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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이언트 스텝’에 한국도 금리 인상 만지작…겨우 살아난 소비 죽일까 고심

기준금리 역전으로 해외 자금 유출 가능성 커져…경기침체·가계부채 건드릴까 우려도

2022.07.29(Fri) 14:28:08

[비즈한국]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일시에 0.75%포인트 인상)’을 하면서 한국은행도 8월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2.25~2.50%)가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지면서 해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진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나 해외 자금 관리를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기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물가 상황이 소비보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공급망 충격에 의해 발생한 데다 올 2분기에 소비 덕분에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상황에서 자칫 기준금리를 대폭 올릴 경우 ‘오버킬(경기 침체를 초래할 과잉 통화정책)’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7월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가진 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1.50~1.75%에서 2.25~2.50%로 높아지면서 2020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한국 기준금리를 앞서게 됐다. 

 

최근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도 기준금리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는 15개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올해 들어 미국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렸고, 아르헨티나는 14.00%포인트, 브라질은 4.00%포인트, 체코는 3.25%포인트, 캐나다와 멕시코는 2.25%포인트,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는 1.25% 포인트, 영국은 1.00%포인트, 인도는 0.90%포인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0.75%포인트, 유럽연합(EU)은 0.50%포인트 인상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들어 1월과 4월, 5월, 6월 등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올렸다. 

 

G20 중에서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은 국가는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일본 등 5개국에 그쳤다. 러시아는 올해 초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기준금리를 20.00%에서 8.00%까지 대폭 낮췄다. 중국도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올해 들어 0.10%포인트 인하했다. 인도네시아와 터키, 일본은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 중인 상태다.

 

이들 국가가 고물가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기보다 경기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보다는 소비만 위축시켜 실물 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오버킬이 벌어질 경우 최악의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린 미국은 성장률(연율 기준)이 1분기(-1.6%)에 이어 2분기에도 –0.9%를 나타내면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계부채가 180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원리금 부담 증가를 초래해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한은의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민간소비는 1년 사이 최대 0.15% 감소한다. 한은이 지난해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2.25%까지 1.75%포인트 올린 점을 감안하면서 민간 소비는 최대 1.05%까지 둔화가 예상된다.

 

가계부채가 1800조 원이라는 점에서 기준금리 1.75%포인트 인상으로 늘어난 이자만 30조 원이다. 특히 올해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7%를 기록하며 그나마 양호한 성적을 보인 건 민간소비 성장(4.0%) 덕분이었다는 점에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경기를 예측한 ‘향후 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올해 1월 93이었으나 2월 91로 하락세를 타더니 6월에는 69, 7월에는 50까지 급락했다. ‘제조업 업황전망 경기기업실사지수(BSI)’도 올해 1월 전망은 92였으나 8월 전망은 73까지 하락했다. CSI와 BSI는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 둔화를 전망하는 소비자나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금 인플레이션은 공급 문제로 벌어진 것이어서 기준금리 대폭 인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 하락세와 소비 둔화, 수출 감소 등을 두루 살펴보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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