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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백서 뜯어보기①] 제대로 된 한글백서 없어 '묻지마 투자' 부추기는 꼴

5대 거래소 중 3곳만 요약본 제공, 메이저 코인 아니면 정보도 없어…"거래소가 투자자 선택 도와야"

2022.08.04(Thu) 16:31:18

​[비즈한국] 가상자산 투자자 558만 명 시대다. 자본 없는 서민도 가상자산 투자로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너도나도 뛰어들면서다. 그러나 올해 ‘크립토 윈터’로 불리는 장기적인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가상자산 투자 열풍은 크게 꺾였다. 투자금을 잃고 빚을 진 이들도 속출했다. 이들이 투자에 실패한 원인은 시장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가상자산의 기본적인 정보를 담은 ‘백서(White paper)’조차 보지 않고, 오로지 가격의 급등락만을 좇아 투자하는 투자자도 많다.

 

서울 서초구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스크린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가상자산 백서란 프로젝트의 비전, 기반 기술, 로드맵, 발행량, 발행인 등 상세한 정보를 담은 자료다. 증권시장에서 증권을 모집할 때 제출하는 증권신고서나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투자설명서와 유사하다. 예를 들어 알트코인 중 대장 격인 이더리움의 백서를 보면 △비트코인 역사 △이더리움 △어플리케이션 △기타 이슈로 나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더리움의 개념과 채굴 방식, 알고리즘, 활용 방안, 수수료, 통화량과 향후 발행량 추이, 확장성 등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 백서는 대부분 영어로 발행한다. 문제는 국내서 개발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투자자가 프로젝트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인 백서부터 언어와 용어의 장벽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가상자산 규모에 따라서도 정보량에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처럼 시장에 안착한 메이저급 가상자산은 분석한 자료가 많지만, 시장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알트코인의 경우 비전을 점칠 만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게다가 발행된 백서가 4장 안팎에 그치거나 허술한 사이트로 대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행인-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은 꾸준히 지적된 문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 정보의 의무 공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짚었다. 올해 테라·루나 사태 이후로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업계를 향해 자율적인 투자자 보호를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도 소비자 보호 차원의 정보제공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지난 7월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에서도 ‘코인 마켓 거래소 공동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상자산 공시플랫폼을 만들어 프로젝트의 주요 사항을 공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화 거래가 가능한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출범했다. DAXA의 4개 사업 분과 중 하나는 교육 분과로 지정됐다. 간사는 고팍스가 맡았으며,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DAXA 차원에서 백서 번역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5개 사 전체 합의가 필요한 만큼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어떻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까. 현재 5대 거래소 중에서 가상자산 백서를 토대로 가상자산 프로젝트별 주요 정보를 한글로 제공하는 곳은 코인원, 업비트, 빗썸 세 곳이다. 다만 세 거래소도 백서에서 주요 정보만 모은 간략한 정보지를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수준에 그친다. 코빗과 고팍스는 별도의 한글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가상자산 특별대책 TF 소속 위원들이 7월 13일 업비트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이재원 빗썸 대표가 5대 거래소 정책건의서를 전달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코인원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2017년 5월 업계 최초로 ‘가상자산 명세서’라는 한글 자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가상자산 명세서는 영문으로 쓰인 가상자산 백서를 한글로 요약한 것으로, 프로젝트의 사업 계획·핵심 인력·토큰 발행량·분배율·로드맵 등을 담았다. 코인원은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자산 90% 이상의 명세서를 업데이트한 상태라고 밝혔다.

 

빗썸은 2018년 3월부터 ‘가상자산 검토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초기에는 상장검토보고서라는 명칭으로 홈페이지, 백서, 프로젝트 재단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담은 한글 보고서를 게시했다. 최근에는 상장 날짜와 프로젝트 소개, 특징, 핵심 인력 등을 1~2장 이내로 간단하게 담은 정보지 형태의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업비트는 웹사이트에서 ‘디지털 자산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가상자산 프로젝트 주요 정보 보고서를 제공한다. 보고서는 △시장 현황 △프로젝트 주요 현황 △팀 정보&성과 △Q&A로 구성됐다. 이와 별도로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에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교육 자료도 배포하고 있다. 업비트 측에 따르면 현재 투자자보호센터에서 가상자산 백서 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팍스와 코빗은 한글 백서나 가상자산 프로젝트별 정보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코빗은 시장 동향 리포트만 배포하며, 현재로선 백서 번역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 고팍스는 일부 가상자산을 상장할 때 백서를 간략하게 번역해 게시했지만 현재는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회사 측은 “백서 번역 작업을 검토하고는 있다”라며 “인력 배치 등의 문제로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프로젝트마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등 목적과 내용이 다양하지만 이를 모르는 투자자가 많다. 영어로 발행하는 백서 중엔 20장이 넘는 경우가 있는데,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젝트 주요 내용을 모르고 일단 투자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방식이다”라며 “묻지마 투자를 줄이고 투자자 선택을 돕기 위해선 거래소가 한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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