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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7조 원 규모 '이상 외환거래', 북한 가상화폐 연루 의혹으로 확전 내막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미 공조·부처간 협력 잰걸음, 금감원·검찰 ·국정원 전방위 가세

2022.07.29(Fri) 16:56:04

[비즈한국] 은행권을 통한 7조 원 규모의 점검 대상 외환거래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금감원) 외에 검찰, 국가정보원(국정원)까지 투입돼 전방위 조사로 확대되고 있다. 불법 자금세탁 등 다양한 가능성과 함께 무엇보다 국정원의 가세로 북한 연루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그간 고도의 해킹 능력으로 가상화폐 해킹과 절취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회피 수단으로 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 문제를 놓고 대미 공조와 부처간 협력 강화에 잰걸음을 보여 온 가운데 이상 외환거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일정 부문은 북한과 연루됐다는 상당한 정황이 포착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7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지난 27일 금감원 잠정 발표에 따르면 이상 외환거래의 시작은 대부분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해 출발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이체 후 홍콩, 일본, 미국, 중국 등 해외 일반법인으로 송금되는 양상이 발견됐다. 연루 법인들은 사전 송금방식을 통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해당 법인들의 대표나 임원들이 특수관계인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은행은 5개 지점에서 총 1조 6000억 원(13억 1000만 달러) 규모, 신한은행은 11개 지점에서 총 2조 5000억 원(20억 6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환송금이 취급됐다. 금감원은 현시점에서 모두 이상 거래로 단정할 순 없지만 두 은행 외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전 은행권이 점검 대상이고, 규모는 7조 551억 원(53억 7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당 외환거래가 은행 지점의 통상적인 외환거래 규모를 뛰어넘고 상식적으로 외환거래가 많이 발생할 이유가 없는 지점에서도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파악된 이상거래 내용을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통보하고 있고 이달 말까지 은행권으로부터 자율점검 결과를 통보받은 뒤 이상 외환거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전달 받은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확인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재산 해외 은닉, 자금 세탁, 은행이나 가상화폐거래소 직원의 연루 가능성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국정원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장에서 북한 연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외 송금액이 북한으로 넘어 갔을 가능성에 대해 “해외 유출 이후 단계 부분에 대해선 검사 조사 권한이 없어 그 이후를 직접 쳐다보고 있진 못하다”며 “다만 유관기관의 고유 업무영역 관련 협조 요청이 있으면 법령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 외환거래의 북한 연루 의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월 27일 방한한 브라이언 넬슨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외교부, 통일부 등 국내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북한 가상화폐 사기와 돈세탁 방지를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월 스트리트 저승사자로 불리는 뉴욕 남부연방검찰청과 한국 검찰의 공조 강화도 이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미국 출장을 계기로 공식화됐다. 법무부는 이달 6일 한 장관이 출장 기간 중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해 지난 5월 증권범죄합수단이 부활된 서울남부지검과 협력을 강화하는데 뜻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 차단을 위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함께 ‘제4차 확산금융 방지 관계기관 협의회’를 이달 8일 열고 북한의 사이버 공격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국가정보원


북한은 가상화폐 해킹과 절취 부문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올 1월 미국의 국제적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지난해에만 해킹으로 얻은 가상화폐 소득을 4억 달러(한화 5200억 원)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킹 단체로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 제재 명단에 오른 ‘라자루스 그룹’이 이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약 1억 7000만 달러의 암호 화폐를 세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은 북한의 주요 표적 중 하나로 거론된다. 미국 정부 국영 국제방송인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의 지난해 10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한국 소재 가상화폐거래소가 2018년 말 1만 777 비트코인, 21만 8000 이더리움 , 9999만 도지코인(DOGE) 등 약 2억 3433만 달러 어치의 가상화폐를 북한 해커들에게 절취 당했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에는 한국 다른 가상화폐거래소가 4850만 달러 어치의 도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가상화폐 기술과 돈 세탁 방법 등을 전수한 미국인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가 지난 4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코인데스크와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더리움 재단에서 근무했던 그리피스는 지난 2019년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블록체인·암호(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해 강연했고 그해 11월 미국에서 체포됐다. 

 

대북 제재를 다룬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등에 따라 미국인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 허가 없이 상품과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수 없는데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그는 평양 행사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통한 돈 세탁과 제재 회피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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