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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전통시장 살리기 말고도 생각해볼 것들

"골목상권은 가격 한계선 지킴이, 사라지면 더 큰 사회적 비용 발생" 의견도…민주당 우세에 법 개정 여부도 불투명

2022.07.26(Tue) 17:43:20

[비즈한국]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정부 주도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통령실이 제도의 폐지 여부를 국민에게 묻겠다는 취지로 국민제안 투표에 부치면서다. 이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에 상관없이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의무휴업이 사라지면 주말 상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되는 대형마트는 반색하고 있지만 중소상인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노동자들도 거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일상과 밀접한 생활경제인 만큼 제도의 존폐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필요 없는 규제일까.

 

윤석열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에 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경쟁 제한적이라고 규정하면서 관련 규제 폐지 논의에 불이 붙었다. 사진=국민제안 사이트 캡처


윤석열 정부가 10년 이상 시행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 21일 ‘국민제안 톱 10’ 투표에 올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6일째인 26일 오후 4시 기준 57만 5142표를 얻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부는 10일간의 투표 결과를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0년 제정된 이 법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로 제한하고 매달 총 2일의 의무휴업일 지정을 핵심으로 한다. 의무휴업일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씩 의무적으로 문을 닫았다.

 

대형마트는 불합리한 규제라며 반발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 보호라는 제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통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점포에 매이지 않은 이커머스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가 각종 규제로 주춤하는 동안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유통사가 성장한 것이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실적을 따져보면 2016년 1조 9159억 원이었던 쿠팡 매출액이 5년 만에 20조 8812억 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대형마트 3사의 실적은 정체됐다. 같은 기간 각 사의 매출액(할인점 부문 실적 기준)은 △이마트 11조 3336억 원→11조 8408억 원 △홈플러스 6조 6067억 원→6조 4807억 원 △롯데마트 8조 5080억 원→5조 7160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대형마트, 네이버에서 마트 검색 시 확인할 수 있는 휴무일 정보. 사진=강은경 기자, 네이버 캡처


#마트 휴무 ‘적응됐다’ vs ​불편하다​…소비자들 엇갈린 시선

 

2012년부터 10년 넘게 시행된 정책인 만큼 마트 격주 휴업은 이미 정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 아무개 씨는 “주말에 마트 가기 전 휴무일을 먼저 검색한다. 명절을 앞두고 있을 때는 사전에 확인해서 토요일에 미리 장을 보기도 한다”며 “마트가 격주로 하루씩 쉰 지는 꽤 오래되지 않았나. 소상공인과 상생한다며 만든 제도를 왜 다시 바꾸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찾은 마트는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에 쉰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마트의 휴무일을 공식정보에 표기한다. 지역마다 휴무일이 다른 탓에 허탕을 치지 않으려 방문 전 가까운 마트의 쉬는 날을 찾아보는 것은 흔한 모습이 됐다.

 

하지만 의무휴업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마트와 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후생 차원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다. 30대 유 아무개 씨는 “모바일 송금서비스가 활성화됐지만 현금 없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건 아직도 불편하다. 친절, 청결 문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과거 마트 휴무제 이야기가 처음 나올 때부터 제기됐던 문젠데 크게 개선됐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마트가 문을 안 여는 날 급하게 고기나 채소가 필요하면 새벽배송을 이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점포 영업시간 이외의 온라인 배송은 금지된다. 법에 명시된 내용은 아니지만 법제처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제한 시간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 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행위도 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별도 물류 창고를 활용해 온라인 배송을 하는 것만 가능하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정부, ‘이커머스와의 규제 형평성 논란’ 수용했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의 국민제안 투표와 별개로 대형마트의 새벽·주말 배송 관련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영업 규제가 “경쟁 제한적이며 차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영업제한을 전혀 받지 않는 것과 비교한 결과다.

 

이처럼 정부와 공정위가 마트 규제 요소를 제거하려는 배경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실효성 논란이 자리한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을 규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중소 유통업체를 이용하기보다는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업체로 소비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대표적으로 6월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가 있다. 응답자의 67.8%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대형마트의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 중복응답)’, ‘의무휴업일에 구매 수요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옮겨가서(5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 등이 꼽혔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미 유통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구도보다는 온-오프라인 간 대결이 주요 프레임이 됐다”며 “규제의 형평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실효성 없는 일방적 대형마트 규제보다 소비자 편익과 진정한 재래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정책과 제도를 좀 더 유연하게 개선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마트 의무휴업제도가 전통시장과 자영업자 보호를 넘어서 소비자 후생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의 전통시장인 남성사계시장. 사진=강은경 기자


하지만 의무휴업 제도가 단순히 ‘소상공인 보호’에 그치는 사안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주는 개념을 넘어 가격 방어, 골목상권 보호의 마지노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골목상권은 가격의 적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가격 상승의 한계선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골목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과도 관련이 깊다”며 “코로나 이후 늘어난 부채에 인플레이션, 재확산세가 겹친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의해 매출마저 감소한다면 소매점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위기감이 있다. 골목상권이 창출하는 일자리부터 유통사, 제조업계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방어하는 기능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무휴업 제도 폐지안이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호응을 얻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더라도 실제로 폐지가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에 상관없이 온라인 상품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고, 반대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더 강화하는 취지의 법 개정안들도 발의돼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소상공인 상생’을 목적으로 탄생했다는 점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현재의 구도를 고려하면 국회 입법 절차에 들어간 후에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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