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업계의 트렌드는 단연 음성기반 SNS였다. 클럽하우스를 시작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까지 소셜 오디오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반짝’ 인기는 너무 빨리 식어버렸다. 이용자들은 이미 음성 SNS에 흥미를 잃은 분위기지만 아직 플랫폼 업계는 미련이 가득하다.
#클럽하우스·음 종료, 100% 음성기반 SNS의 한계
지난해 6월 음성 소셜 미디어 ‘음(mm)’ 서비스를 론칭할 때만 해도 카카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클럽하우스의 단점을 보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한국판 클럽하우스’로 불리며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기존 사용자의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 가능한 클럽하우스의 폐쇄성을 보완해 누구라도 참여 가능한 소셜 오디오 플랫폼을 구축했다. 당시 카카오는 “소셜 오디오 플랫폼이 생태계를 다시 한번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 있게 인식했다”고 서비스 시작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론칭 직후에는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던 이용자들이 음질 등의 이유로 음으로 이동하며 성공적 성과를 내는 듯했다. 클럽하우스가 유명인 가입으로 인해 이용자가 대거 몰린 것처럼 카카오도 서비스 초기 셀럽 확보에 주력했다.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했다. 클럽하우스 인기가 급속도로 식어버린 것처럼 카카오의 음도 이용자가 줄어 10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음의 경우 최근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트렌드가 다변화함에 따라 더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성을 고민해보고자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음성기반 SNS 열풍은 사그라졌지만 카카오는 여전히 미련이 남은 모습이다. 올해 4월 카카오톡에 음과 유사한 ‘보이스룸’ 기능을 도입했다. 100% 음성에만 집중한 SNS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카카오는 빠르게 음 서비스를 포기하고 안정적인 카카오톡으로 음성 서비스에 재도전할 것을 결정했다.
보이스룸은 최대 1500명까지 음성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익명의 커뮤니티인 오픈채팅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스피커와 리스너가 존재하며 보이스룸에 입장 시 말하기 기능에 대해 ‘수락’, ‘거절’을 선택할 수 있다. 진행자와 발언자는 최대 10명까지, 이용시간은 48시간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보이스룸 기능은 오픈채팅에서 활용될 여지가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해 오픈채팅 기능으로 추가했다. 일반 채팅방에는 보이스룸과 유사한 그룹 대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화의 주제도 넓어진 편이다. 음은 이용자가 일상, 연애, 고민 상담, 육아, 음악 등 20여 개의 주제 중 관심 있는 것을 골라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였지만 카카오톡에서는 어떤 주제로든 오픈채팅방을 개설할 수 있고, 음성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앞서의 카카오 관계자는 “보이스룸을 통해 오픈채팅에서 텍스트 기반의 대화뿐만 아니라 음성 대화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게 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더욱 생생하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자·영상에 익숙한 MZ세대, 음성 대화 니즈 있을까
카카오는 오픈채팅 서비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인 기반의 SNS인 카카오톡의 성장 정체가 지적되는 시점에서 오픈채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 오픈채팅 사용자 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지난 2019년 대비 2022년 76% 성장했다.
음성 대화 기능 추가도 오픈채팅 기능 강화 목적이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보이스룸 기능은 이용자들의 소통 편의를 위한 카카오의 고민 중 하나”라며 “음성 대화와 텍스트 채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특정 주제에 관한 토론, 정보 공유 등을 할 때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성 대화에 대한 이용자 반응은 여전히 기대 이하다. 보이스룸 기능은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사용한다. 현재 대부분의 보이스룸 채팅방은 연애 수다방, 성인방 등에 한정됐다. 카카오 측도 보이스룸 관련 이용자 데이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픈채팅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 있는 주제들은 ‘음성 대화’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카카오가 오픈채팅의 인기 사례로 꼽는 ‘고독한’ 시리즈는 대화 없이 인물 관련 사진만 올리는 오픈채팅방이다. 테니스, 골프 등을 함께할 운동메이트를 찾거나 취업 정보를 나누는 등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오픈채팅방은 보이스룸 기능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음성형 SNS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소셜 오디오가 성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물론 중국의 텐센트, 바이두 등도 잇따라 음성기반의 SNS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음성기반 SNS에 대한 이용자 선호도는 있다고 본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텍스트로 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성 대화에 대한 니즈도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단순 텍스트를 넘어서는 힘과 몰입도, 감정이 있다. MZ세대가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지만 음성 교류에 대한 갈증이 있어 이런 부분을 음성기반 SNS가 어느 정도 해소할 여지가 있다”며 “다만 MZ세대는 기본적으로 문자와 영상 기반 세대다. 전화 같은 음성 대화보다 문자 등을 선호하는 만큼 음성만으로 소통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재미 요소를 위해 음성이 활용되는 것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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