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부동산세제를 정상화해 서민주거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목표다.
부동산 정상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다.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부동산 관련 공약을 여럿 발표했다. 부동산 관련 공약 카테고리만 9개, 공약 개수는 무려 31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포부였다.
#국정과제와 공약 비교해보니…일부 내용 삭제 및 축소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부동산세제 정상화’ 내용은 5월 10일 발표한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개편 등 전체적인 틀은 같지만, 세부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먼저 부동산세제 전반의 정상화 방안 추진을 위해 TF를 구성한다는 방안은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별도의 정책이 아닌 각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라 정상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반면 공약에 없던 ‘서민 주거비 세제지원 강화’ 내용이 추가됐다. 월세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한다는 취지다. 이는 2022 세제개편안에서도 기존 ‘월세액 10% 또는 12%’ 공제율에서, ‘12% 또는 15%’로 상향 조정됐다.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2023년 1월부터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핵심인 종부세 개편안은 기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동결하고, 1주택자 세율을 150%에서 50%로, 3주택자와 법인 세율을 300%에서 200%로 인하한다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다. 그러나 국정과제에서는 세율 조정 비율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통합적으로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여기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축소됐다. 당초 부동산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하겠다는 방안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추진’이라는 말로 통합됐다.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내용도 언급됐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없다.
국정과제에 공약 내용이 대체로 포함됐지만, 비율이나 기간이 빠지는 등 정책이 추상적으로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세제개편안 핵심은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국정과제에 담겼던 부동산세제 개편 정책은 이번 세제개편안에 반영됐다. 핵심 개편안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를 폐지한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수 기준에서 가액수 기준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2주택 이하, 3주택 이상’으로 나뉜 과세 기준을 통합하고, 세율 자체도 현재 0.6∼3.0%에서 0.5∼2.7%로 인하했다. 종부세 세부담 상한선도 기존 2주택 이하 150%, 3주택 이상 300%에서 주택수 기준을 폐지해 150% 상한으로 통합한다.
이 같은 조정안은 공약보다 파격적인 조치다. 공약에는 다주택자 중과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세율 조정안도 1, 2, 3주택자 등을 나눠서 제시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을 통해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주택자에게 3억 원을 추가로 공제해주는 종부세 특별 공제가 도입되고, 종부세 기본공제금액도 일반은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된다.
양도소득세 적용 기간도 확대됐다. 당초 ‘증여일부터 5년 이내 양도’에서 ‘10년 이내’로 늘어난 것이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보유세 및 취득세 개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번 개편안에 대한 예정 적용 시기는 2023년 1월부터다.
#‘윤석열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안정화될까…전문가 의견은
26일 종합부동산포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의 신규 월세 가격은 작년 하반기보다 평균 거래금액 719만 원 오르고, 전세는 1418만 원 하락했다.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고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집값 거품’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입자들의 부담은 높다.
이번 종부세 등 개편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정부는 종부세 개편이 ‘부동산 세제 정상화’인 동시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리라 예측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이번 개편이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낮춰주긴 하겠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부동산R114의 한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줄어든 것은 맞다. 보유세 부담 때문에 대부분 양도하려던 다주택자들 다수가 급매물을 거두거나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절세 전략을 따져 부동산 보유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거래 물량이 줄고 부동산 소유를 늘리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정부 정책이 부동산 안정이 아니라 세제 단순화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매각이 아닌 보유에 초점을 맞출 거란 분석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사실 이번 개편 자체가 법을 개정해 국회 통과가 필요한 일이다. 다주택자들은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세제 부담의 절반 정도가 줄기 때문에 양도보다 보유에 비중을 둘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다주택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기 때문에 신규 다주택자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취득세 유지 등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는 “그동안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커서 나온 물량이 많았는데, 이번 조치로 부동산을 우선 팔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다만 엄청난 폭락장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내년까지 시장 흐름을 보면서 개편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뿐 아니라 전면적 세제 개편을 해야만 부동산 안정을 이룰 거란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일시적으로는 가격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대부분 보유 전략으로 가져갈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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