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멀티 레이블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하이브가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어도어의 신인 그룹 ‘뉴진스’ 전용 소통 앱을 출시했다. 하이브가 개별 레이블이나 아티스트를 위해 별도 앱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소속 아티스트들이 모두 팬 플랫폼 위버스에 입점한 것과 달리, 뉴진스는 데뷔와 동시에 자신의 팬덤만을 위한 ‘포닝’ 앱에서 소통을 시작했다. 하이브 측은 다른 아티스트의 별도 앱을 내는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영향력이 크지 않은 신인 그룹이지만 개별 팬덤 맞춤 소통 기반이 생겼다는 점은 위버스 집중 전략을 취하던 하이브의 기존 플랫폼 전략과 상충하는 지점이 있다. 하이브가 어도어를 통해 펼치는 전략은 무엇일까.
#아이돌과 ‘공유폰’…아날로그 감성 담은 ‘포닝 앱’
어도어(ADOR, All Doors One Room의 약자)는 지난달 신인 걸그룹 뉴진스(NewJeans)를 선보이며 뉴진스 팬들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앱 ‘포닝(Phoning)’을 공개했다. 어도어는 지난해 11월 신설된 독립 레이블로 하이브의 완전자회사다. 계열사 쏘스뮤직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고 이후 하이브가 154억 규모의 투자를 통해 지분을 100% 인수했다.
포닝은 그룹 멤버들과 팬들이 하나의 휴대폰을 공유한다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영상통화’를 표방하는 실시간 라이브, 사진과 일정을 공유하는 사진첩·캘린더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 특히 레이아웃과 컬러, 폰트 등 UX(사용자 경험·User eXerience)가 트렌디하게 연출됐다. 영상통화의 경우 최근 위버스가 양수해 위버스 2.0에 접목한 ‘브이라이브’와 유사한 형태로, 통화종료 버튼 등을 추가해 영상통화를 하는 것처럼 꾸몄다.
타 기능이 위버스의 기존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것은 채팅 기능이다. 위버스는 SM의 유료 메시지 서비스 ‘버블’이나 NC소프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 속 ‘프라이빗 메시지’와 같은 1:1 개별 채팅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아티스트와 팬들이 각자 공개된 공간에서 글과 사진을 공유하는 방식의 소통을 적용해왔다.
채팅 알림이 뜨면 포닝 앱 이용자는 멤버들이 있는 ‘단체톡방’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완전한 쌍방향 소통 형태는 아니지만 채팅창으로 공유된 사진과 영상은 사진첩에 저장이 가능하고 멤버가 직접 입력한 일정에는 댓글로 응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걸그룹 ‘2연타’로 기획 역량 입증하나
어도어와 뉴진스의 성공은 하이브가 자체 설립 레이블의 기량을 입증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자회사 쏘스뮤직과 협력해 만든 첫 번째 걸그룹 르세라핌에 이어 뉴진스를 통해 걸그룹 시장에서 존재감 구축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하이브는 2019년 CJ ENM과 함께 빌리프랩을 공동 설립한 이래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 등을 인수해 다양한 레이블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해왔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 관리는 미흡한데 몸집 불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아티스트의 경우 하이브 계열사로 편입된 뒤 오히려 투자나 활동이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어도어는 공동설립이나 인수가 아닌 하이브 멀티 레이블 체제 하에서 독자적으로 설립된 최초 사례다. SM엔터테인먼트 출신 민희진 대표가 제작 총괄을 맡았다. 뉴진스는 트리플 타이틀에 수록곡 4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자사 타 그룹과는 다른 방식의 데뷔 전략을 펼치고 있다. SM, JYP, 스타쉽 소속의 굵직한 신인 걸그룹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빅히트 시절부터 보이그룹으로만 성과를 내 온 하이브로서는 어도어가 차별화된 방식으로 팬덤을 확보하는 것을 도울 필요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신인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수익을 내는 시기가 단축되면서 팬덤을 빠르고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이 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인 그룹들의 앨범 판매량이 데뷔 초기부터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트렌드가 있다. 신인 IP 개발 이후 수익 회수 기간이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포닝, 위버스 유료 채팅 서비스 초석 되나
포닝은 출시와 동시에 뉴진스의 감성을 담아냈다며 화제를 이끌어냈다. 7월 25일 출시된 포닝 앱은 10일째인 3일 기준 안드로이드 앱마켓 구글플레이에서 5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하이브 ‘플랫폼’ 사업의 중추인 위버스컴퍼니는 어도어와 협업해 포닝 개발에 참여했다. 위버스컴퍼니는 위버스와 위버스샵을 운영한다. 하이브는 주요 사업을 ∆레이블(매니지먼트·음악 콘텐츠 제작) ∆솔루션(공연 등 2차 콘텐츠 사업) ∆플랫폼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하이브가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포닝 플랫폼 개발을 지원한 것을 두고 업계는 하이브가 ‘1:1 유료소통’ 서비스에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위버스는 ‘공식 팬카페’ 혹은 ‘폐쇄형 SNS’의 형태로 운영된다. 아티스트와의 1:1 대화를 표방하는 경쟁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포닝의 메시지 서비스가 차후 위버스 내 1:1 채팅 도입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닝은 아직까지 완전한 쌍방향 소통은 아니지만 대화방에서 멤버들이 메시지를 남기고 단체대화를 하는 등 채팅의 형태를 모방하고 있다. 현재 무료 서비스인데 K팝 커뮤니티에서는 데뷔 프로모션 시기가 끝나면 일부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고 실제 채팅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밖에 포닝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고도화 계획을 갖춘 서비스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뉴진스 홍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고, 장기적으로는 채팅 서비스의 운영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깃이 명확하다는 포닝의 특성 때문에 오히려 운영상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 아티스트별로 하나씩 별도 앱을 운영할 경우 비용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1:1 채팅 서비스는 아티스트에게 소통에 대한 부담을 갖게 한다. 기존 입점 계약과도 달라 이미 위버스에 속해 있는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채팅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신인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시도해보는 절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석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하이브는 공연, 영상, MD 등을 넘어 게임, 만화까지 2차 수익 채널을 확대하고 있는데 업계는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건 원천콘텐츠 격인 아티스트 IP와 결집력 높은 팬덤의 결합으로 본다. 안정적인 팬덤 확보와 소속감 유지에 ‘내밀한 소통’이 중요해지는 추세 속에서 하이브도 위버스 내에 1:1 소통 서비스를 도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 비즈니스에서는 그룹의 콘셉트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핵심이다. 팬덤이 스타를 만드는 흐름이 생겨나면서 팬덤을 어떻게 구축하고 관계성을 만드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기존에 있던 앱이 아니라 단일 팬덤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있고 그 플랫폼이 그룹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다면 팬덤 구축에 효과적일 것”이라며 “소통 플랫폼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수익 회수 기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위버스에 이 같은 서비스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뉴진스가 일종의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면 위버스로서는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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