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간의 재구조화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다. 새 광장은 폭이 35m에서 60m로 넓어졌고 면적도 2배 이상 커졌다. 녹지도 크게 늘었다. 전체 면적의 4분의 1가량이 풀과 나무로 채워지고 계단형 쉼터 등 도심 내 휴식 공간의 성격도 강화됐다. 광장 재구조화 공사는 착공 후에도 시민단체 등의 반대와 후보 시절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으로 몇 차례 중단 위기를 겪었다. 서울시는 공사 중 발굴된 유구와 매장문화재 중 일부를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 현장 전시하는 등 역사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업 내용을 수정했다. 가림막을 걷어낸 광화문광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6일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으로 분주한 광화문광장에 다녀왔다.
#녹지·디지털 갖춘 도심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
3일 방문한 광화문광장은 재개장을 사흘 앞두고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었다. 잔디가 깔린 넓은 육조마당 등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인부들이 판석 시공, 조명 설치 작업 등으로 분주했다. 시민들이 이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도만 남겨두고 낮은 공사장 펜스가 둘러쳐 있다.
세종대왕상 뒤편에는 6일 열리는 개장 기념행사 ‘광화문광장 빛모락(樂)’을 위한 야외 특설무대가 설치돼 있다. 현장 관계자는 “행사가 코앞이라 마무리 작업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어제 아침 8시에는 100여 명이 현장을 청소했고, 4일이나 5일에 추가로 청소 작업을 할 것”이라며 “서울시 관계자도 매일 오전부터 수십 명씩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도로 한가운데에 섬처럼 고립됐던 광장의 배치를 서쪽으로 옮기면서 확장하는 것이 골자였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위치한 광장 동쪽은 한 차선만큼 보도 통행로가 줄었다. 가변차로 포함 왕복 10~12차선이었던 세종대로~광화문 도로 구간은 7~9차로(주행차로 7차로)로 줄여 동쪽으로 붙였다. 통행량을 고려해 원안이던 6~8차로 계획을 한 차례 수정한 결과다.
세종문화회관과 세종로공원, 정부서울청사 등 서쪽과 맞닿은 새 광장은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광장의 총면적은 4만 300㎡로 이전(1만 8840㎡)보다 2.1배 넓어졌다. 광장 폭은 35m에서 60m로 약 1.7배 확대됐다. 서편 길을 따라서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위치한 앞쪽부터 △광장숲 △열린마당 △문화쉼터 △사계정원 △시간의정원 △소나무정원 등 숲과 그늘이 있는 휴식공간으로 이어져있다. 이를 위해 나무 5000그루가 광장 곳곳에 심어졌는데 전체 녹지는 기존(2830㎡)보다 3.3배 늘어난 9367㎡로 확대됐다.
디지털 미디어 요소를 적극 접목한 것도 눈에 띄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연결된 해치마당 진입로 벽면에는 길이 53m의 대형 LED 패널 영상창이 설치됐다. 원래 있던 야외 계단형 쉼터를 정비하고 계단 맞은편에 영상을 송출하는 대형 화면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개장일부터 이 영상창을 통해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신진작가들의 창의적인 작품 전시를 활성화해 광장이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찾는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자리 잡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세종문화회관 외벽에는 영상창이 걸렸고, 반대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형 영상창에서는 이미 고해상도의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광장 동쪽 중앙에 위치한 KT 건물에는 대형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될 예정이다. 서울시와 KT는 지난달 광화문 사옥과 세종문화회관 벽면에 다양한 영상을 투사해 콘텐츠를 상영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는데 8월부터는 이 건물 외벽 미디어파사드에서도 실감형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원점 재검토’ 오세훈, ‘역사성 강화’로 진로 변경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시장 첫 임기 때인 2009년 완공했다. 하지만 보행로가 좁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추진돼 2020년 11월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투입된 예산은 815억 원이다.
