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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투자' 아트테크 3사, 작품 얼마나 팔렸나 보니

보유 기간 길어지자 투자자 불만 쏟아져…일각에선 반짝 인기 그칠까 우려

2022.08.03(Wed) 10:19:54

[비즈한국]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임 씨는 지난해 5월 미술품 소유권을 공동 구매하는 조각 투자에 나섰다. 임 씨는 미술을 잘 모르지만 국내 유명 화가의 작품이기에 금방 팔릴 거라 믿고 1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임 씨의 예상과 달리 작품은 1년이 넘게 팔리지 않았다. 임 씨는 “공동 구매는 꾸준히 열리는데 매각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라며 “현금이 필요한데 언제 수익을 내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물린 것 같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미술품 조각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테크 플랫폼들은 공동 구매 작품을 투자자가 볼 수 있도록 갤러리에 전시하고 있다. 사진은 테사 뮤지엄. 사진=심지영 기자

 

#아트테크 찾는 MZ세대, 조각 투자로 작품 소유권 구매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를 향한 MZ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며 미술품 소유권에 조각 투자하는 아트테크 플랫폼도 주목받았다. 미술품을 직접 사려면 가격이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다 보니 플랫폼을 통해 소액으로 소유권을 구매하는 조각 투자에 뛰어드는 것. 플랫폼 테사는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29일) 신규 회원이 7만 926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57%나 늘었다. 

 

조각 투자를 향한 높은 관심 덕에 아트테크 플랫폼들은 상당한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의 운영사 열매컴퍼니는 지난 3월 170억 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테사는 지난해 52억 원, 올해 20억 원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이 조각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제재에 나서자, 아트테크 플랫폼은 금융사와 손잡거나 전문가를 영입하며 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섰다. 테사는 NH농협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고객 예치금을 은행에 분리 보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책, 투자 유치, 높은 수익률 등 화려한 플랫폼의 행보에도 미술품 조각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 씨처럼 작품 매각 시기를 알 수 없어 수익을 내기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데다, 거래 현황도 불안정해서다. 

 

실제로 플랫폼의 작품 매각 현황은 어떤지 주요 아트테크 플랫폼 3개(아트투게더·아트앤가이드·테사)의 판매 이력을 살펴봤다. 2018년 11월 미술품 공동 구매를 시작한 아트투게더는 지금까지 138개 작품을 공동 구매해 26개 작품을 매각했다(홈페이지 기준). 비율로는 18.8%로, 전체 작품 중 5분의 1도 매각하지 않은 셈이다. 평균 작품 보유 기간은 368일로 1년이 넘는다. 다만 회사 측은 “더 높은 가치에서 매각하기 위해 단기간에 작품을 매각하지 않는다”라며 “최대 경매사 중 한 곳인 케이옥션이 3월부터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매각을 위해 열심히 활동 중”이라고 답했다.

 

2020년 4월 앱을 론칭한 테사는 그동안 11개 작품을 매각했고, 현재 37개 작품이 공동 구매 또는 매각 대기 상태다. 공동 구매가 진행 중인 3개 작품을 제외하면 매각 비율은 24.4% 수준이다. 평균 보유 기간은 10개월로 비교적 짧은 편이며 수익률은 7.6~40.2%대를 기록했다.

 

아트앤가이드는 2018년 10월 김환기 작가의 ‘산월’ 작품으로 공동 구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공동 구매는 164회, 매각 작품 수는 96개로 매각 비율이 절반이 넘는 58.5%를 보였다. 타 플랫폼에 비해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이곳도 작품의 평균 보유 기간이 330일로 매각까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플랫폼마다 매각 비율이 다르긴 하나 지난해 조각 투자 열풍과 함께 아트테크에 뛰어들었던 투자자 다수가 1년 이상 정산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상태로 보인다. 현물 미술 투자에선 매각까지 10년까지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보유 기간 1년이 긴 편은 아니다. 그러나 조각 투자는 투자자가 현물을 보유하지 못하고 플랫폼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아트테크 플랫폼이 작품 선정·매각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만큼 투자자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트테크 플랫폼에서 공동 구매한 작품이 팔리지 않아 불안해하는 투자자가 많다. 사진은 아트앤가이드 매각 현황 화면.

