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꼰대’는 나이 든 영감, 아버지, 혹은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지금은 젊은 세대가 짜증을 유발하는 상사를 꼰대라고 칭한다.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선배, 상사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그러나 꼰대가 자기 말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건 결과론적인 정의다. 꼰대는 어떻게 해서 탄생하는 걸까? 나는 꼰대일까 아닐까?
아래 질문에 답을 해보자.
1. 나와 한 공간에서 일하는 젊은 세대가 죽고 못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궁금한가?
2. 그들이 틈만 나면 머리를 박고 쳐다보는 스마트폰에 어떤 앱이 깔려 있는지 아는가? 궁금한가?
3. 그들이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어쩌면 나에게는 이미 준비된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 아는가? 궁금한가?
4.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궁금한가?
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가?
임원 코칭을 할 때였다. 한 임원이 이런 얘기를 했다. “자식이 잘못하면 왜 그럴까 궁금해하고 함께 고민하는데, 직장에서 자식 나이 또래의 직원에게는 틀렸다고 지적하고 내 지식으로 가르치려고 듭니다. 왜 저는 궁금해하지도 인내하지도 않았을까요? 제가 꼰대일까요? 나쁜 상사인 걸까요?”
가족과 직장은 다르지만,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은 대동소이하다고 본다. 상대의 욕구에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내 생각을 잠시 멈추고 상대의 말을 관심 있게 들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꼰대는 남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더 이상 주변 사람의 생각과 선호, 세상 돌아가는 상황, 신제품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자신이 지금껏 경험하고 옳다고 믿는 것들을 소비하며 산다. 나는 이런 상황을 ‘호기심이 끝난’ 상태라고 정의한다. 호기심이 끝난 사람은 경청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겨난다. ‘왜 저 상사는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만 할까? 왜 내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이렇게 안타깝고 화 나는 경험을 우리 모두 해봤다.
달라이라마는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이 말을 할 때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경청하게 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지도 모릅니다.”
내가 당신의 성장과 성공에 관심이 있다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장착한다면 내 말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진지하게 집중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유연함까지 겸비한다면 훨씬 생산적인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젊은 세대에게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영국의 록 콘서트에 80대 할머니가 왔다. 이 시끄러운 콘서트장에 왜 왔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대답했다. “동시대 문화가 궁금해서요.” 이런 사람은 절대 꼰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통행증을 얻게 된다. 호기심이 살아 움직이는 한 그 누구도 꼰대라는 훈장을 가슴에 달 이유가 없다.
필자 박중근은 조직 관리 전문가로 2018년 캠프코리아를 설립해 기업 교육 및 코칭을 하고 있다. 나이키코리아, 한국코카콜라, 아디다스코리아에서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하고 닥터마틴 한국 지사장을 역임했다. 부산외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 기획,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70년대생이 운다’ ‘오직 90년대생을 위한 이기적인 팀장 사용 설명서’가 있다.
박중근 캠프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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