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물가상승과 생산·소비·투자 부진 등 경제가 악화되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18일 서민·중산층 소득세, 기업 법인세, 중소·중견기업 상속세 부담 완화를 정부에 요청했다.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성장둔화 우려에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세제 개편 추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세 등 직접세 부담이 고소득층보도 낮은데 반해, 세금으로 주어지는 금전적 혜택을 고소득층보다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자칫 소득세 중심의 세제 개편이 빈부격차를 더 확대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이 더 높은 조세를 부담(역진성)하게 하는 간접세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2022 세제개편안 당정 협의회’를 개최하고, 고물가에 따른 경제 둔화 극복과 민간 경제 활력 제고 등을 위해 세제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취재진에게 “고물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중산층에 대한 소득세 부담 완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해달라는 이야기를 당에서 요청했다”며 “(소득세 부담 완화는) 가능하면 소득이 좀 낮은 분들에게 많은 혜택을 줬으면 좋겠고, 폭도 좀 넓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은 중산층과 서민 세 부담을 감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7단계로 된 소득세 과표구간의 세율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대통령과 당정이 서민·중산층에 도움이 되도록 소득세율을 낮춘다는 방침이지만 소득세 등 직접세가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서민·중산층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조사’ 자료 등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가구의 직접세 부담액은 연 17만 원인 반면 소득 상위 10%인 10분위 가구의 직접세 부담액은 1158만 원에 달한다. 10분위 가구가 내는 직접세는 1분위 가구의 68.1배나 많은 수준이다.
특히 직접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세의 경우 더욱 차이가 크다. 소득 최하위(1분위) 가구가 낸 소득세는 5만 원에 불과하지만 소득 최상위(10분위) 가구가 부담한 소득세는 1101만 원이나 된다. 소득 최하위와 최상위의 소득세 부담 격차가 220.2배나 되는 것이다. 이는 소득세가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부담하는 ‘누진적’ 구조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 중 대표적인 근로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근로소득에서 각종 공제액을 뺀 금액)이 1200만 원 이하인 소득에는 6%의 세금을 부담하지만, 8800만 원~1억 5000만 원 소득에는 세율이 35%로 뛰고 가장 높은 5억 원 초과 소득의 경우 세율이 42%나 된다. 이 때문에 여당이 정부에 요구한 대로 소득세를 낮춰준다고 하더라도 그 혜택은 연간 5만 원을 내는 저소득층보다는 연간 1000만 원을 넘게 내는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부가가치세나 소비세 등 간접세의 경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차이가 크지 않다. 소득 최하위 가구의 간접세 부담은 122만 원이지만 소득 최상위 가구의 간접세 부담은 447만 원으로 3.7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소득 최하위 가구의 소득이 941만 원, 소득 최상위 가구의 소득이 8671만 원이라는 점에서 간접세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최하위 가구는 13.0%, 소득 최상위 가구는 5.2%였다. 소득이 적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은 조세를 부담하는 역진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 직접세인 소득세를 손봐서 세수가 줄어들 경우 저소득층을 위한 각종 지원 비용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 기초 생활보장이나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등 재정수혜의 경우 저소득층에 더 많이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수혜는 소득 최하위 가구에게 794만 원이 지원되는 반면에 소득 최상위 가구는 573만 원을 받는다. 소득 최하위가 소득 최상위에 비해 재정 수혜를 221만 원 더 받는 것이다.
또 소득 최하위 가구의 조세부담이 176만 원임을 감안하면 세금보다 혜택이 618만 원 많다. 반면 소득 최상위 가구는 조세부담이 2106만 원이라는 점에서 1533만 원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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