 설치기준은 건설근로자가 건설 현장에서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취지로 마련됐다. 최근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실제 건설현장에서 운영되는 화장실 위치나 출력인원당 화장실 개수 등을 파악해 실제 생리현상 해결에 어려움이 없는지 실태조사 할 계획이다. 실태조사 결과와 보건 전문가 의견, 노사 이해관계 등을 파악해 화장실 설치기준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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