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가 올해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공개(IPO·상장) 계획이 여의치 않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지분매각 추진에 나서 안팎으로 극심한 분란에 휩싸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정작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올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한 후 침묵으로 일관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카카오는 토종 사모펀드라 강조해 온 MBK에 지분을 매각하고 2대 주주로 물러앉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긴축으로 인해 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어 카카오모빌리티 상장이 어려워진 후 카카오가 이윤 추구와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매각을 택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카카오 노동조합(크루유니언)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강력하게 연대해 매각 저지에 나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7년 카카오에서 물적분할 이후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을 주력으로 하며 가입자 수는 31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464억 원을 거둬 전년에 비해 91%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125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구성을 보면 카카오는 5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TPG컨소시엄(TPG, 한국투자파트너스, 오릭스)의 지분율이 24%, 미국계 칼라일 지분율이 6.2%다.
그간 카카오는 자회사들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기업공개에 나서면서 막대한 상장 수익을 올려 왔다. 이런 식으로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를 코스닥에 상장시켰고,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시켰다. 이러한 카카오의 자회사 상장 추진은 경쟁사인 네이버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지 않는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어서 비판에 직면해 왔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와 분할 자회사들은 그간 서비스 복제에만 치중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수출 등으로 인한 외화 획득에는 큰 기여 없이 내수시장에 편중된 사업구조로 소상공인들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더욱이 분할 자회사들이 증시에 따로 상장하면 모기업인 카카오의 주주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논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는 당초 올해 안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는 상장 추진이 물건너 가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추진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한 동안 물밑에서만 추진됐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의 사모펀드 매각 계획이 지난달 카카오의 공식 확인으로 드러나면서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과 관련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협의테이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이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 측은 “김범수 센터장은 논의 테이블에 참여할 수 없다. 최종 결정자는 김성수 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라며 노조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노조는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과 관련 김범수 센터장이 올해 국정감사 등에서 쏟아질 질타를 피하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은 올 3월 이사회 의장 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의장 사임과 관련해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유지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겸임하고 있다.
하지만 김범수 센터장의 의장 사임 배경 이면에는 지난해 국감에서 받은 호된 질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김 센터장은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과 관련해 무려 세 차례나 국감 증인으로 불려 나가 국회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았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등 세 상임위원회에 출석 일자를 달리해 증인으로 나갔다. 당시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타에 그는 “성공에 취해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다. 이번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후 카카오는 5년간 총 3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창작자, 플랫폼 종사자 등 카카오 파트너들과의 상생 계획을 밝혔다. 또한 카카오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소신상인’ 프로젝트, 농수산물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제가버치’ 프로젝트 등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헸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에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해 카카오가 약속했던 사회적 책임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는 상태다. 선언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이 직접 협의 테이블로 나오라”고 촉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사는 지난 18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다. 사측에선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배재현 카카오 투자가버넌스총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이 참석했다.
당일 김성수 의장은 “카카오가 택시, 대리, 주차를 하냐는 외부 공격이 많다”며 “카카오 입장에서 경영권을 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매각 진행 상황과 관련해 배재현 투자가버넌스 총괄은 “지분인수 의향을 가진 당사자와 정보교류를 하고 있고 다음 달엔 구체적으로 진행 여부를 알려 드릴 수 있다”며 “지난 국정감사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사명에서 카카오를 제외하는 방안, 계열사 분리 등에 대한 검토도 했었다”고 밝혔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국감에서 지적된 스마트 호출 문제와 관련해 “네이버나 배민(배달의 민족)이 해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사업을 카카오라는 이유로 공격을 당한 건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카카오라서 마녀사냥 당한 게 아니다. 경영진이 플랫폼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라며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약속했던 경영진들이 그와 가장 거리가 먼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매각이 아니라 더 나은 플랫폼이 될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 반대에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모빌리티 임직원 75%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6일 전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모빌리티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재개해 전 계열사 임직원 약 1600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추진과 관련해 대리운전 업계도 연계해 강력한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발간한 2021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카카오T 대리운전 기사는 17만 명에 달한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기사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이런 약속을 믿었고 기존 업체들로부터 배차 제한을 당하는 탄압도 감내했다”며 “그런데 약속 이행을 위한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사모펀드에 매각을 추진하는 의도는 이러한 약속을 무위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MBK가 토종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수익추구 극대화라는 사모펀드 특성은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로 출범 15년을 맞은 MBK는 운용자산 24조 2000억 원, 누적 수익만 48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이동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정책위원장은 “MBK 자금흐름을 볼 때 우리 기업에서 창출된 이익이 외국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MBK는 인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어김없이 비정규직부터 시작해 일자리를 줄였고 핵심자산을 매각해 배당을 챙겼다”고 꼬집었다.
카카오 노조와 대리운전 노조는 25일로 예정된 MBK반대 집회에 공조하는 등 매각 반대 운동의 수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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