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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건국 이후 최대 거래' 폴란드 방산수출 성공의 의미와 과제

수십조 원 규모의 엄청난 성과…독일과는 차별화 된 군수지원 필요

2022.07.29(Fri) 17:12:32

[비즈한국]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고 금액인 ‘방위산업 종합 패키지’ 판매가 성공했다. 지난 27일 폴란드 국방부는 대규모 한국산 무기 사업 계약식을 진행했는데, 계약 세부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현대로템이 생산하는 K2 흑표 전차. 사진=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우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블록 20 경공격기 48대를 3조 4000억 원에 구매한다. 일부 물량은 한국 공군이 먼저 주문한 TA-50 훈련기를 개조한 FA-50 블록10을 공급하고, 그 후 폴란드 공군용 개량형 FA-50 PL 블록 20버전을 2026년까지 폴란드에 제공한다.

 

이미 폴란드에 차체가 판매된 적이 있는 자주포는 이제 포탑까지 패키지로 공급한다. 우선 한화가 K9 자주포 48대를 긴급 수출해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공여한 크라프(AHS Krab) 자주포를 대체한 다음 총 600대를 공급한다. 4조 원 이상의 이 계약에는 2026년부터 K9PL 자주포를 폴란드가 현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가장 큰 계약은 현대로템이 생산하는 K2 흑표전차 수출 계약이다. 폴란드는 우선 한국 육군이 계약한 K2전차 물량 중 일부를 올해부터 긴급 수입하고, 180대의 긴급도입사업이 끝나면 2026년부터 폴란드 공장에서 폴란드 군을 위해 개량된 K2PL전차 800대를 생산한다. 전차 구매 예산만 17조 원에 달하고, 총 수출액은 20조 원 이상에 이르는 엄청난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건국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방산 수출계약이 이루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이 모든 ‘기적’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전쟁 초기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우크라이나군의 선전으로 전쟁은 소모전 양상으로 변했으며, 유럽 및 미국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막대한 양의 현역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곧 러시아의 폴란드 침공을 의미하므로 막대한 양의 현역 무기를 쉴 새 없이 공급하고 있다. 긴급하게 대량의 전차, 장갑차, 전투기가 필요하게 돼 이번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그런데, 이 기적을 ‘성과’로 바꿀 수 있었던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저력이 없었다면 이번 거래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방위산업이 남북 대치상황으로 기반 수요가 튼튼한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하기 위한 성능 개량과 군수 지원에 힘을 쏟은 결과다.

 

실제 군사전문가들은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 구매를 선택하는 데에는 폴란드가 추진한 전력증강 사업에서 겪은 여러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다.

 

가령 폴란드 육군은 독일로부터 중고 레오파드2 전차를 수입한 뒤, 레오파드2 PL로 성능개량을 추진했으나 업체 사정으로 잘 진행되지 못했다. 폴란드 공군은 KAI의 T-50 고등훈련기 대신 이탈리아의 M-346 고등훈련기를 구매했었지만 성능과 효율성이 부족하여 곤란을 겪은 바 있다. 이런 경험이 한국산 무기 구매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규모 무기 수출 사업 성공은 한국과 폴란드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장 핵심적 변화는 폴란드의 방위산업 체질과 능력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우선 FA-50은 폴란드에 통합 서비스 센터가 건설돼 유럽에 수출될 FA-50 전투기를 통합 유지보수할 예정이다. K2전차와 K9 자주포는 폴란드 현지에 생산 공장 건설로 폴란드의 방위산업 생산 기반을 크게 향상시킬 전망이다.

 

폴란드는 냉전 시절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무기 생산 기반으로 상당한 기반을 쌓았으나, 기술력과 산업 기반 부족으로 그 기반이 크게 약해져 있다. 이번 대규모 무기 구매 및 생산 사업을 통해 독일이나 프랑스에 버금가는 전차와 자주포 생산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고, 이것은 향후 유럽의 방위산업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시 이번 거래 이후 완전히 새로운 산업 역량을 갖출 것이다.

 

일단 한 가지 단일무기가 아닌 육군과 공군의 ‘패키지 딜’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이번 거래에서 증명했다. 앞으로 우리 방위산업은 한 나라의 국방력 전체를 강화할 수 있는 패키지 딜이 가능한 방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게다가 막대한 생산량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로 우리 국방력에 도움이 되는 업체의 자체투자가 가능해졌다. 가령, K2 전차를 생산하는 로템의 경우 초기 한국 육군이 400대의 K2 탱크를 요청했지만, 파워팩과 공격헬기와의 예산 배분 문제로 양산이 지연돼 큰 곤란을 겪었는데, 자금 부족이 해소돼 현재의 K2 전차보다 더욱 개량된 개량형 K2 전차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대규모 거래의 유일한 우려 사항은 폴란드와 독일, 미국의 특수한 관계이다.

 

현재 폴란드의 국방예산은 134억 달러로, 410억 달러 이상의 한국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폴란드는 현재 동결상태에 있는 47조 원 규모 코로나 경제회복기금을 EU로부터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앞으로도 EU의 대폭적인 자금지원 없이는 이번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EU 가입국 중 가장 큰 자금지원을 하는 독일과 폴란드의 관계에 따라 향후 사업 진행이 불안해질 수 있다. 현재 독일은 생산능력이 부족해 폴란드가 요구하는 생산량을 맞출 수 없지만, 향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폴란드 방산수출 대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하다.

 

폴란드가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산 무기의 군수지원 문제, 효율성 부족, 납기문제 등을 견디다 못해 우리를 선택한 만큼, 우리가 완벽한 후속 군수지원과 납기 충족에 성공해 폴란드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언제나 대규모 주문과 계약은 모든 기업들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이번 폴란드와의 계약이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세계 ‘톱 클래스’로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될지, 성장세를 꺾는 ‘승자의 저주’가 될지는 이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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