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요즘 한 드라마에 빠져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는 “오징어게임의 뒤를 이을 드라마”라며 “관련주에 투자해야겠다”고 말했다.
케이블 채널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수혜주 찾기 열풍이 뜨겁다. 드라마나 영화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반짝 급등하듯이 소위 ‘우영우 관련주’도 우영우 콘텐츠만큼이나 비싼 몸값이 됐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의 주가는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한 지난 달 29일부터 26일 현재까지 무려 80%가량 급등했다. 그 사이 시가총액도 1625억 원에서 2931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 주식을 사들인 것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달 29일 2.89%에서 26일 1.34%까지 줄었다. 단기간 급등했지만, 치솟은 우영우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우영우를 주제로 한 리포트를 잇따라 내놨다. 신한금융투자는 우영우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에이스토리를 꼽았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지리산’을 통해 IP(지식재산권) 보유 제작을 시작했다”며 “매년 흑자, 적자를 반복하던 에이스토리는 첫 IP 실적을 반영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6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우영우의 흥행성을 바탕으로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IP를 원 소스 멀티유즈(OSMU) 콘텐츠로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콘텐츠 IP의 확장성 측면에 성장성 등이 가시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급등할 동안 관련주도 올랐다. 바로 스카이라이프인데, 드라마가 방영된 ENA는 KT 그룹 계열사 스카이TV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지인해 연구원은 “우영우의 흥행으로 스카이라이프의 광고 매출 레벨업과 채널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채널은 지난해 오리지널 예능의 흥행으로 광고 매출이 3배 가량 늘었다. ‘나는 솔로’, ‘강철부대’, ‘애로부부’ 등의 시청률이 1%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우영우 흥행으로 인한 광고 단가 상승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는 게 지 연구원의 분석이다.
다만, 당장 이들 기업의 ‘우영우’에 대한 수익이 더욱 늘 것이라고 짐작해 투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이미 ENA와 넷플릭스에 선판매를 통해 수익이 정해졌기 때문에 과도한 수익추정은 피해야 한다.
또 주가가 급하게 오른 만큼 급락할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과거 코스닥 상장사 레드로버는 자체 제작 글로벌 애니메이션 영화 ‘넛잡’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 직장인 B씨도 그런 기대감으로 레드로버에 투자한 바 있다. B씨는 “한국형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기대감도 있었다”며 “넛잡을 보면서 꽤 기대되는 회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 쑤닝그룹이 이 회사에 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도 진출하다는 소식이 이어졌지만, 무위로 그쳤다. 결국 이달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이처럼 소위 ‘K콘텐츠 테마주’로 반짝 떴다가도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종목이 많지 않다는 점은 투자의 복병이다. 지난 2020년 영화 ‘기생충’ 수혜주로 거론되며 급등했던 바른손과 바른손이엔에이도 결국 주가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지난 13일 장중 3만 5000원까지 올라갔던 에이스토리마저 26일 3만 원대로 내려왔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도 마찬가지다.
K콘텐츠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것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등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 수혜주의 주가는 넷플릭스 실적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구독자가 감소하면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로 지난 4월에는 K콘텐츠 관련주가 무더기 급락하기도 했다. 지인해 연구원은 “넷플릭스의 실적발표는 자체의 실적도 중요하겠지만, 하반기 가이던스, 콘텐츠 예산 등의 코멘트가 어떨 지에 따라 한국 콘텐츠 제작사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이벤트”라고 언급했다.
물론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OTT 시장은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도 합류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구독자를 사로잡을만한 퀄리티 높은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히려 K콘텐츠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경쟁력있는 국내 콘텐츠가 제작이 많이 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에 수혜주를 찾아 급하게 올라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열심히 일해 부를 일구는 것이 자본주의의 미덕이라면 열심히 공부해 투자수익을 내는 것은 투자의 미덕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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