착공 이후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대규모 세금 투입’, ‘공사 중 집회 불가’ 등을 이유로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고, 오세훈 시장도 후보 시절 반대 입장을 보여 새 시장이 취임하면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4선 임기를 시작한 오 시장이 “공사를 보완해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 두 달 후 ‘광화문광장 완p발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공사는 다시 탄력을 얻었다. 오세훈 서울시가 선택한 방향은 ‘역사성 강화’다. 매장문화재 발굴 조사 중 월대, 사헌부 터(세종로공원 앞 230㎡) 등 유적과 유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를 보존해 광장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역사적 가치를 활용한 것이다.
역사성을 접목한 부분은 크게 △월대 복원 △매장문화재 보존 △역사물길·담장 형상화로 구분할 수 있다. 발굴 유구 상태가 양호한 사헌부 터 영역은 문지, 우물, 배수로 등 유구 일부를 발굴된 모습 그대로 노출 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 장소에는 덮개시설을 갖춘 ‘시간의 정원’이 조성됐다. 관련 시설들 역시 마무리 작업 중인데 개장 후에는 지붕 그늘 아래 계단과 테이블에서 사헌부 흔적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또 삼군부 터(정부종합청사 앞), 형조 터(세종문화회관 앞) 등은 보존되고 상부에는 담장 등 유적의 형태를 반영한 시설물이 설치됐다. 역사성 회복의 핵심인 궁궐 앞 월대와 해치상 복원의 경우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협업해 2023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설계에서 역사성을 강화하고 광장 주변부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데에 주력했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경시설에도 역사적 의미를 접목했다”며 “현장에서 큰 구조물이나 장치 설치는 모두 완료된 상태다. 어제(3일)부로 조명 설비도 마무리했고 내일까지 대대적인 청소를 할 예정이다. 6일 개장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거리응원 가능할까
그렇다면 집회·시위의 장이라는 정치적 상징성, 거리 응원 등 광장문화 중심지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에서는 집회나 시위가 금지된다. 정치적 목적의 촛불집회나 특정 사고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열리던 노제·영결식 등이 해당한다. 추모를 위한 분향소 등도 설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민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재구조화 취지에 따른 결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이달부터 소음, 교통, 법률, 경찰, 행사 분야의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해 광장 사용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다. 행사 성격과 주변에 미칠 영향 등을 좀 더 전문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서를 접수받아 자문단의 의견을 들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거리 응원 등 문화 행사의 경우 자문을 거쳐 허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광화문광장 첫 개장 때도 집회 및 시위는 사실상 금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종로경찰서는 당시 “광화문광장 근처에는 주요 도로가 있고 외국 대사관이 즐비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지요건에 해당되면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시법에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 숙소의 100m 이내 장소’(11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 주요 도로’(12조)에서의 집회는 사전 금지통고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의미였다.
세종대로는 대통령령이 정한 주요 도로이고 주한미국대사관 등 외국 대사관이 인접해 법적 근거를 따져보면 대부분 이미 ‘시위 불가’ 지역에 해당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는 당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정치적 성향의 행사를 사전에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새 광장 개장을 앞둔 서울시가 ‘집회·시위 없는 광장’을 강조하는 배경에도 광장 사용 목적을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 활동’으로 한정하는 조례가 있다. 그러나 2011년 대학생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부터 세월호 참사 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조국 전 법무부장관 규탄 집회 등 굵직한 집회부터 일부 단체들의 불법 점거까지 성격과 규모가 제각각인 집회·시위가 계속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는 불가하다. 그동안은 문화제라는 형식으로 신청해 실질적으로는 집회를 하는 경우였다. 앞으로 운영 관리 방안을 제대로 만들어서 문화 행사가 집회·시위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관련 조례나 규정을 정비할 계획도 있다”며 “다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시위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는 없다. 과도하게 점유하지 않는 1인 시위 외 대규모 집회에 대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도로에 둘러싸여 노출이 쉽다는 구조가 시위에 잘 활용됐지만 정부청사, 문화시설과 맞닿은 조건에서는 주변 건물과의 상호작용이 커져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해진다. 광장이 원래 가지고 있는 가치에 부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위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적 촛불집회를 경험한 역사성과 장소성이 광장의 형태와 위치를 바꾼다고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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