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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5년간 노력했는데…거리두기 풀리자, 쓰레기 투기 폭발적 증가

밤새 치워도 ‘말짱 도루묵’…전문가 “일회용품 규제하고 투기 단속해야”

2022.08.03(Wed) 16:05:17

[비즈한국]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거리의 밤은 쓰레기로 가득 찬다. 각종 전단지, 담배꽁초, 플라스틱 컵, 쓰다 버린 우산들이 넘친다. 거리두기가 풀리고 새벽까지 유흥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늘어난 사람만큼 쓰레기 투기도 늘었다. 

 

문화예술관광특구인 홍대에 나뒹구는 쓰레기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거리에는 쓰레기 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거리에 쓰레기 투기 넘쳐…새벽부터 치워도 ‘역부족’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서울 주요 번화가는 울상이다. ‘쓰레기’ 때문이다. 2년간 코로나로 깨끗했던 거리는 다시 쓰레기로 뒤덮였다. 특히 새벽까지 인구가 몰리는 이태원, 홍대, 강남 등의 거리 쓰레기 투기는 심각하다. 비즈한국 취재진은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쓰레기 투기 현황을 살펴봤다. 

 

젋음의 거리 홍대는 다른 자치구와 달리 새벽에 거리 미화 작업을 한다. 쓰레기 투기가 심각해 새벽 작업이 꼭 필요한 탓이다. 오후 11시경 마포구 거리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A 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거리 쓰레기가 확실히 늘었다. 특히 새벽은 더 심하다. 원래 새벽부터 작업하는데,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어 지금 나와서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 등 쓰레기들. 시간대를 막론하고 홍대 거리에는 투기된 쓰레기들이 넘쳤다. 사진=전다현 기자


실제 홍대 거리는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거리 구석구석에 쓰레기가 쌓여있고, 담배꽁초나 먹다 버린 플라스틱 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쓰레기 투기 금지 팻말 앞에도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다. 문제는 청소만으로 투기된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 새벽의 홍대 거리는 환경 미화 작업이 끝난 직후에도 금세 쓰레기가 쌓였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 쓰레기통이 무색하게 전단지와 담배꽁초, 비닐봉지 등이 뒹굴고 있었다. 명함이나 클럽 입장 밴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태원 일대도 거리 청소 후 여전히 쓰레기가 남아있었다. 쓰다 버린 우산과 각종 비닐, 맥주병, 플라스틱과 종이들까지, 거리 청소가 끝난 후라고 믿기지 않았다. 인근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오픈 전 가게 앞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골치다. 무단 투기하지 말라고 써 붙여도 소용없다. 거리두기가 풀린 이후로 더욱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일대 거리 모습. 환경 미화원이 거리 청소를 한 이후에도 쓰레기가 넘쳤다. 투기 금지 경고문도 소용없었다. 사진=전다현 기자

 

#쓰레기와의 전쟁 계속됐지만…쓰레기 투기 반복되는 이유

 

거리 쓰레기 투기 문제는 하루 이틀 벌어진 일이 아니다. 무려 15년 전부터 서울시는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는 쓰레기통 설치를 3707개에서 5640개로 늘렸다. 2017년에는 본격적으로 ‘쓰레기 설치 확대 보급’을 추진해 태양광 압축 휴지통 20개와 항아리형 휴지통 243개 등을 추가 설치했다. 2021년 9월에는 거리 쓰레기통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쓰레기통에 QR코드를 부착했다. 마포구 243곳을 대상으로 시범 설치한 것인데, QR코드​를 통해 쓰레기 수거 등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모두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강남구청은 2007년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매일 300여 건씩 담배꽁초 투기를 현장 단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전단지로 홍역을 앓던 홍대 거리에 마포구청은 대대적인 단속을 나서기도 했다. 2018년 마포구청은 불법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에 전화통화 불능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무용지물로 만들고, 휴일엔 환경미화원 16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홍대 일대에 전단지 쓰레기가 줄어드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마포구청은 미관을 위해 늘어난 쓰레기통을 예술로 입히는 ‘홍대거리에 예술더하기’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홍대 인근에 있는 쓰레기통을 예술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투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현장에서는 이전보다 쓰레기 투기가 더 심해졌다고 토로한다. 마포구 환경미화원 C 씨는 “여기(홍대 인근)는 원래부터 쓰레기가 많긴 했다. 그래도 전단지가 많이 줄고 코로나가 겹치면서는 깨끗해졌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많아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새벽 내 거리를 아무리 쓸고 닦아도 다시 쓰레기가 쌓이는 상황. 각 자치구의 특별한 대응책도 없었다. D 자치구 담당자는 “기존에도 쓰레기가 많던 지역이라 추가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구청도 상황은 비슷했다.

 

결국 거리두기로 해제로 거리 쓰레기가 다시 늘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폐기물협회 폐기물분야 전문가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힘들더라도 지자체의 지속적인 감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캠페인 등과 함께 무단투기에 대해 철저히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특정 지역에 대해 정기적으로 철저히 단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거리 쓰레기 투기가 일회용품 사용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홍 소장은 “기본적으로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하고 수거 주기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시 내 주요 거점은 특별구역으로 설정해 인력을 늘려 대대적으로 수거하는 방법 밖에 없다. 또한, 쓰레기 투기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일회용 컵인데, 이를 억제하려면 보증금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쓰레기를 유발하는 노점상 등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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