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자본시장 분야 8개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안에 세부 추진방안을 내는 것을 목표로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고 하지만, 정작 소액주주의 생각은 다르다.
#“물적분할 후 상장·신주 발행은 기업 가치 하락 야기”
금융당국은 새 정부의 자본시장 국정과제가 “일반 주주 보호를 강화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성장 기업에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혔다. 자본시장 분야 8개 국정과제 중 ‘공정한 자본시장’에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일반 주주 보호 △내부자 거래 관련 규제 강화 △공매도 제도 합리화 △주식 상장 폐지 요건 정비 및 단계 세분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 △회계 투명성 제고가, ‘혁신적 자본시장’에는 △혁신·벤처기업 성장의 마중물 제공 △증권형 토큰 등 디지털 증권 투자 규율이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관해 6월부터 세미나·간담회를 열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정과제별 발표 일정에 따르면 공정한 자본시장 관련 방안 중 내부자 거래 규제 강화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3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정과제에 포함된 일반 주주 보호 방안이 소액주주 보호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특히 반발이 거센 부분은 정부가 논의 중인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를 보호하는 방안과 공매도 제도 합리화 방안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의 주가가 내려간 사례는 많다. SK케미칼(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카카오페이)는 자회사 상장 후 주가가 20~40%가량 하락했다. 금융위는 주주 보호 방안으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 매수 청구권을 부여하고,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심사를 강화해 주주 보호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장을 제한할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이 방안으로는 주주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반박이 이어진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7일 ‘자회사 물적분할·동시상장 시 주주 보호 방안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원래 기자회견까지 열 생각이 없었지만 정부가 낸 주주 보호 방안이 너무 미흡해서 나서게 됐다”라며 “자회사를 상장하고 대규모 신주 발행을 하려면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현물 배분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선진국은 자회사의 대규모 신주 발행, 동시 상장을 사실상 금지한다”라며 “물적분할을 하면 모회사 주주가 의결권을 상실하고, 모회사 주가가 급락해 자본 조달 능력을 상실한다. 이는 기업 가치 상실로 이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매니저 또한 “지금 나오는 방안이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은 아닌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임 매니저는 “지주회사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주식 매수 청구권으로는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는다. 신주 인수권도 마찬가지다. 상장하면 15~20%에 대해서만 신주를 발행한다. 나머지 지분은 상장이 안 된다. 기존 주주가 20% 물량에 해당하는 배당을 받는다고 해도 이익이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회사 주주 보호 노력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가 꼭 필요한 건 맞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 있다”라며 “이 같은 방안이 적절한 소액주주 보호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국회에선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를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3월 22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 회사에는 영향이 없더라도 일반 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 이사에게 주주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안(제382조의3)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물적분할로 모회사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경우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21일부터 법안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28일 오후 2시 40분 기준 1488명이 동참했다.
#공매도 개인 담보 비율 인하에 “이길 수 없는 싸움 부추기나”
공매도 제도는 오랫동안 일반·소액주주의 불만이 컸던 제도다. 기관의 대규모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야기하고, 이에 따라 일반·소액주주가 가치 하락의 피해를 본다는 거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2월~2020년 5월까지 무려 938개사에 공매도 제한을 위반해 10억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크게 세 가지 개선 방안을 냈다. 첫째는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공매도를 일시 정지하는 ‘과열 종목 지정제도’ 확대다. 둘째는 장기·대량 공매도 거래의 조사를 정례화하고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것, 셋째는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시 기관(105%)과 개인(140%) 간의 담보 비율 차이를 줄이는 방안이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28일에도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와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 대책 수립을 지시하자 검찰·금융위·금감원 등 관계기관이 모여 급히 대응에 나선 것.
이들은 90일 이상 장기 대차·대량 공매도 투자자의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과열 종목 지정제도를 확대하고, 개인 담보 비율을 120%로 인하하는 등의 방안을 밝혔다. 또 불법 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을 설치·확대하고 증권범죄합수단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정부 방안에 관해 “제도 개선하랬더니 개악하고 있다”라며 “동문서답이나 다름없는 한심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공매도는 프로나 하는 어려운 투자 기법이다. 일반 주주는 기관이나 외인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개인 담보 비율을 낮추는 건 개인에게 공매도를 권장하는 거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역설했다. 불법 공매도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예방해야지 피해가 발생한 후에 적발하는 건 소용없다. 과태료를 피해자 구제에 쓸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기관의 접근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처럼 기관의 담보 비율도 130%대로 맞춰야 한다. 공매도 상환 기간은 90~120일로 통일하고, 재공매도는 1개월간 금지해야 한다”라며 “현재 주식시장 생태계는 외국인에게 유리하지만 개인 투자자에겐 불리한 불균형한 구조다. 금융위원회 설치법 제1조에서 투자자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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