 

#길어지는 보유 기간에 커지는 투자자 불만

 

최근 들어 테사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매각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조각 투자와 아트테크 시장 자체가 꺾인 것 같다”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월 테사에서 한 작품도 매각하지 못했기 때문. 한 투자자는 “1년 넘게 팔리지 않은 작품이 10개에 달한다. 처음 투자할 때와 상황이 다르게 흘러간다”라며 “투자자 간 소유권을 거래하는 마켓에서도 가격이 너무 떨어져 신규 작품 공동 구매 열기까지 식은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거래 현황을 보면 투자자 사이에서 우려가 나올 만하다. 테사에서 6월 3일~8월 3일까지 2개월간 공동 구매를 진행한 작품의 경우 3일 자정 기준 판매율이 58.3%에 그쳤다. 7월 15일, 29일부터 2개월간 판매하는 다른 두 작품도 판매율이 각각 26.5%, 12.2%다. 게다가 투자자끼리 경매 형태로 소유권을 거래하는 마켓에서는 작품 33개 중 3개를 제외하고 전부 가격이 구매가(1개 1000원)보다 낮게 형성돼,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장투’하며 버틴다고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보유 기간은 지나치게 길지만 수익률은 미미한 경우도 있다. 아트앤가이드의 첫 공동 구매 작품인 산월은 57일 만에 매각됐지만, 2019년 1월 공동 구매한 도상봉의 ‘정물’은 매각까지 1192일이 걸렸다. 정물에 투자한 이들은 수익을 내기까지 3년 3개월 넘게 기다린 셈이다. 게다가 판매까지 두 달이 걸리지 않은 산월의 가격 상승률은 22.2%였지만 정물의 경우 고작 10%에 그쳤다. 

 

수익률 평균의 함정도 주의해야 한다. 아트투게더의 매각 평균 수익률은 47.9%로 상당히 높은데, 작품별로 살펴보면 수익률이 15%에서 138%까지 천차만별이라 사실상 ‘복불복’에 가깝다. 특히 일부 작품은 연 평균 수익률(가격 상승률)이 1000%대로 나오는데 이는 매각까지 걸린 기간이 매우 짧은 작품의 수익률을 1년 단위로 표기한 것으로 실제 수익과는 상관이 없다.

 

반대로 보유 기간이 긴 작품은 연 평균 수익률이 실제 수익률보다 낮아진다. 아트투게더 측은 “평균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경매 낙찰가+낙찰 수수료를 기준으로 공동 구매 모집과 매입을 진행하기 때문”이라며 “연환산 수익률은 고객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순수 공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강화에 시장 침체 때문인지 최근 아트테크 플랫폼은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6월 말 열매컴퍼니 신청을 시작으로 아트투게더, 테사, 소투 등 주요 아트테크 플랫폼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준비 중이다. 대부분 8월 중에 신청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는 목적은 신사업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추가 수익 창출 수단을 찾는 셈이다. 

 

혼란스러운 시장 환경에 아예 미술품 조각 투자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 피카프로젝트는 지난해 공동 구매를 중단하고 남은 작품 4~5점의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갤러리 전시회, NFT 판매 위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이 회사 소속 김순응 아트디렉터는 “미술품 공동 구매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없다. 끊임없이 수익을 내는 작품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자전거래 등으로 눈속임하면 결국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 파산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파는 작품을 보면 시장에서 안 팔리던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피카프로젝트 관계자는 공동 구매 중단한 이유로 “시장에 혼선이 있지 않나. 조각 투자 사업을 이어가면 자본시장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라며 “현 정부에서 조각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명확한 기준이 나올 때까지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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