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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도 나오기 전 '우크라이나 재건' 띄운 KH건설·​삼부토건 행보 논란

국토부 협의체 구성 전 보도자료 내고 주가 급등…사적 채용 논란과도 연관해 정치권 시끌

2022.07.27(Wed) 15:58:06

[비즈한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전후 우크라이나의 재건·복구에​ 협력 의지를 드러내면서 하락세인 국내 증시에서 관련주가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외교부)과 6일(국토교통부) 연이어 우크라이나의 재건·복구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범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재건 지원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주부터 언급되는 것에 의구심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재건 및 복구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자 국내 증시에서 관련주가 움직이는 모습이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보로디안카에서 폭격당한 건물.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루가노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복구 회의’에 외교부 2차관과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도훈 외교2차관은 회의 둘째 날이던 지난 5일 전체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연대 의지를 표명했다. 


6일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의회 대표단 자격으로 방한한 우크라이나 의원 2명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만나 재건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면담 종료 후 현재 추진 중인 이라크 재건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국토부가 업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 공기업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선도적으로 참여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국토부는 이달 중 정부·공기업·​업계 합동으로 ‘우크라이나 재건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정부가 직접 나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언급하자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주가 언급됐다. 특히 정부 언급 전후로 자체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우크라이나 재건’을 언급한 기업 두 곳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KH건설과 삼부토건(인수자 디와이디)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 6월 23일 사단법인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H건설의 경우 지난 5월 31일과 지난 8일에도 우크라이나 지원 공동대책위원회와 민관 협력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이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힌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지난 2018년 12월 26일 출자금 2000만 원으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등기부등본 따르면 협회는 △유라시아에 속하는 국가들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법률, 언어 등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확산시키고 △국내에 다수의 유라시아 전문가 양성 △유라시아 국가들과 관련한 일을 하거나 하고자 하는 기업, 단체 혹은 개인에게 교육, 자문, 현지 네트워크 등을 제공해 그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사업목적으로 한다. 대표이사는 카자흐스탄 법무법인 AK그룹의 양용호 회장이며, 이사로는 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 손민기 강남구의회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지난 6월 22일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그린닥터스재단, 우크라이나 지원 공동대책위원회(우크라이나 지원 공대위)와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및 전후 복구 전력 세미나’를 열었다. KH건설과 삼부토건 또한 이날 세미나에 참석하고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들 단체와 기업의 관계자들은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의회 대표단 자격으로 방한한 우크라이나 의원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원희룡 장관이 우크라이나 의원, 주한 대사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로 다음 날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공대위는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전 새누리당 대표)과 이양구 전 주 우크라이나 한국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영리·​비공식·​자발적 성격의 임시 플랫폼 조직이다. 밀알복지재단, 세계성시화운동본부, 프로보노국제협력재단 등 교인을 중심으로 70여 개 기업과 NGO 단체가 모인 모임이다. 그린닥터스재단은 정근 온병원그룹 이사장이 이끄는 국제의료봉사단체이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우크라이나 지원 공대위, 그린닥터스재단은 기독교라는 공통점을 배경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강정식 KH건설 대표가 지난 5월 11일 부산시 온종합병원에서 진행된 그린닥터스재단의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의료봉사 발대식 및 후원금 전달실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KH건설 제공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KH건설과 삼부토건이 이들 단체와 협약을 맺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언급한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수혜주로 꼽히며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KH건설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난 5월 31일 주가가 20.33% 급등했고, 삼부토건 역시 보도자료가 배포된 6월 23일 주가가 30% 급등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지원 공동대책위는 지난 6월 10일 입장문을 통해 “공대위 명칭이 들어간 일부 언론 보도는 공대위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전후 복구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는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의 긴밀한 협조에 따라 진행될 사안이라 공대위가 주도할 수 없고, 공대위는 순수하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비공식·비영리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우크라이나 지원 공대위 모두에 참여하고 있는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기업들과의 만남은 주변 소개로 이뤄졌다”며 “기업들은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진출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협회와 협약을 맺은 것이고, 공대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활성화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대위 중심으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재건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업들의 지원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공대위는 비영리·​비공식 단체로 (정부가 추진하는) 전후 복구 사업과 관련해 기업들에게 우리가 보장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KH건설은 단순히 이들 단체에 ‘지원’을 목적으로 협약을 맺었다는 입장이다. KH그룹 고위 관계자는 “재건 사업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다기보다는, 협회와 협약을 맺은 내용에 대해 알린 정도”라며 “(단체들과는)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기부를 시작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하는지 서로 논의를 하고 회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별다른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협약 관련 보도자료는 (현재 삼부토건 인수를 진행 중인) 디와이디에서 배포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두 기업의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까닭은 또 있다. 이미 지난 대선 기간부터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관성으로 ‘윤석열 테마주’로 떠올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던 전례 때문이다. 

 

KH건설은 2019년 3월과 2021년 3월 각각 정호준 사외이사와 문성용 감사를 선임한 바 있다. 문 감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대전지검 논산지정창을 역임할 당시 수사팀장으로 그를 보좌하며 윤석열 사단의 핵심으로 분류됐다. 정 사외이사는 윤 대통령의 대학교(서울대 법과대학) 선배로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온 정치권 원로인 정대철 전 민주당 의원의 장남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KH필룩스의 사외이사도 역임했다. 

 

더불어 KH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 IHQ에는 이석웅 법무법인 서우 대표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이자 대학 선배다. 또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에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법무대리 했다.

 

삼부토건은 조남욱 전 회장이 지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윤 대통령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는 등 각별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묶였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발표의 관련성까지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용산 대통령실 직원 일부가 개인적인 인연으로 채용되거나 근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채용된 인물 중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윤 대통령과 조 전 회장을 소개해준 황 아무개 사장의 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6월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재건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는데, 황 사장의 아들이 대통령실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희룡 장관이 언급한 국토부의 ‘우크라이나 재건협의체’는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이달 중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외교부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것인지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기업들로부터 (재건협의체 관련) 문의 전화는 오지만, 외교부의 검토 이후 관계부처 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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