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계속적 계약’이란 일정 기간 대가를 받고 지속해서 재화를 공급하는 거래를 약정한 계약을 말한다. 계속적 거래관계에서는 일방 당사자의 존립이 해당 거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공정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거래행위 심사 지침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① 계속적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통상 특화된 자본 설비, 인적자원, 기술 등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다.
② 고착화(lock-in) 현상이 발생하면 상대방은 우월적 지위에 있게 돼 불이익 거래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상대방은 투입한 투자 등을 고려해 불이익한 거래조건 등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③ 계속적 거래관계 여부는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특화된 자본 설비, 인적자원, 기술 등에 대한 투자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예를 들어 거래상대방이 거래를 위한 전속적인 설비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거래상 지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불공정 이슈가 자주 거론되는 거래로 가맹계약(프랜차이즈), 대리점 계약, 대규모 유통업자(백화점 등) 납품 계약 등이 있는데 모두 계속적 계약의 한 종류다. 가맹거래에서 점주는 사업의 존속 및 운영을 프랜차이즈 본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타당성 여부를 떠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정책을 거절하기 어렵다. 불공정 거래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다른 거래 유형보다 높다. 이 때문에 사법상 거래인 가맹계약의 효력, 해석에 공정위 등 국가의 개입(규제)이 정당화된다.
거래상 지위를 보유한 일방 당사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 중 상대방에게 가하는 불이익의 정도가 가장 높은 것 중에는 일방적인 거래중단이 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주에게 가맹계약 해지 또는 갱신 거절을 통보하는 경우다. 점주는 가맹계약을 위해 투자했던 인테리어 비용, 간판 비용, 권리금, 장비 구입비 등을 회수하지 못해 손해가 매우 크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계약상 근거 없이 계약기간 도중 가맹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면 가맹계약 위반에 해당한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가맹사업법상 부당한 거래거절 등의 법 위반행위가 성립해 시정명령, 과징금 등의 행정제재를 받게 된다.
이런 계약 해지는 계약상 근거(계약조항) 여부에 따라 판단하면 되므로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실무상으로는 계약기간 도중이라면 굳이 해지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계약기간 만료로 계약 관계가 종료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계약기간이 만료돼 계약 관계가 종료된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계약을 갱신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다.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선 계약 상대방 선정이나 계약 체결 여부 등은 전적으로 본사 의사에 달려 있으므로, 갱신 거절이 문제 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30041 판결도 위와 같은 관점에서 원칙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는 계약갱신 여부를 판단할 자유를 가진다고 판시했다.
“존속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속적 계약 관계는 그 기간이 만료되면 종료한다. (중략)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의 갱신 요청을 받아들여 갱신 등에 합의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결정할 자유를 가지며, 정당한 사유 또는 합리적 사유가 있을 때에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입장을 관철하면 점주 입장에선 상황에 따라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점주가 가맹계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브랜드 발전에 기여했음에도, 프랜차이즈 본사가 사실이 아닌 일로 점주를 제재하기 위해 계약갱신을 거절한다면 이는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다289495 판결은 아래 사안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갱신 거절이 신의칙에 반하므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① 점주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약 12년간 가맹점을 운영해왔다. 본사는 점주에게 간장소스를 붓이 아닌 분무기로 치킨에 도포해 중요 영업방침인 조리 매뉴얼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② 그러나 조리 매뉴얼에는 붓을 이용해 간장소스를 발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점주가 조리 매뉴얼을 고의로 어겼다고 보기 어렵고, 분무기로 간장소스를 바른 건 나름 조리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다.
③ 본사가 영업방침 위반을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은 한 지역에서 약 12년간 영업을 해오던 점주에게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가맹계약 갱신과 관련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거절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과 부당하다는 판결이 모두 존재해, 실제 사건에서 명확한 답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부당성 여부를 미리 판단해야 한다면 계속적 거래에서 국가가 개입하는 이유 중에 고착화 현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선 점주가 투자 비용의 회수 기회를 가졌는지를 고려한다. 다음으로는 대법원 판결을 감안해 계약위반의 귀책이 누구에게 있는지, 계약을 유지할 경우 프랜차이즈 영업 정책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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